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센 마누라는 여자보다 아름답다

새마을금고 여직원 사건

아하누가 2024. 6. 26. 00:28


 

“여보, 호신술 몇 개 대충 가르쳐줘요~”

 

 

호신술?
갑작스러운 아내의 질문에 정신이 몹시도 혼미해졌다.
나의 상식으로 알고 있는 호신술이라 함은 연약한 여자가 힘의 우위로 인해
남자들에게 피해를 입지 않으려고

최소한의 자기방어를 위해 하는 일종의 무술 아닌가?
하지만 그것이 확연히 드러나는 남녀간 힘의 우열에서나 정상적으로 통하는 대화지,
지금 아내가 하는 말은 상황을 억지로 적용시켜도 적당한 표현이라 할 수는 없었다.


 

“아니? 당신이 무슨 호신술이 필요하다 그래?”


 

점잖게 대답했지만 속으로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정말 호신술을 배울 사람은 바로 나다. 나!’

 

 


* * *

 

 


무슨 이유인가 들어보니 얼마전에 있었던,
새마을금고에 들어온 강도를 여직원들이 맞장 떠서 쫓아냈다는 바로 그 사건에
아내는 몹시도 흥분해 있는 상태였다.
그러면서 하는 말인 즉 그 여직원들의 대응이 용감하긴 했지만 실속이 없었다는,
나름대로의 논평을 침을 튀어가며 내게 말하고 있었다.
강도가 강도짓을 하는 것을 제지하는 것만이 그 임무를 다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완벽하게 범인을 제압하여야 한다는 것이 바로 아내의 주장이요 논리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상황을 가상하여 내게 호신술을 가르쳐 달라는데
호신술에 대한 것이라곤 무릎꿇고 비는 거,
그리고 도망가는 것 밖에 모르는 내가 무슨 호신술을 가르쳐 준단 말인가?
또한 호신술이란 자신의 방어에 그 촛점이 있는 거지 지금의 경우처럼
사람 하나 때려잡으려는 게 호신술인가?
그런 건 군대가면 ‘특공무술’이라고 부른다네....이 사람아.....


 

“어이구, 저거 나한테 안 걸리나?...”

 


다행히 호신술을 가르치는 것은 슬며시 넘어갔지만 TV프로에
새마을 금고 여직원이 범인과 싸우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아내는 목을 좌우로 젖히며
손끝에 힘을 주고 부드득 부드득 뼈마디 엇갈리는 소리를 내곤 했다.
그럴 때마다 그 소리에 귀언저리 부분이 바르르르 떨리곤 했으며
한편으론 ‘뼈와 살이 타는 밤’이라는 저질 에로 비디오 제목이
절대로 야한 느낌을 주긴커녕

폭력 괴기물의 제목처럼 새삼스레 떠 오르기도 했다.


 

* * *

 


올해는 이상하게도 비슷한 사건이 동일한 장소에서 두개나 터지는 바람에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기도 하고 또한 많은 논란을 가져오기도 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러한 사건의 결론은 모두 이 땅의 강한 여성들이라는 것으로
귀결되는 것 같다.


어쩐지 올림픽이나 아시안 게임의 결승전을 볼 때 여자 종목이면
왠지 마음이 든든하기까지도 했다.

한편으론 이 땅의 여자들에 경의를 표한다.

하지만 TV에 보도된 것 처럼 그 사건은 그리 간단한 사건은 아니다.
불행중 다행히도 그 때의 강도가

나름대로 인격(?)을 갖춘 초보강도였으니 망정이니
문자 그대로 강도였으면 어찌됐을 것인가?
그 생각만 하면 아직도 머리가 어질어질하면서 아찔한 생각이 절로 든다.
여자들의 용감한 모습을 보지 않아도 좋으니
그런 일들은 이 세상에 더 이상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 *

 


오늘도 아내는 출근을 한다.
강도를 맨손으로 때려 잡으려는 생각을 하면서 출근을 하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모습에 왠지 슬픈 사회적 현실을 느끼곤 한다.
그리고 나는 여자는 여자로서, 아내는 아내로서 자신의 맡은 일에 충실하는 것이
훨씬 더 아름다와 보일 수 있는 사회를 꿈꾼다.


 

아내는 새마을 금고 직원이다.

 

 

 

 

 

 

아하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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