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의 낮은 아름답다

점심 식사

아하누가 2024. 6. 26. 00:04


 


잘 알고 지내던 선배로부터 점심 식사나 함께 하자는 연락이 왔다.
오랜만에 만나는 선배이기도 해서 점심 약속이 있으니 조금 늦겠다고
미리 부장님께 말씀드리고 회사를 나서려는데 굵은 빗줄기가 퍼붓기 시작했다.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데 어떻게 식사하러 가죠?”

 

 

전화로 선배에게 물어보니 그리 큰 일이 아니라고 하면서
비빔밥을 맛있게 하는 집이 있는데 배달도 해준다며 사무실도 구경할 겸
한 번 들르라는 것이었다.
이제 개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사무실인데 그 동안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점이
미안하기도 해서 찾아가기로 하고,

지하철을 타고는 그리 멀지 않은 선배 회사에 도착했다.

 

하지만 선배 사무실 상황이 식사를 하기에 적당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몇 명 안 되는 직원들이지만 모두들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으며
한 가운데에 있던 선배는 계속 호통에 가까운 큰 소리를 치고 있었다.
무언가를 잊어버린 모양인지 직원 모두가 잔뜩 긴장된 얼굴로
그 무언가를 정신없이 찾고 있었다.

 

 

“뭐 찾는데 그래요? 저도 좀 도울까요?”


“응……. 컴퓨터 메인보드가 들어 있는 박슨데…….

  넌 잘 모를테니 도울 건 없어.”

 

 

컴퓨터 관련 업계의 사무실이어서 그런지 무엇하나 잊어버리면
쉽게 찾을 수 없을 것만 같은 구조였다.
모두들 하던 일을 멈추고 메인보드가 들어 있는 박스를 찾고 있었다.
책장 위에서 책상 밑까지 여기저기 이 잡듯이 뒤지는 직원들을 보며
갑자기 돼지도 지저분하다고 놀릴 것만 같은 사무실의 내 책상이 떠올랐다.
어서 빨리 사무실로 돌아가서 말끔이 정리해야 겠다는 생각도
그 짧은 순간에 아울러 들었다.

 

 

“여기 찾았습니다!”

 

 

누군가 마치 노다지라도 발견한 듯한 흥분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자
침울하던 사무실 분위기가 금방 밝아졌다.

 

 

“그러니까 중요한 건 잘 보관하라 그랬잖아!”

 

 

선배는 그나마 찾은 것이 다행이라는 안도 섞인 말투로
직원들에게 남은 꾸지람을 하고 있었다.

나도 안심이 되었다.
남의 집이나 회사에 방문했을 때 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지면
그것이 꼭 방문자의 탓인 것만 같은 생각이 들곤 하기 때문이다.

 

 

“많이 기다렸지? 이제 밥이나 먹자구.”

 

 

선배는 흥분이 다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는 아까 전화로 말하던, 맛있다는 그 비빔밥집으로 전화를 걸어
음식을 주문하는데 난 그만 큰 소리로 웃고 말았다.

컴퓨터 메인보드 박스에는 그 음식점 전화 주문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아하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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