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썽꾸러기 둘째가 결국 사고를 쳤다.
놀이터에서 놀다 그만 다리가 부러져버렸다.
세살바기 아이 녀석이 다리에 깁스를 하고 있는 꼴을 보자니 측은하기도 하고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또 여러 가지 걱정이 앞선다.
가장 큰 걱정은 이제 놀이방에 보낼 수도 없는 이 녀석을
과연 누가 돌봐주느냐는 걱정이었다.
결국 아내보다 비교적 출퇴근의 탄력성이 좋은 내가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저녁 7시에 출근하기로 하고 아이를 보기로 했다.
하는 일이 주로 밤에 해야 오히려 능률이 오르는 일이기도 하고
개인적인 성향으로도 낮보다는 밤이 좋으니
사무실 일은 그런대로 견딜만 했지만 일주일째 아이를 보고 있자니
낮에 몸이 근질거리는 증상은 역시 예상보다 힘든 일이었다.
깁스한 다리를 질질 끌고 다니며
이것저것 어지르고 넘어뜨리는 아이가 있으니
낮 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불행히도 설거지나 방 청소, 빨래 등의 집안 일은
아이에게 시선을 떼지 않고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주부가 주로 하는 일의 합리적 구조를 느꼈다.
하지만 그렇기 지내기란 정말 힘든 일이다.
* * *
오늘은 장인어른이 일찍 오셨다.
낮에 집에서 빈둥거리며 아이 보는 모습이 측은하게 여겨졌는지
직접 아이 보고 있을테니 나가라신다.
얼른 나왔다. 이럴 때 이런저런 얘기하면 손해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섰더니
때아닌 이른 시간의 방문에 놀랐는지 다를 한마디한다.
"오늘은 어쩐 일인데 일찍 왔남?"
"아이는 누가 보고?"
당연히 있을 것이라는 질문에 나 역시 자연스럽게 대답한다는 것이
그만 이런 대답이 되고 말았다.
"응, 시아버님이 봐주고 계셔...."
이제 난 완벽한 주부다.
아하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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