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이 땅엔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뭔가 조금 특이하다고 여길만한 사람들도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고,
주변이 아니더라도 인터넷을 통해 또 방송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반면에 분명 그 존재 여부는 확실하나
그 모습을 절대로 찾아볼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마치 역사적 건축물의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처럼
그 행방을 도저히 찾을 수 없다.
과연 어떤 사람들이 미스테리만 남긴 채 이 땅에서 사라졌을까?
이 코너가 진지한 다큐멘터리가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으니
괜히 심각한 말투로 뭔가 있는 척하지 말고
얼른얼른 본론으로 들어가 이 땅에서 사라진 사람들이 누군지 살펴보자.
1. 초등학교때 공부 못했던 사람들
세계 최저의 문맹률을 가진 대한민국에서 초등학교에 다니지 못한 사람은 드물다.
대다수의 국민 모두가 초등학교에 다닌 사실은 분명하다.
그럼 그 많은 초등학생 중에 공부를 잘 했던 사람도 있고 공부를 못했던 사람도 있어야 한다.
근데 귀신에 홀렸나?
어찌된 일인지 말하는 사람마다 초등학교 시절에 공부 못 했다는 사람이 없으니
이게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
지금 성인이 된 사람들이 초등학교 다닐 당시 한 학급의 학생을 50명으로 보자.
그리고 상위 10%인 반에서 5등 이내의 학생들이 공부를 잘했다고 치자.
아니, 조금 넉넉하게 계산해서 공부를 잘한다는 기준을 상위 20%로 범위를 넓힌다고 해도
한 학급에서 40명은 공부를 잘했다고 할 수 없다.
그럼 대한민국 국민들의 80%인 이 사람들은 모두 어디에 갔을까?
아, 그것이 알고 싶다.
2. 군대에서 쫄병 때렸다는 사람들
남자들의 평생 술안주인 군대 이야기. 술자리, 잠자리 가리지 않고
남자들이 모이면 무려 3박 4일간 중복되지 않는 레파토리로 떠들 수 있다는 군대 이야기.
그런 군대 이야기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스토리가 바로 구타와 기합이다.
그러나 정작 얘기를 하는 당사자들은 누가 더 심하게 구타를 당했다거나 또는
누가 더 심한 기합을 받았다는, 구타와 기합이 심한 정도의 우월성이 논쟁의 핵심일 뿐
어느 자리에서든 쫄병을 때렸다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신비롭다.
분명 때린 사람이 있으니 맞은 사람도 있어야 함이 만고의 진리인데
정작 때렸다는 사람은 한번도 본 일이 없으니 이 얼마나 신비로운 일인가? 귀신이 때렸나?
해병대 출신이라면 귀신이 때렸다고 미친 척하고 우겨보기라도 할텐데,
그것도 아니라면 군인들은 도대체 어디서 누가 와서 때렸을까?
군대에서 쫄따구 때린 사람들은 나중에 사회에 나와서 술도 안마시나?
도대체 그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그렇다면 어딘가에 모여서 누가 더 심하게 때렸다는 얘기를 나누고 있다는 얘기인데
그런 얘기는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정말 그런 자리가 있다면 한번 가보고 싶다.
3. 정치자금과 뇌물을 주는 대로 받았다는 정치인
돈을 주었다는 사람이 있으니 당연히 받았다는 사람도 있어야 하는 게 돈이다.
근데 그것 참 희한한 일이지?
어떻게 받았다는 사람은 한사람도 없나? 받긴 받았는데 기억이 안나나?
아니면 받아서 바로 불우이웃 돕기에 기부해서 안 받은 걸로 계산했나?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천문학적 액수가 등장하는데
돈을 받았다는 사람은 없고
허구헌 날 똑같은 내용만 반복하니 도대체 뭐가 진실인가.
돈을 줬다는 사람이 있는데 받았다는 사람은 없는 걸 보니 이 역시 미스테리다.
앞으로 정치인에게 돈을 줄 때는 대법원 판사 앞에서 주든가 아니면
생생한 동영상으로 돈 주는 장면을 기록하여 공개하자.
그래야 이렇게 사라져버리는 일이 없을 테니까.
4. 주식투자로 돈 벌었다는 사람들.
한때 사천만의 고스톱이라는 악명을 들으며
온 국민을 열광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했던 주식투자.
건전한 투자라는 말과 재테크라는 기묘한 말로 포장되어
수많은 사람들을 울리고 웃기던 바로 그 주식투자.
그런데 이상하게도 주식투자해서 쫄딱 망했다는 사람은 여기저기서 쉽게 볼 수 있어
전화번호부 분량의 리스트도 작성할 수 있는데, 정작 돈을 벌었다는 사람은 찾아볼 수가 없다.
가끔 이렇게 돈 벌었네, 저렇게 돈 벌었네 라며
주식투자 성공의 비법을 책으로 집필한 사람들도 있던데
그 사람들이 주식으로 벌었나? 인세로 돈 벌었지.
깡통이 되었다거나 반토막이 되었다는 자조 섞인 은어는 지겹도록 듣는데
돈을 벌었다는 사람은 찾아볼 수가 없다.
손해입은 사람이 있으니 분명 이익을 본 사람도 적지만 있긴 있을텐데
어째 온통 세상에는 망한 사람들뿐이다.
도대체 주식투자해서 돈 번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애 낳으러 이민 갔을까?
어이! 다들 어디 계슈?
5. 성형수술 했다는 연예인
얼마나 성형수술이 문제가 되었으면 인터넷이나 또는 방송에서 주요 이슈가 되었을까.
대부분 방송의 핵심은 미모 지상주의가 어쩌고,
그래서 사람들이 너도나도 성형수술을 하려고 한다며 저쩌고.
그런데 그 발단은 연예인들이라며 어쩌고저쩌고.
그런데도 정작 성형수술을 했다는 연예인은 본적이 없으니 이 일을 도대체 어찌할꼬.
누군가 하긴 했으니까 기자들이 인터뷰할 때 빠지지 않고 물어보는 것은 분명한데.
요즘 우리나라 연예인들의 외국진출이 활발해서 여기저기 방문하는데
가는 곳마다 기자들이 성형 여부를 묻는다고 한다.
안방에서 TV 연예프로그램 방송을 통해 생생하게 볼 수 있다.
그런데 그때 연예인들의 대답은 100% 노!
그렇다면 연예인들은 성형수술을 하지 않은 걸까?
그게 아니라면 도대체 성형수술한 연예인들은 다 어디 갔을까?
이것 또한 알고 싶다!
* * *
사라진 사람들이 어디 이 사람들뿐일까? 유원지에서 쓰레기 버렸다는 사람,
원조교체 했다는 사람, 외국에 나가서 추한 행동을 했다는 사람,
모두 다 이 땅에서 사라진 사람들이다.
정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면 얼마나 좋겠냐만
드러내놓고 말하지 못하고 혼자만의 비밀로 남겨두고 있는 사람들이다.
무언가 떳떳하지 못하니 남에게 말 못하는 것임은 분명하다.
얼핏 생각에 그나마 부끄러움을 느끼니까 다행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이들은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남에게 말해야 손해라는 생각 때문에 입을 다물고 있을 뿐이다.
혼자만의 비밀로 남겨둘만한 일은 이제 하지 말자.
그리고 남에게 말하기 부끄러운 일도 하지말자.
이런 소재로 글을 쓰기가 이젠 나도 민망하다.
아하누가
2013년 지금. 그래도 요즘은 많이 커밍아웃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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