축구칼럼-인저리타임

월드컵 4강 진출. 그러나 아직 할일이 남아있다!

아하누가 2024. 6. 29. 22:46


 

 

1. 120분의 혈투 대 스페인 8강전

 

스페인과의 8강전은 한국팀에겐 몹시 힘든 경기였다.
양팀 모두 전 경기에서 연장까지 치루었으니 체력적으로 부담이 있었지만
이틀 덜 쉰 한국팀에게 그 여파는 치명적으로 나타났다.
체력적인 열세로 특유의 빠른 축구를 시도하지 못한 한국팀은
경기 내내 상대의 강한 압박과 날카로운 공격에 고전했다.
다만 승리에 대한 열망을 바탕으로 한 투혼과 집중력이

실점으로부터 팀을 구할 수 있었다.

 

연장전에 이어진 승부차기.
월드컵 경험이야 많지만 16강전 이후의 경험이 없는 한국팀에게
승부차기 또한 축구 역사에 새장을 여는 신선하고 짜릿한 경험이다.
그러한 경험은 앞으로도 축구 발전의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다.
경기 내용과 결과는 이미 TV를 통해 지겹도록 보았을테니
나중에 구석구석 숨은 모습을 살펴보자.

 

 

 

2. 패자의 유일한 변명 - 심판의 오심

 

패자들이 주로 하는 변명은 심판의 오심이다.
스페인 역시 심판의 오심 문제를 들고 일어났다.
하지만 이태리가 그랬듯 스페인도 심판의 오심은 단지 허울에 불과하다.
사실적으로 이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축구 후진국인 한국에 졌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만약 우리나라 국가대표 태권도 선수가

미얀마 선수에게 돌려차기 한방에 KO패 했다면
누구도 믿으려 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다.

그러니 그러한 심정을 십분 이해한다.
적어도 세계 최고의 리그를 가진 나라로서, 그리고 축구에 관한 한
엄청난 자존심을 가지고 있다는 나라에서

그 패배를 쉽게 인정하기는 쉽잖은 일이다.

 

그러나 오심과 편파적 판정을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
물론 그 경기의 판정이 오심이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이 변명으로 사용하는 '오심'은 '단순 오심'이어야 한다.
개최국의 프리미엄을 등에 없는 '편파적 판정'이라고 해서는 안된다.
왜? 우리나라가 개최국인 것은 사실이지만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이태리, 스페인에 비해 유리한 판정을 유도할 그럴만한 힘이 없다.
더욱이 축구에 있어서는 이태리나 스페인 앞에선 명함도 못내미는 나라다.

유럽의 기득권자들이 한국의 선전을 좋은 눈으로 바라볼까? 절대 아니다.
그러니 이런 나라가 자국에게 유리하게 로비를 했다거나 심판을 매수했다는 사실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그런 말은 해봐야 제 얼굴에 침 뱉는 격이다.
패배를 인정하기 힘들어 심판의 오심을 변명 삼는다면 '단순 오심'만
변명으로 삼도록 하는게 스스로를 위해도 바람직한 일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심판의 판정은 공정했다.
이미 이태리와의 16강전 이후 이태리 언론과 선수들을 통해
통쾌한 승리를 얼룩지게 하는 모습을 지켜본 터라
스페인과의 8강전에서는 누구보다 심판의 판정을 눈여겨 보았다.
이집트인 주심은 교묘한 휘슬로 한국팀 공격의 맥을 끊었다.
적어도 한국팀이 불리하면 불리했지 유리한 판정은 아니었다.
골문으로 들어간 두골도 이미 휘슬이 울린 상태였으니

스페인이 더 이상 우길 이유도 없다.
그것에 관한 내용은 SBS 뉴스에서 정확히 다루었고(KBS는 명쾌히 보도하지 못했다.)
참고 그림으로 올리는 화면에도 나타나 있다.

 

다만 이집트 주심이 연장 후반 종료 직전 코너킥 찬스를 무시하고

종료 선언한 데에서
스페인 선수들은 편파적인 판정이라고 항의하는 것 같은데 그건 아니다.
연장 전반도 인저리 타임없이 정확한 시간에 종료했다.
더욱이 심판은 연장 후반 시간이 지난후에 벌어지는 코너킥으로 생겨날 수 있는
그 이후 상황을 더 두려워한 나머지 미련없이 종료를 선언한 것이다.
그러니 그것도 개최국의 어드벤티지라고는 할 수 없다.

물론 개최국의 어드벤티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축구 선진국이 아니어도 누구나 알고 있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이태리나 스페인은 그것을 감안하고 경기를 했어야 하는데
경기 내용은 상대를 압도할 만한 내용은 아니었다.
한마디로 못해서 진거지 억울하게 진게 아니라는 말이다.

