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칼럼-인저리타임

예비전력이 바로 그 팀의 전력이다

아하누가 2024. 6. 29. 22:27


 


      나는 일요일 아침마다 축구를 한다.
      각자 직업이 있는 순수한 아마추어로 구성된 팀이지만
      그래도 가끔씩 대회에 참가해서 실력도 가늠해보기도 하고
      또 타이틀이 걸린 대회를 통해
      조금 더 진지하게 축구를 대하는 법을 배우곤 한다.      
     
     
      하지만 그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이 드는 것이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불참하는 동료들이 생겨
      언제나 최상의 전력을 갖춘 채 대회에 참여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한번은 주전 스트라이커가 대회에 불참하게 되고 또 다른 경우엔
      주전 골키퍼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참가하지 못하는 식이다.
    
      그 사실은 대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겐 몹시 안타까운 사실로,
      참가하면 반드시 우승을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최상의 전력으로 가지고 있는 실력을 가늠해보고 싶은
      생각이 늘 아쉬움으로 남게 된다.
 
     
      얼마 전 내가 속한 팀이 어느 아마추어 축구대회에 참가했는데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으로 일찌감치 탈락하고 말았다.
      동료들이 모여 나름대로 패인을 분석했지만
      결론이라고는 누구 누구가 안나와서 그랬다는,
      늘 하는 결론밖에 없었다. 그때 한 동료가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
 


          "예비전력도 전력이야....."
 
 
      아마추어 축구팀에서 나온 얘기치고는 축구를 대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교훈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얘기라는 생각이다.
      우리는 가끔 국제 경기에서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의 구성에
      안타까움을 느낄 때가 많다.
      그 안타까움의 대부분은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가 부상 등의 이유로
      참여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더욱이 그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끝나게 되면
      그 안타까움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져
      마치 그 선수가 참여했으면 훨씬 좋은 성적을 거두었을 것만 같은
      아쉬움으로 남게 된다.
     
     
      하지만 이를 냉정히 생각해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
 
      우선 첫 번째 이유로는 우리가 상대한 그 어떤 나라도
      우리가 아쉬워 하는 그것처럼 그런 전력의 미비함은
      반드시 있을 것이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그렇기 때문에 최상의 전력을 갖추고 대회에 참여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결론이다.
      그렇다면 상대에게 이길 수 있는 전력이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예비전력의 능력이 그 팀의 능력인 셈이다.
 
     
      이 단순하고도 현실적인 논리는 비단 아마추어 팀뿐만 아니라
      국가대표팀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축구란 이런 것이 아니던가?
      아마추어 축구나 국가대표 축구나 똑같은 규칙과 논리가 적용되고
      똑같은 변명을 하게 되고 똑같은 아쉬움을 남게 하고....
 
 
     
                       *          *          *
 
 
 
      우리나라 프로축구에는 중요한 변수가 하나 있다.
      바로 국가대표 선수의 차출이 그것이다.
      팀의 핵심 선수들이 빠지게 되는 이 현상은 다른 축구선진국에 비해
      국가대표 소집 기간이 상대적으로 긴 우리나라의 특성이 반영되어
      프로팀의 입장에서는 리그운영에 중요한 변수가 된다
      또한 팬의 입장에서도 아쉬움은 마찬가지여서
      팀의 핵심 선수인 스타 플레이어들이 빠져나가니
      자칫 경기가 맥빠진 경기가 될 것이라 판단하여 경기를 관전하는
      마음가짐도 느슨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는 매우 위험한 생각이며 또한 잘못된 발상이다.
     
      국가대표로 차출된 선수의 빈자리를 채우는 또 다른 선수의
      마음가짐은 관중들의 느슨한 마음과는 정반대로 의욕에 넘쳐있다.
      또한 리그에 참여하는 프로팀은 어느 팀이나 마찬가지로
      국가대표팀의 차출이라는 이유로 경기를 느슨하게 하려는 팀은
      단 한 팀도 없다.
 
      예비전력도 전력이다. 아니, 예비전력이야말로 팀의 경기력을
      가늠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척도일 수 있다.
      오히려 대표팀으로 차출된 선수들의 빈자리를 어떻게 메우는지
      지켜보는 일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또한 그런 기회가 잠시 관심에서 멀어진 선수들을
      다시 한번 지켜볼 좋은 기회이기도 하며 신인과 젊은 유망주들의
      활약을 관심있게 지켜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인 셈이다.
 
      축구 팬들이여. 국가대표선수들이 소집되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우리의 프로축구장으로 가자.
      우리의 프로팀들은, 그리고 우리의 프로선수들은 언제나
      좋은 경기를 위해 기회를 기다리고 있는 좋은 선수들이다.
     
      예비전력이 강한 팀이 축구를 잘하는 팀이다.
      예비전력은 구단의 투자만으로 강해지지 않는다.
      사람들이 많은 경기장에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경기에 임할 때 예비전력은 저절로 강해진다.
 
     
      이래도 맘이 설레지 않은가?
 
 
 
 

 

 

 

 

 

아하누가

오래전 글이라 약간 문제가 보인다. 국가대표 차출은 어느 리그나 문제가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