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셋 여자 한 분

주부 생활 일주일째....

아하누가 2024. 6. 24. 01:34



둘째 녀석이 다리에 깁스를 한 이후 시작한 주부생활도

어느덧 일주일이 넘었다.
겨우 일주일 지낸 주부 생활이 실제 주부의 경우와 비슷하기나 하겠냐만
그래도 나름대로 느끼는 것도 있고 알게된 것들도 있다.
느끼는 점, 알게된 점이야 신문이나 방송에도 흔히

소재로 다루어지는 내용이니 그러려니 했는데

정말 견디기 힘든 것은 낮 시간을 보내기가 매우 힘들다는 사실이었다.

 

다리에 깁스한 녀석이라 얌전히 누워있으면 좋으련만
멀쩡한 다른 한쪽 다리를 기둥 삼아

몸을 질질 끌고 안 다니는데 없이 돌아다니니
이야말로 눈을 뗄 수가 없는 상황이다.
급기야 다른 한쪽 다리로 지탱해서 의자 위로 올라가는 데까지 성공했으니
이제 감시를 조금만 소홀히 하면 집안 구석구석 안 올라가는데 없이
올라가게 될 것이다.
올라가면 내려올 줄도 알아야 하는데 올라가서 내려달라고 소리지르니
정말 짜증나는 일이다.

그렇다고 지가 알아서 내려오게 두었다가 잘못되어
다친 다리를 또 다치게 되면 주부생활만 길어지게 될 것이니
나를 위해서도 아이를 위해서도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상황이 이러니 낮 시간에 인터넷을 한다거나

책을 읽는다는 것은 엄두를 낼 수가 없다.
그래서 아이랑 놀아주는 게 주된 일과고 낮잠 자는 시간이 되어야
겨우 내 시간이 생기는데 그때도 다른 일할 시간은 없고
놀던 장난감을 치우거나 아니면 샤워를 하게 된다.

 

 

 * * *

 

 

오늘은 낮 시간을 가장 잘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아이가 그전처럼 놀이방을 가게 되는

근본적인 상황의 변화가 있기 전에는
하던 일을 반복해야 할 것이 분명하고,
그러면서 그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는 방법은 역시 인내력밖에 없다는 결론에
금방 도달했다.
요리에 취미를 가져볼까 생각도 했지만

장보러 가는 일이 만만치 않을 것 같고
그 짧은 시간을 이용해 인형에 눈알 박는 부업이라도 해볼까 했지만
생각만 간단하지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에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TV를 열심히 보거나 비디오를 빌려보는 것도 얼핏 좋은 방법 같지만
한가지에 몰두하기가 매우 힘든 상황이므로 그것도 불가능한 일이다.
도대체 뭘 해야 낮 시간을 재미있게 보낼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드디어 해결방법을 찾았다.
나와 같은 상황에 있는 이 땅의 수많은 주부들이 많이 애용하는 방법을
이제야 생각해낸 것이다. 그렇다 이 방법이 있었다.

내일 아침 해가 뜨기 무섭게 나는

벼룩시장에 다음과 같은 두줄의 광고를 낼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얼마가 될지 모르는 주부생활을 신나게 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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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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