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은 항상 컨디션이 좋지 않다.
잠이 모자란 것은 물론이고 자꾸만 휴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심리적인 부담까지 안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엊저녁은 집들이하는 친구 집에 갔다가 늦게까지 고스톱과 씨름하느라
평소보다 잠이 모자랐던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믿고 있는 것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근무 시간 중에 잠시 틈을 내어 사우나에 다녀오면 퇴근 시간까지는
충분히 버틸 수 있는 체력 유지가 가능하다는 뻔뻔하고도 얄미운 계산이었다.
근무 시간을 이용해 사우나에 간다는 사실은 몹시도 즐거운 일이다.
피로를 잠시나마 푸는 것은 물론이고 뿐만 아니라
근무 시간에 일 안 하고 사우나에 간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즐거움은 다른 어떤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훔친 사과가 더 맛있다는 싸구려 저질 비디오의 제목이
불현듯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사무실 안을 예리하고도 냉철하게 둘러보았다.
여직원이 5명, 남직원이 3명, 그리고 평소 친하게 지내는 과장님이 한 분,
그리고 문제의 부장님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다른 사람은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었고 오직 부장님만 처치(?)하면 되는데
그게 생각보다 만만치 않을 것 같았다.
잠시 기억을 거슬러 보니
점심 식사 시간에 있었던 아주 희망적인 기억 한 가지가 떠올랐다.
부장님은 오후에 어느 관공서에 업무가 있어서 늦지 않게 가야 한다는 사실이
기억난 것이다.
조심스럽게 생각에 잠겼다.
여기서 그 관공서까지 가는 시간은 약 30분,
마찬가지로 돌아오는 시간도 30분이겠지만
그것은 그 이상 걸릴 확률이 상당히 높다.
왜냐하면 교통 상황은 오후가 될수록 나빠지고 또 돌아오는 길에는
다른 볼 일도 있을지 모르니까.
그리고 관공서에서 업무를 위해 머무는 시간이 적어도 30분에서 많게는 1시간.
그렇다면 일단 최소한 1시간 30분은 충분히 확보가 된 셈이었다.
그 정도 시간이면 잠시 사우나에 다녀오기에 더없이 적절한 시간이다.
하지만 커다란 문제가 하나 생겼다.
웬일인지 부장님이 외출할 아무런 낌새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혹시 잊은 것이 아닐까?’
기다리다 초조해진 나는 부장님에게 슬며시 말씀드리기로 했다.
“저~ 부장님, 오후에 관공서에 가셔야 하지 않습니까?”
말을 하고 슬쩍 곁눈질로 눈치를 보니 다행스럽게도
잠시 잊고 있었다는 표정이었다.
그리고는 그것도 모자라 내게 고맙다는 말까지 했다.
정말 이 상황에서 벌어질 수 있는 최상의 경우가 된 것이다.
부장님은 자릴 비우게 되고
나는 사우나로, 뿐만 아니라 아주 꼼꼼하고 성실한 사원으로 인식되었으니 말이다.
이왕 이렇게 된 이상 자리에 앉아 열심히 일하는 척했다.
더욱이 이럴 때일수록 표정 관리에 철저해야 한다는 샐러리맨다운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조금 더 신중한 표정을 자주 지어야 하고 주변에서 소란스러워도
전혀 신경쓰지 않고 일에 몰두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야 했다.
아마도 30분 뒤면 나는 펄펄 끓는 목욕탕에 목만 내밀고 앉아
할아버지가 잘 부르시는 노래 한 가락을 흉내내고 있으리라.
“미스터 킴!!! 미스터 킴?”
너무 좋아 웃을 뻔하다가 이내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얼른 정신을 차리고
계속 관리하던 표정에 더욱 신경을 썼다. 부장님께서 부르시는 소리였다.
잠시 하던 일에 몰두하는 듯한 표정과 행동을 적절한 시간만큼 취하다가
기운이 넘치는 목소리로 씩씩하게 대답하며 부장님 책상 쪽으로 방향을 잡아
몸을 움직이려는데
나의 치밀하고도 뻔뻔한 계획이 실행에 옮겨지기도 전에
모두 무너져버리는 부장님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귓가를 스치고 지나갔다.
“나랑 같이 갑시다!”
그 이후로 나는 완전히 망해버렸다.
사우나를 못 가서 망한 것이 아니라 부장님의 말에 너무도 당황하고 놀란 나머지
엉겁결에 대꾸한다는 것이 사태를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만든 것이다.
당황해버린 나는 이렇게 말하고 말았다.
“제가 왜 부장님하고 사우나에 갑니까?”
아하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