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직장에는 여직원회라는 것이 있어서 많지 않은 인원의 여직원들끼리
친목을 도모하기도 하고 애경사 때 부조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내가 다니던 회사는 여직원들이 대부분이어서
오히려 남직원회라는 게 있었다.
마찬가지로 이 남직원회 역시 친목을 다지기도 하고
애경사 때 힘을 합쳐 서로 돕기도 한다.
그런 남직원회는 매년 여름이면 단합대회 형식과 보신이라는 명목을 빌어
1박 2일로 놀라가곤 하는데…….
* * *
그 해에도 여지없이 같은 장소에 도착했다.
신입 사원들은 주로 보신탕 요리를 담당하는데 대단한 일은 아니고
매년 하던 대로
그저 주인 아주머니가 만들어준 요리를 담은 커다란 가마솥 앞에서
서너 시간 푹 끓이는 것을 지켜보는 것뿐이다.
그런데 그 해는 어찌된 일인지 신입 사원이 아닌
과장 두 사람이 그 일을 담당하고 있었다.
이유인 즉 시장에서 개고기를 사올 때 수캐의 은밀하고도 중요한 부분을
몇 개 사왔다는데 자신들이 꼭 그것을 먹어야만 하는 이유 때문에
행여나 남에게 빼앗길까 봐
요리를 한다기보다는 가마솥 앞을 지키고 있는 중이었다.
“이봐 김과장, 당신은 왜 자꾸 여기 서 있어? 가서 놀라구!”
“허허 이 사람이? 자네는 딸 하나지? 나는 딸만 둘이라는 거 몰라?”
그렇다.
이 두 과장은 딸만 있는 사람들인데
여기에 놀러오기 전 선배들 앞에서 근거 없는
거짓말하기 좋아하는 내가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개의 그 부분 요리를 먹으면 아들을 낳는다고.
물론 어디서 들은 적도, 확인한 적도 없었고 동물의 왕국은 물론
CNN이나 뉴스위크지에도 소개된 적이 없는 완벽한 거짓말이었다.
그랬더니 들을 때는 어이없다는 듯이 웃던 사람들이 막상 그 상황이 오니까
당시 아이도 없는 근거 없는 내 거짓말을 맹신하게 되었던 모양이다.
“이봐, 박과장! 자네는 지금 둘째를 가진 상태라며? 근데 이 거 먹는다고
이미 가진 애가 아들로 바뀌남? 그러지 말고 가서 족구나 하라구.”
“허허 이 사람이……. 이거 먹으면 딸도 아들로 바뀐대.”
“누가 그딴 소릴 하나?”
“김은태 대리가 그러던데?”
“이런…….”
하지만 두 사람의 집착은 보통 사람들의 상상을 넘고 있어서
이제는 말릴 수도 없는 상황이 되었다.
농담도 사람 보아가며 해야겠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저 두 사람을
계속 혼돈의 세상으로 꼬셔야겠다는 악랄한 생각도 들었다.
이 두 사람은 커다란 가마솥 속에
자신들이 목표로 하고 있는 그것(?)이 섞이는 사태를
막기 위해 철사로 잠자리채 같은 망을 만들어 솥에 담그고
그 끝을 기다랗게 늘어뜨리고는 솥 밖에서 꼭 쥐고 있었다.
참으로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비장한 장면이었다.
또한 대충 익혀서 먹으면 될 일인데도 혹시나 부정이나 타지 않을까 고민하며
다른 요리만큼 익혀야 한다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그들의 광적인 집착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서너 시간 동안 그 철사 끝을 잡고 있는다는 것은 불가능하여
어느 덧 몇 명의 손으로 넘어가게 되었고 급기야 철사가 솥에 빠지는 일이
몇 번 반복되고는 그물처럼 만든 철사 안에 담아둔 그것(?)은
커다란 솥 속의 다른 것들과 섞여버리는 불상사가 발생하고야 말았다.
그날 저녁 그 두 사람은 그 많은 보신탕을
남이 보기에도 무서울 정도로 먹기 시작했다.
깊은 밤이 되면 그 동네 개들이 다 뛰쳐 나올 것만 같았다.
모두들 식사를 끝냈음에도 그 두 사람은 자리를 지키고 앉아 계속 그릇을 비우면서
다른 그릇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땀을 흘리며 족구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에도 두 사람은 같은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러던 중 소주나 한잔 하자며 둘러 앉은 자리에서 내 앞에 놓인 그릇에서
한 숟가락을 뜨는 순간 이상한 건더기가 딸려 올라왔다.
생긴 게 좀 이상하면서 한편으론 그리 낯설지 않은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막상 먹기에 그리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미 숟가락을 들고 있었고 남들의 시선도 있고 해서 아무 생각 없이
입으로 가져가 꿀꺽 삼켰다.
그 순간 커다란 외침이 두 사람의 입에서 마치 만화 영화 마징가 제트에 나오는
아수라 백작의 목소리처럼 아수라장치듯 들려왔다.
“안 돼~~~!!!~~!!!!~~~~~”
두 사람은 물론 그 두 과장이다.
* * *
그 일이 있고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이 흘렀을 때 나는 그 회사를 그만 두었다.
아직도 남직원회가 있는지, 요즘도 그렇게 여름이면 몸 보신하러 놀러 가는지
그리고 그 두 과장이 아들을 낳았는지 딸을 낳았는지는 모른다.
다만 내가 알고 있는 것은
그 뒤로 나는 후연이라는 튼튼한 아들을 보았다는 사실뿐이다.
아하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