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칼럼

韓流, 그 열풍의 허와 실

아하누가 2024. 1. 17. 19:31

TV를 보나 신문을 보나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기사 가운데
한류(韓流)에 관한 내용을 자주 본다.
얼마전 어느 모임에서 중국에서 온 교포 4세를 통해 들어본 현지 상황도
우리 매스컴에 보도된 바와 같이 제법 대단한 열풍이 불고 있는 듯하다.
그러니 화제가 되고 뉴스거리가 되는 모양인데.....
하지만 그것은 단지 시대적인 흐름일지도 모른다.

우리도 똑같이 경험한 것들 아닌가?
클리프리차드에서 레이프가렛, 그리고 뉴키즈온더블록까지.
이후 서태지를 비롯한 우리의 새로운 아이돌 스타들이 대량으로 등장하며
음반 시장 및 문화의 주축 세력으로 자리잡은 10대들의 충분한 만족을 주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중국어권 문화 또한 마찬가지로
우리가 알고 있던 성룡, 주윤발, 유덕화, 장만옥 등의 중국어권 스타들이
이제는 나이가 제법, 아니 무척 많아진 상황이니

새로운 소비계층으로 형성된 10대들이 이들과 친숙해질 수는 없는 일.
따라서 이에 적당히 세련될 줄 알고 적당히 다르며
또한 적당히 비슷한 우리 연예인들의 진출은 충분히 성공요인을 가지고 있었다.

여기에 조금 더 분석해보면

그동안 나름대로 발전해온 우리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그 결실을 보고 있는 셈이며 조금 더 확대해서 해석하면,
어느 얼굴 전문가의 말처럼

우리 민족이 아시아권에선 가장 잘 생긴 민족이라는 점도 한몫한다.

거기에 재주 및 감각 또한 뛰어나니 좋은 상품들을 만들 수밖에.

 

동남아권으로 수출되는 우리 드라마를 곰곰히 되집어보니
그 정도면 소재나 구성에 있어 어느 정도 세련되었다는 생각도 든다.
한마디로 성공적인 요인이 충분히 있는 시대적 흐름과 좋은
재료들을 가지고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이렇게 좋은 분위기인데도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은 무엇일까?

 

조금 생각해보니 뭔가 개운치 못한 구석이 있다.
아니, 개운치 못한 구석이라기보다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까 걱정이 앞선다.

그 이유는 잘난 우리나라 언론 때문이다.
한류도 좋고 열풍도 좋은데 우리끼리라도 그런 방송은 하지 말고
몰래몰래 알고 있는 사악함이 필요하다고 본다.
중국이든 베트남이든 대만이든 다들 자존심 세기로 소문난 사람들인데
그런 일 가지고 우리 방송에서 호들갑 떨면 누가 좋아할까?
좋아하려다가도 정내미가 뚝 떨어질 게다.
제발 그런 좋은 일 있으면 우리끼리 오래 오래 우려먹자. 에구 답답도 해라.

아마 분위기를 보니 방송이든 신문이든 당분간 이 주제가 계속 기사화될 것 같고
이에 동조한 일부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앞을 다투어 동남아 진출을 시도하여
우리 특유의 제살 깎아 먹기가 시작될 것 같아 몹시 불안하다.
한류의 성공 요인은 우리의 남다른 재주나 감각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시대적이고 시기적인 흐름에 우선한다.
그러니 곧 중국에서도, 베트남에서도 하이틴 스타, 아이돌 스타가 나온다.
뻔한 예상 아닌가?

그러니 머잖아 시들해질 것이 충분히 예상되는 이 한류의 열풍에서
우리가 얻어야 하는 소중한 것은 그것을 통해 우리 문화를 알리는 것이다.

 

 

예전에 방영한 KBS 일요스페셜에서 다룬 한류 기획중 어느 대만 여학생이
우리나라 글자로 노래가사를 쓰고 일기를 쓰는 것을 보고 느꼈다.
바로 저거라고!!!!

글씨도 무척 잘 쓰더라.
한가지를 좋아하게 되면 열가지가 궁금한게 사람들의 심리이니
다른 것보다 우선 한국과 한국 문화를 그런식으로 알리는 것이

가장 커다란 소득이고 목표라고 생각해도 될 듯하다.

 

 

또 하나 바람이 있다면, 이제 하드웨어 시장은 한계에 부딪힐 것이고
그렇다면 소프트웨어적인 부분만 남게 될 것이다.
엊그제 만난 중국인(교포4세)의 말이 떠오른다.
한국오기 전에 북경의 한 레코드점에 들렀더니 온통 '강타' 음반 뿐이란다.
강타가 중국에서 공연할 때 옷 뭐 입고 하나? 아르마니? 랄프로렌? 구찌?
그런 거 입지 말고 프로스펙스나 빈폴 입어라.

이제 유행과 흐름은 곧 끝난다.
하지만 그때 얻어진 브랜드 효과는 그 보다 훨씬 오래동안 남아 있을 게다.

 

 

중국인을 통해, 그리고 TV나 신문을 통해
우리 문화가 일본 문화나 기타 다른 선진국의 문화보다 더 좋은 반응으로
여러 국가에 소개된다는 사실이 무척 반갑지만 앞서 말했듯 왠지 불안하다.

정말 불안하다.
이번에는 얄미울 정도로 잘 했으면 한다.
이것이 오랜만에 해보는 행복한 고민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하누가

10년이 넘은 글이지만 지금의 현실로 보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글인듯 싶다.

 

그리고 또 10년이 지난 2024년 1월 현재....

한류는 내 예상과 달리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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