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칼럼-인저리타임

2002월드컵 D조 예선 2라운드 한국 : 미국

아하누가 2024. 6. 29. 22:43


 

1. 아쉬운 경기, 그러나 냉정한 결과

 

1:1로 경기를 마친 데 미국전은 아쉬움이 남는 경기다.
하지만 조금만 더 냉정히 생각해보면 앞서 참여한 4번의 월드컵에서도
이 정도의 아쉬운 경기는 많이 있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아마 생생히 떠오를 것이다.
오히려 이 경기를 지지 않은 것이 다행일 수도 있다.

이 경기에서 보여준 미국의 전력은 매우 탄탄하다. 전술 또한 뛰어나다.
한국이 1차전 승리의 여세와 홈 관중의 열기를 모아
초반부터 밀어부치는 전략을 구사했다면

이에 대비한 미국의 전술이 매우 이상적이다.
수비를 튼튼하게 하고 빠른 기습으로 선제점을 올리겠다는 전술이었는데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졌다.
미국이 반드시 이기려는 모습이 별로 보이지 않은 것으로 보아
이 전략은 제법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후반에 교체된 선수들이 득점력을 갖춘 선수들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수비를 갖추면서 나름대로 승부를 한번 걸어보려 했던 것 같다.
 


미국은 제공력이 뛰어나다.
특히 중앙 수비수들은 신체적인 조건이나 대인마크 능력에서도 우수하다.
한국팀의 공격이 잘 먹히지 않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고
지난 1차전에서 강팀 포루투갈이 미국에 일격을 당한 것도 바로 이 이유였다.
TV를 통해 하이라이트 장면을 되풀이하면 아쉽게만 느껴지지만
하이라이트는 경기의 흐름을 분석하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적절한 비유일지 모르지만 하이라이트를 음반에 비유하면 ‘히트곡 모음’ 앨범이다.
그런 음반을 들으면 음반을 구성한 전체적인 흐름을 놓치게 된다.
마찬가지로 하이라이트만 보면 아쉬운 장면이 여럿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게 실력이고 그게 능력이며

바로 그것이 결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 축구다.
월드컵 16강은 이렇게 힘들다.

 

 

 

2. PK 실축

 

축구를 본 모두가 아까워하는 부분이지만 생각보다 그 아쉬움은 크지 않다.
그 이유는 PK 상황이 정당하긴 했지만
왠지 개최국 어드벤티지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키커를 정하는데도 약간의 혼선이 있었다.
우선 먼저 생각할 수 있는 키커는 킥이 정확한 선수보다

담력이 큰 선수가 우선이다.
그리고 그 다음이 경험이 많은 선수이며 그 다음이 자신감이 있는 선수의 순으로
키커를 정해야 한다. 킥의 정확도는 그 다음이다.

 

1974년 서독 월드컵 결승. 0:1로 뒤지고 있던 서독팀이

상대의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얻었다.
헬무트 쉔 당시 서독 감독은 전문 키커를 찾았지만
예선에서 한번 실축한 경험이 있는 키커는 꼬리를 내리며

선수들 뒤로 모습을 감췄다.
이때 자신있게 공을 차겠다고 나선 선수가

수비형 미드필더 파울 브라이트너였다.
쉔 감독은 자신있는 브라이트너의 모습에 승락의 사인을 했고
브라이트너는 자신있는 슛으로 득점에 성공, 이후 역전승에 일조한다.

 

 

이런 기억을 떠올리며 이날의 장면을 보니 이천수가 자신이 직접 차려고
공을 가져다 놓았다. 그리고 선수끼리의 약간 우왕좌왕.
벤치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여겨지고 이에 이을용이 키커로 나선다.
국내 프로리그에서 보여준 이을용 선수는 킥이 정확하고 뛰어나다.
그러나 결국 실축. 이후 힘든 경기를 계속하게 된다.
만약에 벤취의 지시가 맞다면 왜 벤치는 킥이 정확한 선수를 지명했을까?
앞에서 말한 키커의 자격 순위라면 유상철 - 이천수 - 홍명보 순으로
키커를 정했어야 한다.
페널티킥을 얻은 선수가 직접 차지 않는다는 일종의 축구의 징크스를 고려해서
황선홍 선수를 제외한다고 해도 그렇다.
득점을 못한 것이 아쉬운 것보다 키커의 선정이 아쉽다.

