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칼럼-인저리타임

펠레스코어

아하누가 2024. 6. 29. 22:24


 


펠레스코어라는 말이 있다.
축구황제 펠레가

'축구는 3:2 스코어의 경기가 가장 재미있다'라고 한 말에서 비롯된 것으로,
관중들이 보기에 득점상황도 많으니 박진감 있는 경기라는 이유도 있고
또한 거기에 펠레라는 인물의 무게에도 의미가 있어
매우 신뢰감이 있는 말로 알려져 있다.

 

 

3:2 스코어의 경기란 앞서 설명한대로 경기의 박진감은 물론
축구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득점이 적당한 간격으로 이루어지니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가 흔히 펠레스코어라고 부르는 그 경기가
재미있는 경기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펠레의 의도와는 전혀 달리 그 단어와 또 그 단어의
잘못된 해석으로 인해 지금 현재 우리나라 프로축구는
매우 곤란한 입장에 처해있다.
마치 득점이 많이 나지 않는 경기는 경기력이나 경기의 박진감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오인되는 것이 바로 그 단면이다.
그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심화되어
0:0의 무득점 경기라도 있는 날이면 마치 축구라는 스포츠를
헛 힘만 쓰는 운동으로 치부되어 버리는 현상까지 생겨나고 있다.
축구를 보는 사람들은 점점 축구에서는 멀어지고
득점에만 가까워지려 한다. 이것은 축구의 본질을 훼손하고
축구를 보는 기본적 관점을 흐리는 것으로
이러한 개념과 선입견은 향후 축구가 발전하는데
커다란 지장을 안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일반 축구 팬들이 왜 그렇게 득점에 민감하게 되었을까?

그것은 크게 두 가지의 윈인이 있다.
우선 첫 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 때문이다.
흔히 일반 축구 팬들이 축구에 대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매체는 신문이나 방송으로
이는 축구를 보는 사람이나 또는 축구에 관심을 가지려는 사람에게
매우 중요한 정보의 제공 및 개념의 정립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그런 언론에서 축구 경기의 평을 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것이 '득점이 많이 나야 좋은 경기'라는 보도다.
과연 득점이 많이 나야 좋은 경기일까?

이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 축구 팬들에게 잘못된 선입견을 안겨 주었다.

또한 축구라는 운동의 개념 정립에 있어도
용서받지 못할 중대한 실수를 했다.
재미있는 경기란 득점의 많고 적음으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어설픈 패스로 공격 기회를 넘겨주는 경우가 적고,
공격시 슈팅으로 공격이 마무리되는 횟수가 많으며,
전술에 의한 수비, 개인 기량의 우수성, 팀의 조직력 등이
주요 관람 대상이어야 하고 또 이것들이 잘 이루어진 경기가 바로
좋은 경기다.

 

하지만 불행히도 지금 우리의 축구는 모든 것을 득점의 숫자 표기로
말하고 있으며 또한 언론들은 공격축구를 지향해야 한다며
득점 많은 경기에 관중이 몰린다고 축구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
다른 어떤 경기에서도 득점이 적었다고 볼거리가 없었다고 하는
경기는 우리나라의 축구밖에 없을 것이다.
일반 팬들이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축구를 모르는 채로
축구를 보도하는 우리나라의 언론 때문이다.
언론이 축구에 관한 내용을 보도함에 있어서 축구에 대한 본질을
다룰 수 있는 신중함을 요구한다.

 

 

득점 많은 경기가 좋은 경기라는 선입견에 일조한 또 하나의 이유는
중계방송의 무책임한 해설자 때문이다.
불행히도, 매우 불행히도 우리는 좋은 해설자의 해설을 들을 기회가
많지 않았고 또한 좋은 해설을 하려고 노력하는 방송을 만나지 못했다.
선수의 경력이나 개인적 습성을 말해준다고 해서
좋은 해설자일 수는 없으며 생소한 단어 몇 개를 꺼집어 내어
자신의 지적 우월감을 자랑하듯 말한다고 해서
좋은 해설자는 결코 아님에도 우리는 그런 해설을 들어왔다.
그런 자질없는 해설자의 해설중 특히 '어서 득점이 나야 한다'며
마치 득점 없는 경기가 느슨해지고 있는 것으로 해설을 하며
또한 득점이 많은 경기를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는 경우를 흔히 본다.

축구는 득점을 해야 이기는 경기고 득점이 나지 않으면
승부를 가릴 수 없는 경기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득점을 이루기 위해 진행되는 것이 실질적인 축구요,
따라서 이에 대한 해설은 없고 득점 상황에 대한 부연설명만 있다면
그것은 이미 축구를 해설하는 사람이 아니다.
축구 해설가는 단순히 중계방송에 나와 말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
축구중계의 해설자는 일반 축구팬들이 축구를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정보이며 또한 지침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그렇게 막중한 책임을 가지고 있는 해설가들이 과연 지금
그 역할을 할까? 곰곰이 생각해도 인정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렇듯 축구의 대한 본질적 개념을 제대로 인식되지 않는 한
우리나라 프로축구의 앞날은 어둡기만 하다.
유럽리그처럼 무승부 경기가 절대로 인정되지도 않을 것이며
챔피언 결정전 없이 단일리그로 순위를 매김하는 방식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심지어 0:0의 경기는 축구가 아니라고 할 것이다.
축구가 가진 돌쇠같은 매력을 팬들이 느끼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한
프로축구는 우리에게 너무도 멀리 있다.
무득점의 경기가 제대로 해설되는 언론을, 그리고 무득점의 경기를
상세히 설명할 수 있는 언론과 해설자를 원한다.

이런 상황에서 프로축구에 구름 관중이 오기를 기대하는 것 또한
도둑놈 심보다.

 

 

 

 

 

 

 

 

 

아하누가

아마도 21세기 이전에 쓴 그린 듯^^

 

 

 

'축구칼럼-인저리타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예비전력이 바로 그 팀의 전력이다  (0) 2024.06.29
유니폼과 축구 문화  (0) 2024.06.29
[100%승률전략] 프리킥으로 페널티킥 만들기  (0) 2024.06.29
축구와 나 (2)  (0) 2024.06.29
축구와 나  (0) 2024.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