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제법 운치 있으나 내용은 별로 밝지 않다.
로버트 드 니로의 엽기적 명연기와
조디포스터의 싱그러운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칸느 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작의 동명 영화 내용이 아니다.
요즘은 어찌된 일인지 돈도 없는 놈이 요즘은 택시를 많이 탄다.
움직였다 하면 택시다.
여기가 물가가 싸다는 동남아도 아닌데도 열심히 탄다.
택시 많이 타기 운동이란 것을 들어본 적 없는데 택시를 탄다.
그렇게 택시를 타다 보니
택시 기사와 이런 저런 얘기할 기회도 많다. 별별 얘기가 다 나온다.
오후에 들었던 어느 택시 기사 이야기가 아주 재미있다.
1969년도부터 택시 운전을 했다나?
1969년이면 인간이 달에 착륙하던 해고, 월남전이 한창일 때고,
남미의 두 나라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가 축구 때문에 전쟁도 치루던 해며,
또한 택시 드라이버가 세상에 나오기 6~7년 전이다.
내가 지금 우리 큰 아들 후연이만 할 때다. 그 정도면 정말 오래 했다.
당시만 해도 운전을 한다는 직업은 다른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었으며
여기저기 자랑할 만한 직업이었다는 얘기도 덧붙인다.
그럴 수 있는 일이다.
얘기가 무르익자 이 기사 양반이 얘길 계속하는데,
당시에 몇명 안되는 청와대 출입이 가능한 택시 기사로 발탁되어
청와대 출입을 했단다.
선망의 직업인 택시 기사에 청와대 출입이 가능한 기사였으니
그 위세가 얼마나 대단했을까?
말을 빌리자면 고위층을 모시고 다니고 호신용 권총도 있었으며
한달에 두 번 실사격 연습을 하기도 했다 한다.
그런가 하면 당시에는 쉽지 않은
고급 양복점의 양복 2벌을 공짜로 얻어 입었으며
여기저기 찔러주는 돈봉투도 무시못할 액수였다고 한다.
지금 생각하면 아마도 좋은 시절이었을게다.
그러나 그 기사는 아직 택시를 한다.
택시 운전이 좋아서 할 수도 있겠으나 혹시 그 재미에, 또는 하던 일이니
그저 아무 생각없이 지금까지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이 땅에서 살아가는데
직업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그렇다면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직업이 택시 기사의 경우처럼
30년 또는 10년만 지나도
이미 좋은 직업이라고는 할 수 있는 직업이 되어 있을 수도 있잖은가?
갑자기 심각해진다.
부리나케 언젠가 동호회 게시판에서 보았던
직업에 대한 얘기 한가지가 떠올라 얼른 지난 게시판을 찾아본다.
다음은 게시판에서 옮긴 글의 내용이다.
-----------------------------------------------------------------------
금년 정부발표 "제조노임단가"를 살펴보면....--;; (내림차순 입니다.......^^)
순위 직 종 일급 해당자
1 컴퓨터H/W기사 44,123 두모씨외
2 컴퓨터S/W기사 42,147 유모,신모씨외
3 기계설계사 38,781 전모,예모씨외
4 컴퓨터운전사 37,963 박모,고모,강모씨외
5 품질관리사 37,799 한모씨외
6 전자편집디자인 31,631 궁민자까!
-------------------------------------------------------------------------.
제일 밑에 보이는 국민작가가 아닌 궁민자까가 바로 나를 지칭하는 것이니
이거 아무래도 심각하다.
내가 직업을 잘못 택한건 아닌지, 지금이라도 얼른 시대에 부응하여
미래가치가 높은 직업으로 전환을 해야 하는지 심각해진다.
하지만 배운 게 도둑질이라는 옛말처럼
어디 직업 한번 바꾸기가 쉬운 일인가?
정말 여기에 대해서는 답이 없다.
하루하루를 그저 남들 살아가는 것처럼 살고 있을 뿐인데
언제 나의 미래에 대해,
시대의 변화에 대해 발맞춰 나가랴.
* * * *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첨단'이라던가 '정보'라는 말만 들으면
머리가 지끈거린다.
제발 세상이 변하지 말고 이대로만 머물렀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난 분명히 급변하는 이 시대의 첨단 정보를 따라잡지 못할 것이다.
그저 아는 기술로만 허리가 휘는 고생을 하면서 살게 될 것이다.
갑자기 우울해지는 하루다.
그저 세상이 전반적으로 발달하여
전 직종이 골고루 발전하기만을 바라고 있자니 이 또한 답답해진다.
내게 있어 미래는 보장된 불확실이다.
아하누가
10여년이 지난 2013년 현재, 지금도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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