패배를 인정하는 것, 그리고 비겁한 승리보다 정당한 패배가 더 아름답다는 것은
오직 동양적인 미덕인 것 같다. 적어도 우리는 그렇게 배워왔다.
어쩌면 그래서 더 이해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3. 승부차기 리뷰

 

월드컵에 진출하고 16강에 오르니 별걸 다 경험한다. 승부차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이 승부차기는 국민들의 기쁨을 배가시켜주는 짜릿함을 가지기에

충분한 경기 룰이다.
우선 선축(먼저 차는 팀)이 유리하다는 승부차기의 정설이
여지없이 반영된 점이 행운이었다.
네 사람이 연속으로 성공시키자 상대의 4번째 키커는 매우 불안해졌다.
그리고 한국팀의 순서도 치밀하다.

경험많은 팀의 맏형 황선홍과 홍명보가

제일 부담이 크다는 1번과 5번키커를 했다.
1번 키커의 황선홍은 킥을 하기전 나름대로 마음을 굳힌다.
페널티킥을 차는 방법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세게 차기, 정확히 차기, 골키퍼 움직임을 보고 차기, 타이밍 뺏기....
그런 많은 방법중에서도 황선홍은 강하게 차는 방법을 택했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볼 때 정확하게 차려고 하거나
골키퍼와의 심리싸움에 비중을 두고 차다 실패하는 경우에는
정신적 피해가 크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미련없이 강하게 찾다.
설령 안들어 가더라도 자신의 선택에는 후회가 없도록.
그러나 그 판단은 옳았고 카시아스의 몸을 스친 공은

강한 탄력으로 골라인을 넘는다.
승부차기중 가장 아찔했던 순간이다.

그리고 박지성.
박지성은 한국 팀에서 가장 승부차기가 정확한 선수다.
예선 2차전 미국전에서 얻은 페널티킥에도 박지성이 1순위였지만
이미 이천수와 교체된 상태여서 2순위로 잘차는 이을용에게 맡겼었다.
그런 1순위 답게 가장 안정된 슈팅에 성공한다.
승리의 수훈갑 이운재는 한국팀 선수가 슈팅을 할 때
페널티 에리어밖에서 뒤를 돌아앉아 있다. 이운재는 항상 그렇게 한다.
자신의 역할은 오직 막는 것뿐이므로 공을 차는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부담을 적게 가지게 하려도 절대 그 모습을 보려하지 않는다고 한다.
요즘 TV에도 자꾸 리플레이되는 승부차기 장면을 눈여겨보면
우리팀이 페널티킥을 찰 때 라인밖에서 뒤돌아 앉아 있는

이운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 이운재도 마지막 키커인 홍명보가 찰 때는 뒤돌아 서있다 몸을 돌린다.
이미 승리의 확신을 가져서 일까?

 

이렇듯 스페인과의 8강전의 승리의 요인은 승리에 대한 갈망이었다.
누가 더 승리에 대한 갈망이 강렬한가가 승리의 해법이었는데
아쉽게도 스페인은 한국팀에 비해 승리의 염원이 부족했다.
아쉽지만 어쩌겠는가. 그것이 바로 승부인 걸.
그것은 우리만 주인공이 되는 것이 아니라 누구도 그 주인공이 된다.
누구도 패자가 흘리는 눈물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 승부다.

 

 

 

4. 강한자가 이기는게 아니라 이기는 자가 강하다!

 

4강까지 했으니 원없이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대충 독일과 브라질에게 결승은 양보하고 우리는 여유있게

동안 못뛰던 선수들이 뛰는 3/4위전을 즐기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을 했다.
세계 축구의 대표젹인 브라질과 독일은 월드컵에서

단 한번도 맞붙은 적이 없다.
그런 희대의 이벤트를 결승에서 만들어준다면 이번 한일 월드컵이 어느 정도
외국의 관심을 끌어 성공적인 개최를 이루게된다는 생각도 했다.
참 배부른 생각이다.

 

그러다 외국언론을 보다 느끼는 것은 이겨야 강하다는 사실이었다.
월드컵 축구의 질서를 무너뜨렸다는 외신도 있다. 그게 무슨 말인가?
누가 질서를 만들고 누가 질서를 무너뜨린단 말인가?
매번 4강에 올라가는 팀만 4강에 가고 매번 우승하는 팀만 우승한단 말인가?
그러니 아마도 4강전에서 독일에게 진다면(그것도 큰 점수 차이로)
외국 언론은 한국의 우연한 선전을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 실력으로 상대를 압도해야 한다.
지금까지 이루어낸 것이 우연이나 행운이 아니었다는 것을 실력을 보여할 때다.
이번 4강전은 어쩌면 여유속에서 벌어지는 축제가 아니라
예선 첫경기보다 더 중요한 일전이 되어야 한다.
강한자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자가 강하다는 사실이 이제
절실하게 느껴지는 시점이다.

히딩크는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하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