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칼럼

영국수상 윈스턴 처칠의 응수

아하누가 2024. 6. 20. 00:37


 

영국의 수상 윈스턴 처칠이 처음 하원의원에 출마했을 때
그의 라이벌들은 정견회장에서 그에 대한 인신공격을 시작했다.

 

“내가 듣기에 상대방 후보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만약에 그게 사실이라면 그런 게으른 사람은 의회에 앉을 자격이 없습니다.”

 

그러자 이어 등단한 처칠이 이에 대해 멋지게 응수했다.

 

“아마도 나처럼 예쁜 마누라를 데리고 산다면

당신들도 일찍 일어나지 못할 겁니다.”

 

 

청중들은 웃었고 처칠은 물론 당선되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지도자의 자질로 볼 때 상당히 큰 약점일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약점은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좋은 공격포인트가 될 수 있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이 부지런함의 상징이고 보면
아침에 늦게 일어난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게으름의 표본이다.
국민의 존경을 받아야 할 지도자가 게으르다면

이야말로 심각한 일 아닌가?
그렇다면 그런 상대방의 공격을
유머로 받아 넘긴 처칠의 응수에는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

 

 

처칠의 말에 담긴 의미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라
의회의 의원으로, 국가를 위해 일하는 사람으로서 중요한 것은
그보다 훨씬 많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처칠의 아내가 정말 예쁜지 아닌지는 중요한 부분이 아니다.
처칠의 말을 달리 해석하면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는 이유만으로
모두가 훌륭한 의원은 아니라는 말이다.


처칠이 그러한 상대의 공격에 이렇게 응수했다고 가정해보자.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과 의원으로서의 역할은 다릅니다.’

 

저 내용이 말하고자 하는 실질적인 의미였지만

만약 처칠이 그렇게 말했다면
그것은 의미의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상대방이 원하는 대로 말려들게 된다.


그것은 곧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좋은가 나쁜가의 단순 논리로

논쟁이 될 수 있으며,
쟁점이 그런 방향으로 진행된다면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사람이 훨씬 불리한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것은

대수롭지 않다고 은근 슬쩍 넘기는 한편
의원 선출의 중요한 덕목을 빠뜨리고 그런 미세한 사생활을 헐뜯는
상대방에 대한 은근한 비판이 포함되어 있는 유머는

처칠 유머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자신이 위기에 처했을 때, 자신이 곤란한 상황에 빠져있을 때
유머로 벗어나는 일은 유머가 가지는 멋진 매력이다.
그러나 그런 유머들이

유머 감각만 익힌다고 누구에게나 생기는 것은 아니다.
매사에 자신이 있고 여유가 넘칠 때

비로소 입을 통해 표현되어지는 것들이다.
멋진 유머로 어려운 상황을 넘기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여유를 가지는 일이다.
유머는 여유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아하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