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칼럼

슈바이처 박사의 귀향

아하누가 2024. 6. 20. 00:32


 

아프리카 오지에서 죽어가는 생명들을 구하기 위해 일생을 바친

슈바이처 박사가
모금운동을 위해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위대한 성자를 만나기 위해 기차역으로 몰려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기차에서 내리는 슈바이처 박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슈바이처 박사가 1등칸이나 2등칸에서 나오리라 생각했던 사람들은
정작 3등칸에서 모습을 나타낸 슈바이처 박사를 보고 모두 깜짝 놀았다.
사람들은 이런 슈바이처 박사에게 왜 편안한 자리를 마다하고
비좁고 지저분한 3등칸을 이용했느냐고 물었다.
슈바이처 박사는 이렇게 대답했다.

 

 

“이 기차에는 4등칸이 없더라구요.”

 

 

 * * *

 

 

이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일화다.
가장 핵심이 되는 유머의 기법이 그대로 표현된 것은 아주 멋진 유머다.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한 자리에 나타나는 사람이 3등칸에 타고 오는 것은
어쩌면 오히려 더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그리고 3등칸에 타고 왔다는 사실 또한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데
슈바이처 박사는 아주 감동적인 표현으로

그가 이곳으로 온 의미를 잘 전달하고 있다.

 

 


물론 저 이야기가 어디까지가 사실인지는 알 수 없다.
여기서 잠깐 유명인사들의 일화라는 것의 속성을 살펴보자.

 

유명 인사들의 일화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비교적 근거가 명확한 것으로,
언제 어떤 자리에서 일어난 일인지 알 수 있는 경우다.
다른 한 가지는 그 근거가 몹시 미약하여 일부 허위나 과장 등
정확하지 않은 사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면서 미화되는 경우다.
지금 예를 들고 있는 슈바이처 박사의 일화도
후자의 경우처럼 딱히 근거는 없고 그냥 입에서 입으로만 전해오는
대표적인 유형의 이야기다.
유명인사들의 일화를 접할 때도 그 상황을 잘 파악해야
일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런 근거없는 이야기를
마치 유머가 성공의 비결인양 제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일화의 사실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일화에서 우리가 알아야 하는 사실은
유머를 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인 겸손의 중요함이

강조되어 있다는 점이다.
주로 성공한 사람들의 유머를 살펴보면

그것이 이미 성공한 다음에 생긴 유머다.
이미 성공했다는 지위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생겨난 유머도 많다.
남보다 높은 자리에 있지 않았다면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었을 수도 있는 일화를
우리는 교훈처럼 또는 유머처럼 알고 있는 경우가 그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화를 들을 때도 유머를 들을 때도

그것을 잘 가릴 줄 알아야 한다.

 


유머는 건강해야 한다.
그리고 건강한 유머라면 반드시 겸손함이 묻어있어야 한다.
딱딱함보다는 부드러움이 더 남을 잘 이해시키는 것처럼
유머 또한 거만함이 가득한 유머보다 겸손함이 서려있는 유머가
남을 더 쉽게 이해시키고 감동시킨다.

앞에서 예시한 일화의 주인공이 슈바이처 박사던 아니던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3등칸에 타고 온 주인공(이미 세인의 주목을 받는)이
1등칸 열차를 타고 오지 않았다는 의외성이며 또한 이에 대한 대답이다.


그의 대답에는 겸손함이 자연스럽게 스며있다.
불쌍한 사람을 도우러 온 사람이 나 편하자고 1등칸에 타고 올 수 있냐는
평범한 대답이었다면 듣는이의 감동은 훨씬 줄어들었을 것이다.

 

 


유머는 이왕이면 겸손해야 한다.
겸손이라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남보다 자신을 낮출 줄 알고
말하는 자신보다 듣는 사람의 입장을 먼저 생각할 줄 안다면

이미 겸손한 사람이다.
그런 마음가짐이라면 굳이 유머를 구사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어떤 말을 하던 듣는 사람은 이미 흐뭇함을 느끼게 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