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을 넘도록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야인시대>가 막을 내렸다.
말도 말고 인기도 많았던 드라마 야인시대의 종영에 맞춰
그동안 야인시대가 사회전반에 남긴 다양한 사실들을 되짚어본다.
* * *
아이디와 대화명의 시작은 바로 야인시대
요즘 같은 인터넷 시대에 이름보다 더 많이 쓰이는 아이디와 대화명의 시작이 바로
야인시대였다는 사실을 눈치챈 사람은 드물다.
현재 인터넷에서 사용되는 아이디는 기존의 별명과는 달리
남에 의해 불리워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지칭하는 것이다.
야인시대에는 이러한 아이디의 생성과정과 구체적 쓰임을 상세히 알려준다.
낙화유수, 맨발의 대장, 눈물의 곡절, 시라소니 등
인터넷 고스톱 사이트에 등장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수준 높은 작명 솜씨를 보여줌으로써
현재 인터넷 문화의 전신이 야인시대였음을 새롭게 입증했다.
17대 1 싸움의 진실 확인
한때 유행한 유머에 자주 등장하는 17대 1의 싸움.
그러한 싸움의 근거도 바로 야인시대에서 비롯되었다.
칼잡이 40명과 맨손으로 대결하는 장면을 보면서 17대 1의 격투가
전혀 허황된 설정이 아니었음이 10여대의 카메라를 통해 여실히 증명되었다.
한번 몸을 날려 두 발이 땅에 떨어지기 전까지
무려 13번의 발차기를 한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확인시켜줌으로써
17대 1의 싸움에 진실성을 뒷받침했다.
명맥을 잇는 학생들의 논쟁
다양한 야인들의 등장으로 인해 학생들이나 또는 철없는 어른들에게
숱한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김두한과 이정재가 진짜 맞짱 뜨면 누가 이길까?’ 라는 질문을 필두로
‘시라소니와 이정재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등의 순위 논쟁이
인터넷 질문 게시판을 도배했다.
심지어 현실과 드라마를 구분 못하는 일부 딱한 사람들은 친절하게 순위를 매겨가며
야인들의 전투력을 FIFA 랭킹 다루듯 정리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화제는 오래전에 유행했던 ‘호랑이와 사자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마징가Z와 로봇 태권V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와 더불어
학생들의 대표적인 논쟁거리로 자리잡았다.
미완성으로 끝난 초강력 변신술
청년 김두한에서 장년 김두한으로, 안재모에서 김영철로 순식간에 변해버리는
초강력 변신술을 선보임으로써 무협소설이나 공상과학 만화에나 등장하는 둔갑술이
사실이었음을 입증했다.
다만 그 변신술이 완벽하진 않아 일부 동료들은 변신에 실패하여 아직 채 완성되지 않은
공력이라는 한계를 드러냈다.
변신에 실패한 사람들에게는 원래 얼굴에 덧칠을 하는 조잡한 기술로 무마하려 하였으나
그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임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러한 변신술이 공상과학 영화의 주된 소재와 궤를 함께 한다는 점에서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다.
곳곳에 나타난 놀라운 법칙과 의문
- 중요한 역사의 현장엔 빠짐없이 김두한이 있다.
- 예쁘게 생긴 여배우가 등장하면 모두 김두한을 좋아하게 된다.
-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리면 항상 구해주는 누군가가 나타난다.
- 등장한 일본인들은 모두 훌륭한 인간성을 보여준다.
- 온몸을 날리며 돌려차기를 하는데도 주인공이 쓰고 있는 모자는 벗겨지지 않는다.
- 격투 현장에 수레, 탁자 등이 보이면 곧 누군가 거기로 떨어진다.
- 현존하는 주요 실존 인물이 등장하면 적당히 미화된다.
최악의 특집 프로그램
장장 일년이 넘는 기간동안 무려 124회의 방송을 한 드라마의 뒷풀이 방송을 통해
졸속제작이 시청자들에게 얼마나 커다란 허탈감을 안겨주는 지에 대한 실험에 성공했다.
엄청난 인원의 출연진을 모두 모아놓고 겨우 기왓장 깨기 시키고
노래방 기계 틀어놓고 노래자랑 시키며
주어진 시간을 힘겹게 채우는 구성의 빈약함을 보며
좋은 방송을 만드는 방법은 높은 출연료를 받는 등장인물도 아니요
특집이라 이름붙인 거창한 타이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평범한 진리를 알려주는데 성공했다.
조악한 특집 프로그램 하나가 공들인 작품을 다 망친다는 새 속담을 탄생시켰다.
아하누가
이 글은 스포츠서울에 글을 연재할 때 쓴 글. 애청자들의 항의도 받았음^^
10년이 지나도 이 드라마는 케이블 티비를 통해 볼 수 있다!
'낙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라진 사람들을 찾습니다! (0) | 2024.06.23 |
---|---|
앞으로 제작될 대장금의 아류작들 (0) | 2024.06.23 |
사스(SARS) 보다 더 무서운 병이 있다! (0) | 2024.06.23 |
크리스마스 날, 루돌프의 하루 (0) | 2024.06.23 |
미군 니나노 병장의 우격다짐 (0) | 2024.06.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