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박찬호 선수로 인해 잘 알려진
미국 프로야구 LA다저스의 토미 라소다라는 감독이 있다.
지금은 은퇴했지만 감독 시절 언제나 쾌활한 웃음을 보이던 감독이었다.
그런 토미 라소다 감독의 기지가 돋보이는 일화가 있다.
경기 중 투수가 급작스러운 난조를 보이자
투수를 교체하려고 마운드에 올라간 라소다 감독.
그러나 막상 불펜을 보니 후보 투수들이 몸을 풀고 있지 않았다.
투수는 교체해야 하는데 교체할 투수가 아직 준비가 덜 된 상태니
라소다 감독은 교체될 투수와 마운드에 서서 그저 시간만 끌고 있었다.
그러자 주심이 마운드로 올라와 라소다 감독에게 물었다.
“누굴 등판 시킬거요?”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던 라소다 감독은 내심 당황했다.
그러나 특유의 유머 감각으로 대답했다.
“누가 좋겠소?”
엉뚱한 감독의 대답에 황당한 표정을 짓던 심판은
투수 교체는 감독의 권한이나 빨리 결정하라고 재촉했다.
그리고 심판은 다시 라소다 감독에게 물었다.
“누가 등판할 거요?”
그러자 라소다 감독은 넉살좋게 심판에게 되물었다.
“심판이 보기엔 누가 적당할 것 같소?”
그러는 동안 불펜의 선수들은 계속 몸을 풀고 있었다.
화가 난 심판이 ‘오른손 투수를 내 보내시오’라고 아무렇게나 대답하자
상대방 타자가 왼손 타자임을 확인한 라소다 감독은 얄미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왼손 투수요.”
* * *
야구경기중 한 이닝에 감독이 마운드에 두번째 올라가면
반드시 투수를 교체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바로 이 경우가 그 규정에 해당했다.
흔들리고 있는 투수를 교체하러 마운드에 올라왔지만
아직 불펜 투수들이 몸을 풀지 않은 상황,
자신의 성급함을 탓할 순간
이미 심판은 투수 교체와 경기 진행을 재촉하고 있다.
이럴 때 유머 감각이 뛰어난 라소다 감독의 기지에 찬 유머는
곤란한 상황을 넘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감독이 심판에게 ‘우리팀 투수를 교체할 건데 누가 좋겠냐’고 물으니
이런 황당한 상황이 어디 있을까.
라소다 감독이 유머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불펜 투수가 충분히 몸을 풀만한 시간을 만드는 일이다.
그렇다고 고의적으로
심판에게 삿대질로 항의하며 시간을 끌 수는 없는 일이다.
고의로 경기를 지연시키면 이 또한 경고 등의 제재를 받게 되며
팀 분위기도 위축된다.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심판에게 조금은 당황스러운 질문을 던지고
경기 진행을 위해 긴장하고 있는 심판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경기와 아무 관련이 없는 황당한 질문을 한다면
정말 심판에게 퇴장을 선언받을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니 라소다 감독의 질문은
그 상황에서 벌어질 수 있는 질문으로 그 절묘함이 하늘을 찌른다.
빨리 투수 교체를 하라는 심판에게 ‘누가 좋겠냐’고 물으니
듣는 심판은 얼마나 황당할까.
그렇다고 얼핏 생각에도 이건 경기에 중요한 부분인 것 같으니
의도적으로 경기를 지연시킨다는 생각은 머리속에 떠오를 리 없고
또한 야구장에서 분명 야구 얘기를 하니 고의성은 안 보이고,
이야 말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인 셈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집고 넘어가야 하는 대목이 있다.
토미 라소다 감독의 유머가 의도한 대로 되었던 것은
라소다 감독의 유머 감각과 특유의 넉살 때문이다.
유머를 구사함에 있어서 필요한 것 한가지는 바로 그러한 넉살이다.
말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남에게 웃기는 이야기를 툭 던져보는 것이
쑥스럽게 생각된다면 살아가면서 얻게 되는 스트레스는 엄청나게 많아진다.
일부러 남을 웃기지 않아도 되고 내 이야기에 남이 웃지 않아도 된다.
그냥 하고 싶은 말을 불쑥 할 수 있으면 된다.
그리고 결과에 대해서 나중에 돌아보면 된다.
하지만 너무 많은 생각으로 말을 하는 도중에
유머를 구사할 타이밍만 찾는다면
대화 자체도 어색해지고 유머의 자연스러움도 없어지게 마련이다.
유머를 하려면 시원하게 하자. 그것이 재미있던 재미없던,
남을 웃기던 안 웃기던 하고 싶은대로 시원하게 하자.
유머란 즐겁자고 하는 것이며
따라서 이것은 유머 감각을 익히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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