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칼럼

제눈의 안경

아하누가 2024. 1. 17. 19:33

 

제눈의 안경...... 이것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말이다.
정말 우리만의 고유한 냄새가 담겨있고

우리만의 독특한 표현이 담겨있는 멋진 말이다.
적어도 내가 국가에서 인정하는 교육기관에서 가르침을 받은 바로나 또는
국가에서 인정하지 않은 무허가 교육기관에서 받은 가르침을 모두 합하여

기억을 더듬어도
'제눈의 안경'이란 말이 외국에서 건너왔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다.

이 말에 나오는 '제눈'을 '자기 눈' 또는 '자신의 눈'이라고 고쳐도

말이 될 것 같지만 그것은 절대로 안될 일이다.

저 표현은 반드시 '제눈'의 안경이라고 써야 한다.

 

 


사람이 살아가야 하는 스스로의 처지를 충분히 인식하고

이에 걸맞게 살아가라는 숭고한 의미를 담고 있으며

또한 그에 맞추어 자신과 함께 대화를 하거나
인생을 함께 할 동반자도 그에 기준하여 구하라는 인생의 지침을 담고 있다.
외국의 경우에 저런 식의 격언이 있다고 해야
겨우 소크라테스의 한마디인 '너 자신을 알라!' 정도인데,
그 뜻이 우리의 그것과 달리 포괄적이지 못하고
단지 자신의 처지만 살펴보라는 의미만 담고 있다.

즉 처지만 돌아보라는 거지 그 다음에 취해야 할 행동에 대한 가르침이 없는

무책임한 말이다.

더욱이 반발의 명령문이다!

 

 


이에 비해 우리가 늘 쓰는 '제눈의 안경'이란 표현은

보다 포괄적인 의미를 담고 있으니 얼마나 좋은 말인가?
이것을 제 아무리 외국 사람에게 설명한다고 영어로 바꾸어보아도
그 의미의 심오한 의미가 전달되지 않는다.
어디 영어로 한번 바꿔볼까?

 

"I have a glasses only for myself" --------> 이게 말이나 되나?

그럼,


" The Glasses is..... Mmm.... Myself.....Mmm....."

 

 

거봐. 전혀 영어로 옮겨지지 않는다(빙신, 지 실력은 생각도 안하구선).
그렇다고 이 말을 멋지게 영역한 사람이 나오면

그 사람 이름을 어딘가 잘 적어 두었다가
다음부터 글 쓸 때 선과 대비되는 모든 악의 주인공으로 쓰겠다!

 

 

어쩌면 저 말은 미래의 한국사회를 살릴 수 있는 말일 지도 모른다.
단지 다섯 글자로 끝나는 간단한 저 말에 우리나라의 미래가 달려있다니
허풍 좀 그만 떨라고? 아니다. 이건 정말 심각한 문제다.

 

요즘 들어 - 아니 요즘이 아니라 이미 위험 수위에 있는 - 성형미인에 대한
세상의 변화도 심상치 않고, 또한 남자든 여자든 그의 능력이나 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단지 '미'의 기준만으로 평가절하되는 현상을 자주 보게 된다.
바꾸어 말하면 늘씬하고 미모의 여자가 직장을 구하기란 식은 죽 먹기요,
세상을 살아가는 데 모든 혜택을 자신도 모르는 새에 누

리고 있다는 얘기도 된다.
그것의 정도는 이미 사회적인 문제를 넘어

국민적이고 국가적인 문제로 번지고 있으며

앞으로 점점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초등학생들도 뚱뚱한 아이들은 왕따를 당하며

남자들도 피부에 신경을 쓰고 복장에 신경을 써야 사회활동에

더 보탬이 된다는 사실은 주변에서도 일어나고 있잖은가?

 

 

이렇듯 시대는 황금만능주의에서 미모만능주의로 넘어가고 있다.
그러나 나쁜 일에는 반드시 그 해결방안이 있는 법.
바로 그 해결방안이란

글 시작부터 주절거리던 바로 그 말, '제눈의 안경'이란 말이다.
이 말이 존재하는 한 미모의 기준도 언제나 주관적이 될 것이며
또한 그 말이 사라지지 않고 수명을 유지하고 있어야
젊은 청춘남녀들이 각자 인생의 동반자를 찾는데 곤란을 겪지 않게 된다.
인물로나 뭐로나 잘나지 않은 내가 결혼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다 저런 말이 존재하기 때문이며 또한 이 글을 읽고 있는 몇 사람도
이 부분에서 고개를 끄덕거릴 것이다.

 

그러니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저 말을 지키고 가꾸어야 할 것이다.
집에서는 가훈으로 학교에서 교훈으로 삼아 미모만능주의로 변질되어 가는
사회적인 미의 기준을 철저하게 주관적인 것으로 격하시켜야 한다.
제눈의 안경.... 정말 좋은 말이다.

 

 

 

 

* * * *

 

 

 

 

저녁에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곧 들어간다고 말하고 나니 문득 일요일 아침 축구하러 가는 길에

차안에서 찾지 못했던 내 선글라스가 생각났다.
그 생각이 갑자기 떠올라 아내에게 혹시 못 봤느냐 물었더니 모른다며
전혀 관심없고 성의 없는 대답을 한다.
낮에 햇살이 따가울 때마다 생각나는 그 선글라스를 아마 어딘가에 잘 보관했거나
아니면 지금도 차안의 바닥에서 굴러다니는지 모르겠다.
내가 쓰고 있는 안경의 돗수와 똑같이 맞추어 둔 거라 그게 없으면
다른 선글라스는 쓰지도 못하니 이거 큰일이다.
하나 다시 맞추려니 돈도 돈이지만 멀쩡한 게 없어졌으니 아깝지 않은가.

 

집으로 돌아가면 얼른 선글라스부터 찾아야겠다고 생각하는데

전화기 건너편에서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듯한 아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혹시 누구 빌려준 거 아니에요?"
"......."

 

 

과부맘은 홀애비가 안다. 안경 쓴 사람 맘은 안경 쓴 사람만이 안다.

아내는 안경을 안쓴다.

 

 

 

 

 

 

 

 

 

 

 

 

 

아하누가

글을 옮기면서 보니 이 글이 제일 현실적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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