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이라고 인정받는 대통령은 아브라함 링컨이다.
뛰어난 업적은 물론이고 성격과 도덕성에서도
모든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위대한 대통령이었다.
링컨 대통령은 그렇게 정치력이나 지도력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 것 뿐만 아니라
유머 감각이 뛰어난 대통령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워낙 위대한 대통령이어서 전해져오는 일화도 다양한데
일단 그의 뛰어난 유머 감각을 알 수 있는 일화를 살펴보자.
하루는 링컨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구두를 닦고 있었다.
마침 링컨의 초대로 백악관에 들어선 친구가 이를 보고 깜짝 놀라며 물었다.
“대통령이 손수 구두를 닦다니 이게 말이 되나?”
그러자 링컨이 친구보다 더 깜짝 놀라는 표정으로 친구에게 되물었다.
“아니, 그러면 미국의 대통령이 남의 구두를 닦아주어야 말인가?”
고난으로 지내온 어린 시절과 낙천적인 성격을 한번에 알 수 있는 일화다.
유머라는 것은 갑자기 나오는 것이지만
갑자기 나오는 유머에서도 평소의 생활과 사고가
고스란히 묻어 있게 마련이다.
링컨의 이 일화는 그러한 그의 모습을 꾸밈없이 보여주고 있다.
링컨이 의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는데 어느 의원이 링컨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
“당신은 두 얼굴을 가진 위선자요!”
갑작스런 외침에 장내는 조용해지고 사람들은 모두 링컨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링컨은 그 사람을 내려다보며 신중히 말했다.
“내가 두 얼굴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런 중요한 자리에 왜 이 얼굴로 나왔겠소.”
사람들이 폭소를 터트렸음은 물론이다.
이 표현을 잠깐 정리하면 ‘내게 두 개의 얼굴이 있었다면
지금보다 잘난 얼굴로 사람들 앞에 섰을 것이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그 의미를 직설적으로 표현한 것 보다는
지금의 경우처럼 우회적으로 표현한,
매우 뛰어난 유머 감각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 일화에서 많은 사람들이 웃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링컨이 평소 외모에 대해
많은 사람들에게 놀림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나이 마흔이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는
유명한 일화를 비롯해서
어린 소녀의 충고를 받아들여
나이 51세에 턱수염을 기르기 시작했다는 일화는
외모와 관련된 내용으로 매우 유명하다.
이렇듯 외모와 관련된 많은 일화를 가지고 있던 그였기에
앞의 일화는 더욱 많은 사람들의 웃음을 이끌어 냈다.
후에 사람들은 이러한 링컨의 특징을 이용해
재미있는 유머를 만들어 냈기도 했다.
그중에 한 이야기를 볼까.
어느날 길거리에서 한 남자가 길을 막고 링컨의 얼굴에 총을 댔다.
링컨이 물었다.
“무슨 일인가?”
그러자 그 남자는 총을 갖다 댄 이유를 설명했다.
“나는 나보다 못생긴 사람을 쏘겠다고 맹세했다!”
그러자 링컨이 말했다.
“그렇다면 쏘시오. 내가 당신보다 못생겼다면 나도 살고 싶지 않으니까.”
이렇듯 외모에 대한 많은 일화를 볼 때
링컨이 외모 때문에 주변에서 많은 놀림을 당한 것은 분명하다.
대부분의 위인들이 그렇지만 링컨 역시 이 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유머에는
항상 자신을 과시하지 않는 겸손함이 배어있다.
다른 일화를 하나 더 살펴보자.
어느 날 만찬장에서 누군가 링컨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았다.
“미국의 장래는 하느님과 아브라함 링컨에 달려있다!”
그러자 이 말을 들은 링컨은 정색하며 답변한다.
“저 사람 말 중에 반은 맞았다.”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딱히 웃을 수도 없어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링컨의 말이 ‘반은 맞았다’고 했지 하느님과 링컨 중에
누가 맞은 건지 말을 안 했으니 듣는 사람은 저마다의 해석밖에 할 수가 없다.
평소 링컨의 사람됨으로 보아
자신이 미국의 장래를 결정한다 했을 리는 없지만
그렇다고 딱딱하게 ‘감히 하느님과 비교를 하다니’ 라는 투로 대답했다면
그 또한 의미가 퇴색되었을 것이다.
링컨의 유머 감각이 뛰어난 부분은 ‘반은 맞았다’라며
그 반에 누구인지 설명하지 않았음이 우선 뛰어난 부분이지만,
그에 대비해 나머지 반 또한 맞았는지 틀렸는지 설명이 없다는 부분에서
링컨의 유머 감각을 알 수 있다.
정말 사람을 알쏭달쏭하게 하는 유머다.
하지만 이 유머의 의미를 조금 더 깊게 분석해보면 이렇다.
링컨은 자신을 향해 말한 그 사람의 비교가 타당하지 않았다는 생각이었다.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인 경우에 그 말에 정색을 하고 반론을 역설하면
그야 말로 어색한 분위기가 된다.
그러니 그런 경우에 제일 좋은 방법은 유머 감각을 이용하여
질문의 헛점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유머의 타이밍이나 유머의 구성으로 보아
매우 탁월한 감각을 지니고 있음이 분명한 일화다.
* * *
유머를 하는데에 있어 겸손함은 매우 중요하다.
