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칼럼-인저리타임

<2002 월드컵 특집> 축구문화 - 월드컵 개막식 식전행사

아하누가 2024. 6. 29. 22:42


 

 

축구는 그 역사도 깊고 즐기는 나라도 많다.
따라서 이로 인해 생겨난 문화도 나름대로 그 특성이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축구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나라일수록

그 문화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여
간혹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곤 하는데 바로 우리나라가 그런 경우다.

 

 

월드컵을 공동개최하며 우리는 개막전을,

그리고 또 다른 개최국인 일본은 결승전을 얻었다.
개막전을 맡은 우리나라는 일본의 결승전보다

멋진 개막전을 준비하려고 했음은 당연하다.
여기까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FIFA에 2시간짜리 개막식전 행사를 요청했다. 결과는 노!
그래서 다시 1시간의 시간을 요구했다, 역시 결과는 노!

 

 

잠시 우리가 치루었던 88올림픽과 2년뒤에 열린 1990년 이태리 월드컵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화려하고 웅장한 개막식으로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는 (그것도 우리만의 보도나
생각이었는지 모른다) 올림픽 식전행사에 비해
2년 뒤 열린 이태리월드컵의 식전행사는 단순, 간결 그 자체였다.
따라서 이에 자성하는 목소리가 당시 언론에 많이 비추어졌다.
자성의 요지는 너무 소모적이고 보여주려는 내용이 많다보니

핵심을 보여주지 못한 채 산만해졌다는 분석이었다.

반면 이태리는 간결하게 자신들의 특성을 잘 보여준 행사를 치뤘다.

그러나 사실은 그것 때문이 아니다.

 

축구대회란 축구 경기가 가장 중요한 볼거리다.
따라서 다른 행사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FIFA의 의사이며 또한 축구 문화다.
축구대회에서 축구를 보면 되지 또 뭘 한단 말인가?

그런데도 우리는 FIFA에 개막전 식전행사를 위해 1시간을 요구했다.
그리고 사정사정 끝에 겨우 45분이라는 시간을 얻었다.
다른 경우에는 30분으로 한정하는 것이 관례인데 15분 더 벌었으니

그나마 다행일까?

 

우리가 보여주려는 개막식전 행사라는 것에 대해
나는 아직도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에서 국력과시용으로 실시하는

'보여주는 행사'의 개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거기에 축구의 ㅊ자도 모르는 사람들이 연출과 진행을 하니
이 얼마나 열악한 축구문화인가.
그러니 개막식 전야제라고 보여준 이벤트에 치어걸이 나오지 않은가.
치어걸이 나오면 왜 안되느냐고?

축구란 모든 사람들이 축구에 집중하면서 경기를 즐기고 승부를 즐기는 경기다.
모든 사람이 관중이며 또한 선수인 셈이다.
축구에서 경기장을 쳐다보지 않고 관중석을 쳐다보는 사람은

안전을 위한 경찰밖에 없다.
축구의 응원은 모두가 경기장을 바라보며 한다.
경기장을 등지고 있는 사람은 당연히 없다.
축구를 보러 왔다가 응원을 하는 것이지 응원을 하러 온 것이 아니다.
더욱이 치어걸은 축구와 친하지 않은 미국 스포츠에서 건너온 것이다.
그러니 우리 고유의 문화 또한 아니다.
이게 우리 축구문화의 단면적인 예다.

 

우리나라의 축구문화는 너무나 열악하고 척박하다.
축구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애정이 있으면 저절로 생기는 게 축구문화다.
그렇지 못한 환경은 기형적인 축구문화를 낳는다.

지금 우리가 바로 그 모습이다.

월드컵 개막식을 하루 앞둔 오늘.

인터넷으로 입장권을 구입할 수 있는 사이트에 가보면
아직 수많은 경기의 입장권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한국전 3경기, 중국전 3경기, 준결승 1경기,

16강전 1경기를 제외하곤 모두 구입할 수 있다.
어쩌면 개막식에 빈자리가 생기는 민망한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반면 일본은 단 한 경기도 좌석이 남지 않았다.
빈부와 인구수의 차로 해석될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미안한 얘기지만 우리에게 축구문화란 없다. 아니, 우리에겐 축구란 없다.
다만 승부만 존재할 뿐이다.

 

 

 

 

 

 

 

 

아하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