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축구를 보아왔다.
TV중계도 빼놓지 않았고 프로축구도 거의 빠지지 않고 본다.
운동장을 찾는 건 다반사고 축구 때문에 생업에 지장을 줄 때도 있었다.
그렇게 축구를 좋아하는 이유는
당연히 축구의 매력에 흠뻑 빠졌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축구가 좋아서 축구를 찾아다닌 셈이다.
그렇게 축구를 찾아다니며 항상 아쉬웠던 점은
우리나라에는 축구문화라는 것이 없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세련된 축구문화의 단면적인 현상으로
축구전용구장과 홈팀의 유니폼을 입는 관중이 나타나야 된다는 점을 꼽고 있었다.
그런데 이 두가지 기대는 월드컵이 우리 땅에서 열리면서 한번에 해소되었다.
세계 어느곳에 내놔도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축구전용구장,
그리고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붉은 물결.
여기에 한가지 더 보태어 축구장을 찾지 않은 일반 시민들도
빨간 T셔츠 차림으로 다니는게 유행처럼 되었으니
오래전 나의 소박한 바램은 적어도 눈앞의 현실로 이루어진 셈이다.
그러나 어디 그럴까?
오랫동안 기다려온 일들이 눈앞의 현실로 나타난 현상속에는
정작 중요한 축구가 들어있지 않다. 축구는 없고 승부와 애국심만 있을 뿐이다.
참 아쉬운 일이다.
이렇게 아쉬움을 느껴야 하는 이유에는 언론의 무책임하고 개념없는
축구에의 사고가 한몫을 차지한다.
언론에서 보는 축구는 기이한 현상으로부터 유발된 흥미가 주된 소재다.
축구는 없고 현상만 있다. 오늘은 아예 뉴스에서 황당한 보도를 접했다.
15년전 6월 10일에 6월 항쟁으로 시청앞 광장에 수십만 인파가 운집했는데
같은 날인 오늘도 수많은 군중이 모였다나?
6월 항쟁에서 사람이 많이 모인 것과
축구 때문에 시청앞 광장으로 많은 사람이 모인데에는 아무런 공통점이 없다.
단지 사람이 많이 모였을 뿐이고 하필이면 날짜가 같은 날이었다는 것뿐이다.
그것은 아무리 머리를 짜내에 꿰어 맞춰도
이 두가지 사건이 공통으로 가져야 할 아무런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런데도 그날의 화면과 접목시켜 오늘의 상황을 보도하다니
이건 잘못되어도 뭔가 한참이나 잘못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축구를 좋아한다.
그래서 올바르고 세련된 축구문화가 이 땅에 정착되었으면 바람 또한 가지고 있다.
더욱이 월드컵이라는 행사는
그런 개념을 심어주기에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했다.
내가 원하는 것은 국민들이
축구에 대한 것을 알게 하려고 공부를 시키라는 말이 아니다.
15년전 이날 시청앞 광장에 수많은 인파가 모인 이후 처음으로
수십만 인파가 모여야 할
이유가 있었다면 그것이 뭔지 그 이유를 순리적으로 말해달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왜 시청앞 광장에 모였나?
역사에 기록될만큼 의미를 가지면서 왜 사람들이 모였나?
그것은 바로 축구 때문이다.
그렇다면 보도는 '도대체 축구가 뭐길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모이게 했는지를,
왜 사람들이 빨간 T셔츠를 입어야 하는지를,
왜 100만 인파가 거리에 몰려나오게 되는지를 설명했어야 옳다.
그러나 우리 언론에서는 그렇게 보도할 수가 없다. 왜?
그들도 축구가 뭔지 축구문화가 뭔지 모르니 말이다.
이게 세계 16번째안에 들어가기를 갈망하는 나라의 축구문화가 아닌가 싶어
씁쓸하다.
이런 와중에 추구를 즐기자고 외치면 정신 나간 소리가 될 것이다.
그것은 나도 인정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갈망하고 염원하는데 즐길 여유는 없다.
또한 축구를 전쟁처럼 생각하는 것도 잘못된 사고는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16강에 들어가는 것과 전혀 관계가 없는 경기 정도는
즐길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수많은 사람들이 다른 나라의 치열한 접전을 현장에서 보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기에 비하면 그건 아무 것도 아니다.
온 국민이 16강을 목놓아 외치던 날.
나는 왜 사람들이 16강을 목놓아 외치는 지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왜 우리나라가 16강에 들어야 하나요?"
아하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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