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칼럼

해서는 안되는 말들

아하누가 2024. 1. 17. 19:33

 

"나는 심한 것 같아도 뒷끝은 없는 사람이야"

 

 

이게 무슨 말인가.

비단 경제활동이 아니라도 사회생활하면서 어렵잖게 듣는 말이다.
특히 윗사람이 아랫사람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에게 하는 말 중에

빠짐없이 나오는 주요 레파토리이며,

또한 스스로의 단점을 가릴 수 있는 표현이기도 하다.

 

그런데 어렵지 않게 듣는 저 말을 하는 사람은 과연 저 말처럼 행동할까?
내 경험으로는 전혀 아니다. 아니어도 완벽하게 아니다.
그것이 무슨 이유일까 정리하기 전에 몇 가지 유사한 말들을 기억해본다.

 

 

"나는 일할 때는 열심히, 그리고 놀 때는 화끈하게 노는 사람이야"

 

 

말을 얼핏 멋진 것 같다. 그러나 저 말을 한 사람도 저렇게 하진 않는다.
그리고 어디 그뿐인가. 쌓이고 쌓인 말이 다 그런 말이다.

 

 

"나는 한번 눈길 밖에 나면 매섭도록 무시하지.

반면에 한번 눈길에 들면 영원히 챙기지"

"내 할 일은 완벽하게 처리하는 사람이야"

 

 

나는 저 말들을 다 같은 맥락으로 해석한다.
그렇다면 이렇듯 줄줄이 늘어둔 말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무엇일까.

 

 

 

 

* * * *

 

 

 

 

세상에서는 하지 말아야 하는 말들이 있다.
그것이 어디 한두 개 뿐이랴만은 너무도 생각 없는 말들을 많이 하며 산다.
그 중에 가장 문제가 되는 말은 앞에서 제시한 것처럼
자신의 성격을 자신의 입을 통해 표현하는 것이 바로 그 부분인 것 같다.
자신의 성격이나 스타일, 성향 등을 자신의 입으로 말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되는 일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스스로 생각해서 부끄럽다고 생각되는 부분,

스스로의 생각에서도 남들보다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

이런 것들은 정말 솔직한 표현일 수 있다.
하지만 앞서 몇 개의 예를 든 것처럼 왠지 그것이 멋져 보이고
조금이라도 더 개성적으로 보여지는 부분이라면

스스로의 입을 통해 나온 말은 대부분 사실과 다른 것 같다.
많은 인생을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쭉 지내오면서 느낀 바로는
"나는 이렇지만 저렇지는 않아"라던가,

"나는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야" 류의 말들은 모두 거짓이라는 것이다.

말이 심한 것 같지만 단호하게 그 말들은 모두 거짓이라고 생각한다.

성격이나 스타일은 반드시 남의 눈을 통해서 평가되어야 하고
또한 표현되어야 한다.

그런 말들은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또한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말들이어서

스스로를 속이고 또한 남들도 속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 * *

 

 

 

 

요즘은 이상하게도 그런 말들을 많이 듣는다.
만나는 사람들의 나이 때가 비슷하고 사회적인 위치가 비슷한지

하는 말들도 비슷하다.
사회적으로서 가지는 지위의 안정이 대부분 불안한지,
아니면 시대적으로 총체적인 불안감에 살고 있는지

유난히 그런 말들을 많이 듣는다.

 

하지만 불행히도 시간이 조금 지나 그 말들을 되집어 정리해도
단 한번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경우는 없다.
그런데도 뻔한 말들에 속고 있는 내 모습을 보니 더 약이 오르기도 한다.
내가 순진한 건지 아니면 좀 모자란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으니 말이다.
어쩌면 "내가 어떻다"라는 식의 표현은

스스로 절대 그렇지 않다는 역설적 표현이거나,
스스로 그런 스타일을 지향하나 아직 못 미치고 있다는 뜻이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현재 입장이 매우 불안한 상태라는 표현인 것만 같다.

 

성격은 반드시 스스로 평가하지 못한다. 단지 남들이 평가해줄 뿐이다.
오늘부터라도 어디 가서 저 말들은 절대 하지 말자.
내가 어떤 사람인 건 내가 알기도 힘든 일 아니겠나.

 

 

 

 

 

 

 

 

 

아하누가

아직도 이 생각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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