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칼럼-인저리타임

브라질과 축구

아하누가 2024. 6. 29. 22:29


 


브라질이라는 나라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아마도 이 질문에 약 90%의 사람들은 축구를 떠올린다.
그리고 9%는 경제적 위기를 떠올린다.

나머지 1%는 번쩍번쩍 빛나는 장식물로 가득한
비키니를 아슬아슬하게 입고 엉덩이를 심하게 흔들어 대는,
이른바 삼바춤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그 사람은 브라질이라는 나라를 알려고 하기 보다는 심한 몸동작에 의해
혹시 비키니가 벗겨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가득차 있으므로

이 경우는 일단 제외한다.

 

 

물론 말도 안되는 통계지만 브라질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축구를 좋아하는지
새삼 설명할 필요도 없을 만큼 전세계에서 알아주는 대표적인 축구 국가다.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까지도 대통령 이름은 몰라도 축구선수 이름은 줄줄 왼다니
이야 말로 대단한 광들 아닌가? (물론 축구 얘기가 화제가 되는 경우에만 대단하지
국가관이나 애국심에 대한 화제에 그런 얘기가 나오면

아주 싸가지 없는 국민이 된다.)


뿐만 아니라 월드컵이 있는 해에는 국민총생산의 3%가 떨어지는 영향을 받는다니
축구에 관한한 다 미친 사람들이라 해도 좋을 것 같다.

 

어디 그뿐인가?
세계 최대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이 있고,

우리는 16강에도 못들어 본 월드컵에서
자그마치 4번이나 우승했으며 이적료만 몇백억씩 되는 선수가 즐비하니 말이다.
심지어 국기에 들어가는 눈깔사탕 같이 생긴 동그란 모양을 축구공으로 바꾸자는
의견이 국회에 상정될 정도였다니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보니 이 나라는 축구를 가장 잘 하는 나라뿐만 아니라 축구에 관한 문화에서도
세계 최고가 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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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라는 종목은 다른 스포츠와는 달리 점수가 많이 나는 경기는 아니다.
그래서 득점이 되는 순간, 득점자를 비롯한 선수들은 환희와 기쁨이 섞인
격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를 <골 세레모니>라고 하는데,

이는 축구의 매력을 한껏 더해주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아프리카 선수들은 주로 자신들의 민속춤을 추기도 하고
중동 선수들도 특유의 몸짓을 보인다.
또한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 동작도 있는가 하면

일본의 ‘미우라’라는 재수없는 놈처럼 오도방정을 떠는 선수도 있다.
따라서 이 골 세레모니는 점점 더 기이해지고 개성적인 모습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지난 98 프랑스 월드컵 예선이 한창일 무렵
브라질 축구협회에서는

축구의 건전한 진행을 위한 선수들의 행동지침을 발표한 적이 있다.
주로 골 세레모니에 관한 것으로 지나치게 경기를 지연시킨다던가 또는
관중들을 흥분시키지 못하게 규정을 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골을 넣고 관중석으로 뛰어가지 말것,

춤을 추거나 이상야릇한 행동을 하지 말 것 등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그런데 그 내용중에는 이런 규정도 있다.

 

‘골을 넣고 운동장 뒤로 돌아가 공중전화로 전화 걸지 말 것’

 

저런 정도의 장면을 연출할 선수라면 축구선수 때려치고 연예인으로 나서도
크게 성공할 것 같다. 이런 단면적인 한장면만 보아도 브라질이란 나라는
역시 축구 문화가 발달한 나라인 것 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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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브라질 국가대표팀이 우리나라를 방문해서 친선경기를 했는데
상대가 세계 최강의 팀임에도 주눅들지 않고

대등하게 맞선 우리나라가 1:0으로 승리했다.
물론 중요한 타이틀이 걸린 경기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브라질과 맞서서 승리한
최초의 아시아국가라니 웬지 모를 좋은 기분이 든다.
조금 더 좋은 성적을 거두어서

노란색의 브라질 유니폼을 보고 겁을 낼게 아니라
붉은 색의 우리팀을 보고 브라질이 겁을 먹게 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축구의 선전을 기대하며 글로나마 작은 성원을 보낸다.

 

 

 

 

 

 

 

 

아하누가

종료직전 김도훈의 결승골로 1:0으로 이긴 경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