 

 

 

3. 정말 아쉬운 장면

 

정말 아쉬운 장면은 전반 초반 황선홍의 크로싱을 받은 설기현의 슛이다.
그건 경기 시작후 얼마되지 않은 시간이라 반드시 넣었어야 하는 찬스였다.
그 슈팅이 득점과 연결되었다면 경기 흐름 자체가 달라졌을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경기 종료 직전 이을용의 왼쪽 돌파에 이어

패스를 받은 최용수의 슛. 이게 정말 아쉽다.

이 슈팅이 성공되면 페널티킥의 실축 부담을 안고 있던 이을용이나
결정력 부족에 시달이는 한국팀의 새로운 대안,
그리고 최용수 개인적인 감각 고조가 이어져

팀에게는 승점 이상의 엄청난 효과가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모든 기쁨과 열정, 환희의 순간이 마련된 최상의 시나리오였는데 말이다.

 

많은 기회를 놓친 설기현 선수는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
결정력 부족이야 어쩔 수 없다.

그나마 그렇게 열심히 뛰니 찬스도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선수마다 약한 점이 있게 마련이다.
근성이 약간 부족하고 대담하지 못한 것 같지만 그거야 성격이니 어쩌겠나.
현재 대표팀에서 설기현의 자리에 내세울 수 있는 대안도 만만치 않다.
최태욱, 차두리는 아직 부족하고 경험도 없다.
축구 경기에 있어서 교체란 없는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
부상 당하는 선수가 없다면 스타팅으로 나선 선수가

90분을 모두 소화해야 하는 것이 축구다.
따라서 누가 감독이라도 설기현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늘의 아쉬운 장면들이 3차전에서는 말끔이 날려버릴 수 있게 되길 바란다.
그게 아마 3차전 경기의 맥이 될 것이다.

 

 

 

4. 향후 전망

 

한국이 속한 D그룹은 딱히 큰 실력 차이가 없다.
대부분 한골차의 실력으로 그 차이를 낼 것이다.
폴란드와 포루투갈의 경기를 봐야겠지만 폴란드의 경기력도 만만치 않다.
마찬가지로 포루투갈이라고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그러니 다른 팀의 결과에 연연치 말고 3차전인 포루투갈에서 좋은 경기를 하자.
이 정도 분위기라면 정면 대결도 어렵지 않다.
미국 : 포루투갈전을 직접 보았지만 포루투갈이 미국 보다 강팀이라고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한국 대표팀에겐 반가운 소식도 있다. 뭐냐고?
3차전에는 국가 대항전 경기(그것도 중요한 타이틀이 걸린)에 참관시
90%의 한국 승리 기록을 가지고 있는 내가 직접 ‘승리의 땅’ 인천으로 향한다.
내가 직접 갔는데 진 경기는 1997년 한국 : 일본 월드컵 예선 최종전
(잠실 - 그러나 그것은 이미 월드컵 진출이 확정된 뒤였다),
전주 월드컵 개장기념 경기인 대 세네갈전(의미없는 친선경기다) 뿐이다.
지난해 컨페더레이션 경기에서 한국이 2승 1패를 하고도

아쉽게 조 예선에서 탈락했지만 그 2승의 현장에도 내가 있었다.

그리고 이후도 걱정말라.
조 1위 통과든 조 2위 통과든 16강전 티켓도 이미 준비되어 있다.

이제 나는 ‘승리의 땅’ 인천으로 간다.
승리의 땅 인천이 ‘영광의 땅’이 될 것이다.

 

 

 

 

 

 

 

아하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