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접하는 감정에 있어 나는 언제나 보수적이다.
평범한 보수가 아니라 심하게 보수적이다.
말하고자 하는, 전하고자 하는 기본 목적이 배제되거나
또는 등외시된 문화를 가장 싫어한다.
특히 영화나 음악, 소설 등에 있어서는 더욱 심하여 표현하고자 하는 사고와
철학과 이성이 '발상'과 '시도'에 밀려
뒷전으로 물러나게 되는 것을 가장 경멸한다.
그런 면에서 나는 언제나 '정통'한 것,
그리고 '뿌리'가 있는 것을 문화라고 얘기한다.
가끔 '정통'이 가져다 주는 경직됨에 반발하여 '획기'나 '참신'이
새로운 주제로 떠오르긴 하지만 그거야 언제까지나 시대적인 조류에 맞춰
무언가 부족함을 채운 것이어서 절대 긴 수명을 유지하지 않는다.
좋아하는 영화든 음악이든 글이든
나는 언제까지나 이것들이 가지는 진정한 가치는
그 수명이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되는가로 따진곤 한다.
그래서 명작이 있고 명곡이 있으며 명화가 있는 것이다.
******
저녁에 TV를 보니 음치가수라는 어떤 가수가 서태지 뮤직비디오를
품위 없게 패러디했다며,
이의 찬반에 대한 주제로 토론을 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볼까 말까 하다 그냥 TV를 껐다.
애들 재우기 때문이었기도 했지만 굳이 봐서 뭐하랴.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조건 서태지가 나쁘다.
노래를 못하는 사람이 가수가 될 수도 있다는,
범상치 않은 컨셉을 들고 나온 가수가
가수로서, 엔터테이너로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까?
앞서 얘기한 기준으로 따지면
그 가수가 가수로서 얼마나 긴 수명을 가질 수 있을까?
그저 내버려둬도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요소의 부족으로 사람들의 기억에서
금세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런데 그런 가수 아닌 가수를 가수로 인정하겠다니 이 또한
무슨 발상일까?
내가 서태지를 알 수도 없고 서태지가 그랬는지 누가 그랬는지 또한
알 수가 없지만 그렇게 까지 하지 않았어도 괜찮았다.
긁어 부스럼이다.
언젠가 서태지가 은퇴를 번복하고 우리나라에 왔을 때 그의 인터뷰를 기억한다.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말도 하기 싫다는 말을
아주 맹랑한 표정으로 당차게 했다.
그 말에서 그는 '이제 팬의 시대는 가고 매니아의 시대가 온다'는 것을
열변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발표한 곡이 '울트라맨이야'....
이맘 쯤만 해도 대단히 당찬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했고
그가 성공한 결정적 이유일 수 있는, 한발 앞서가기가
이번에도 적절했다는 감탄을 했다.
그런 맥락에서 뮤직비디오의 소송을 볼 때
서태지의 입장은 '매니아도 아니니 애정없는 패러디는 원치 않는다'는
원래의 의미를 말하고자 하는 건지는 모르겠다만 그건 아니다.
아마도 왜 아닌지는 굳이 또 설명하지 않아도 서두에 제시한
나의 독특한 취향과 일맥상통하다.
가수로서 노래를 못하고, 음악적으로 실력이 없으면
당연히 가수를 오랫동안 하지 못한다.
연기력 없는 연기자도 연기자로 성공 못함이 당연하다.
허나 불행히도 이 사회는 노래 못하는 가수가 쌓이고 쌓였으며
연기 못하는 주인공이 수두룩하다. 왜? 다른 걸로 때우니까.
그중에는 돈도 있고 줄도 있고 또한 연기나 노래 등 해야하는 것 보다
다른 끼나 재주 또는 화제로 그 수명이 유지되고 있지 않은가.
그런 면에서 저절로 사라질 가수 아닌 가수에게 마치 기득권자의 횡포인양
인기 및 화제거리를 위한 투철한 투쟁심을 만들어 줬으니 그게 잘한건가.
상대가 당대 최고의 음악가니 싸우는 사람도 얼마나 신날까.
아무튼 이번 일은 서태지가 나쁘다.
쓸데없는 일 자존심 걸고 힘들이지 말고 얼른 잊고 좋은 음악과 싸워라.
좋은 음악 남기는 일이
생명력 없는 가수 생명 연장시켜주는 일보다 훨씬 낫다.
그리고 그것이 또한 많은 사람들이 보고싶어 하는 모습이다.
아하누가
아주 예전에 그런 사건이 있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