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아하누가 2024. 6. 20. 00:24


 

가만히 생각해보니 '시'라는 걸 쓴 적이 중학교 이후에는 없었던 것 같다.
시를 읽는 일에 있어서도

결혼 전에 잠깐 시집 몇 권을 사서 읽은 적이 마지막 기억이니
직접 쓴 일이야 얼마나 오래 되었을까.
그것도 국어시간에 강제로 시킨 것이라던가

또는 방학 숙제로 남의 것 베껴간 것이 대부분이었으니

시라는 건 내게 있어 너무나 먼나라 얘기다.

 


흔히들 시에 대해 좋은 문구로 미화시키곤 하는데

가끔 보는 몇 편의 경우말고는
시라는 것에 그리 큰 매력을 가져 보진 못했다.
뿐만 아니라 시에 대한 매력을 가지지 못하게 된 데에는
별로 봐줄만한 글이 아닌 글을 '시'라는 이름으로 선보이는,

일부 맘에 안 드는 몇 사람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것까지야 어디까지나 나만의 생각이 뿐이고.
숙제로 쓰던 강제로 시켜서 쓰던 시를 쓰려면

항상 밤하늘이나 날아가는 구름, 노을이나 바람을 우려먹곤 했다.

거기에 결정적인 부분에 '비'까지 나오면
완벽하게 구성된 한편의 시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정말 그런 소재들은 많이도 써먹었다.
하늘에 구름이 없고 비가 오지 않고 바람이 없었다면

도대체 숙제를 어떻게 했을까.

 


하지만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 가만히 생각하니
혹시 누군가 내게 강제로 시를 써오라는 상황이 생긴다면 정

말 쓸 소재가 많아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 나온 단어만 해도 얼마나 많은가.
휴대전화? 예전엔 이런 단어 없었다. 원조교제?

이런 단어도 물론 없었다.


그러니 지금은 시 쓰라면
애꿎은 자연적 현상을 들볶지 않고

사회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 시를 썼을 것이다.

 

 

 

얘기가 이렇게 장황하고 두서없이 흘러가는 것은
오늘은 획기적으로 나도 시를 한번 써보려고 하기 때문이다.
원래 주절주절 묘사가 많아지는 글을 재미있어 하지만

가끔은 짧고도 감성적인 표현으로
하루의 기분을 전달하는 것도 신선하다는 생각에서다.


오늘 있었던 가장 인상적인 기억을 시로 표현해 본다.
시야 아무렇게나 쓰면 어떠랴. 그저 내가 시를 썼다는 것이 흥미롭지.
자 그럼 슬슬 시작해 볼까?

 

 

 


제목 : 과속 감시 카메라

 

 

 

문명의 철조망에 갇힌 다람쥐.
문명이 낳은 시대의 보초.
문명을 지휘하는 고급 두뇌.

 

애써 눈길을 피하려 해도 그는 나를 항상 쳐다본다.
언제나 높은 곳에서 응시하는 변함 없는 무표정
앞사람도 뒷사람도 고개를 숙인다.

 

나는 오늘도 그를 본다.
행여 그의 눈길 속에 내가 벗어나 있을까봐
그가 오늘도 나를 본다.
행여 자신이 정한 규칙의 범주를 내가 없을까봐.

내일도 이미 그는 나를 보고 있다.

 

 

 

 

 

 

 

 

아하누가

내가 쓰긴 했다만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더 이상 못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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