자신이 남보다 잘났다는 사실을 넌지시 풍긴다거나
또는 남을 은근히 깔보는 듯한 뉘앙스가 담긴 유머는 건강하지 않다.
그런 유머는 안하느니만 못하다.
가끔 주변에서도 그런 사람을 볼 수 있는데
대부분 세상을 보는 시각이 몹시 부정인 사람이며
사고 또한 건강하지 못하다.
단지 유머를 위해서가 아니라 늘 겸손함을 잃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링컨의 유머에는 언제나 겸손함이 깔려있다.
그런 겸손함은 주변 사람들에게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링컨이 직접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유머는 아니지만 링컨 주변의 사람들이
어떤 사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는지 알 수 있는 일화가 있다.
링컨은 스테판 더글라스 상원의원과의 대통령 선거에서
치열한 선거전 끝에 승리하여 대통령에 당선된다.
대통령 취임식에서 링컨은 선서를 하기 위해 평소에 들고 다니던
커다란 지팡이와 모자를 벗었는데 어디에 두어야 할 지 잠시 망설이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본 정적인 스테판 더글라스 상원의원은
얼른 모자와 지팡이를 받아 주어 링컨은 선서를 마칠 수 있었다.
나중에 많은 사람들이 그 부분에 대해 질문을 하자 더글라스 의원은
‘내가 대통령이 못 될 바에야
대통령의 모자 정도는 들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라고 했다니
그들의 여유도 보통은 아닌 모양이다.
비록 링컨의 유머는 아니지만 이 유머는 유머의 백미다.
유머를 하려면 얼마나 겸손해야 하고
또한 얼마나 낙천적이며 여유가 있어야 하는 지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런 사람들이 있는 환경이라면 누구든 여유로운 유머를 할 수 있다.
참으로 보기 좋고 또한 아름다운 장면이다.
* * *
링컨은대통령으로서의 업적 뿐만 아니라
유머 감각이 매우 뛰어난 대통령이었다.
수많은 일화와 유머들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으며
그러한 유머 감각이 그를 위대한 대통령으로 남게 되는데
커다란 영향을 끼쳤으리라 믿는다.
링컨의 뛰어난 유머 감각을 우회적으로 알 수 있는 중요한 일화가 있다.
링컨이 대통령에 선출되어 많은 사람들 앞에 섰을 때
어떤 거만한 상원의원이 그의 아버지 얘기를 꺼내며 비아냥거렸다.
“당신이 대통령이 되다니 정말 놀랍소.
그러나 당신의 아버지가 신발 제조공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오.
가끔 당신의 아버지가 우리집에 신발을 만들기 위해 찾아 오곤 했소.
이 신발도 당신의 아버지가 만든 신발이오.”
주변 사람들은 키득키득 웃기 시작했다.
링컨의 아버지 토머스 링컨은 1637년 영국에서 이민온 사람으로
신발 만드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 사실 때문에 귀족 출신의 상원 의원들은 링컨이 대통령이 된 사실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던 터였다.
그러나 링컨은 그 이야기를 듣고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눈에 눈물을 가득 고이고 담담히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고맙습니다. 의원님 때문에 한동안 잊고 있던 내 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내 아버지는 신발제조공으로 완벽한 솜씨를 가지신 분이셨습니다.
나의 아버지는 이 자리에 모이신 많은 분들의 신발을 만드셨습니다.
만약 신발이 불편하시다면 제게 말씀해 주십시오.
아버지의 기술을 옆에서 보고 배웠기에 조금은 손봐드릴 수 있습니다.
나는 아버지의 아들입니다. 물론 돌아가신 아버지의 솜씨에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만....”
장내는 곧 숙연해졌다.
바로 이 이야기다.
이 일화에서 링컨의 뛰어난 유머 감각을 알 수 있다.
웃음은커녕 코 끝이 찡해지는 이러한 일화를 보며
유머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라는 것은 또 무슨 의미인가.
링컨은 유머를 어떤 순간에 해야 하는지 잘 아는 사람이다.
유머 감각이 뛰어나다는 것 중에 그것처럼 중요한 것은 없다.
다시 말해 유머 감각이라는 것은
재치있는 표현 능력보다 언제 유머를 해야 하는지,
언제 하면 안되는지 그 판단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아버지에 대해 비아냥거리는 말을 들었을 때
말한 사람을 무안하게 만드는 유머로 반박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링컨은 그런 표현을 선택하지 않았다.
유머가 나올 상황이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미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라면 진지한 표현이 더 좋다.
그리고 서민으로 고생을 많이 하신 아버지에 대한 얘기라면 더욱 그렇다.
유머를 하는 이유는
자신의 의사를 보다 빠르고 분명하게 전달하기 위함인데
그렇다고 유머가 아무 경우나 적절하게 어울린다는 것은 아니다.
유머는 사용해야 할 때가 있고 하지 말아야 할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를 판단할 줄 아는 링컨의 유머 감각은
이후 많은 웃음을 만들어 내었고
그 웃음들은 하나같이 겸손함이 묻어 있는 건강한 웃음이었다.
자기 자신을 스스로 인정하고
주변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의 유머는 언제나 건강하다.
유머를 하기 전에 일단 자기 자신의 상황을 스스로 솔직하게 받아들이자.
그렇다면 언제 유머를 해야 하고 언제 유머를 하지 않아야 하는지
저절로 알게 된다.
아하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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