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핵폭탄의 폭발로 인류가 멸망한다고 하면 과연 어떤 생물이
이 지구상에 살아 남을까?
이 부질없는 질문에 어떤 사람들은 바퀴벌레만
유일하게 죽지 않고 살아남을 것이라며 농담 섞인 얘기를 하곤 한다.
덧붙여서 바퀴벌레들은 핵폭탄이 아니라
원자 수소 닐리리 폭탄이 힘을 합쳐 터져도 살아 남는다고
흥분하며 침 튀어 얘길 하곤 한다. 하지만 그저 단순한 농담만은 아닌 것 같다.
어찌된 일인지 이놈의 바퀴벌레들은 없애도 없애도 없어지지 않고,
차라리 마음 고쳐먹고 친해질려고 노력하고 노력해도
친해지긴커녕 성질 한번 더러운 자기 자신만 확인하게 된다.
알도 겁나게 많이 낳을 뿐 아니라 부화되는 시간도 초스피드이며,
며칠 굶겨도 죽지 않고 버티고 자신의 몸을 최소한으로
납작하게 할 수도 있다니 이 얼마나 불사신 같은 놈인가?
그것도 모자라서 이리저리 싸돌아 다니며 온갖 지저분한 병균은 다 옮기고
지저분한 세균이나 붙이고 다닌다니 생각할수록 기분 더럽다.
* * *
오래전에 친구 한 녀석이
잔인한 바퀴벌레 학살법 한 가지를 가르켜준 적이 있었다.
라이터중에는 스위치가 있어 ‘딸깍’하는 소리를 내며
전기로 점화를 하는 라이터도 있는데
그 라이터를 분해하여 그 점화장치 부분만 골라내면
무시무시한 흉기가 된다.
이것을 사람 몸 어딘가에 대고 ‘딸깍’하고 누르면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찌릿찌릿하다.
바로 이 흉기를 가지고 바퀴벌레를 잡는다.
내용물을 꺼낸 빈 참치캔을 어두운 곳에 두면 바퀴벌레가 들어간다.
이 때 바퀴벌레가 도망가지 못하게 뚜껑을 살며시 닫은 다음
그 무시무시한 흉기를 가지고 참치캔 바깥면에 대고 누르면
안에 있는 바퀴벌레는 전기구이가 된다고 한다.
사람에게는 찌릿찌릿한 정도지만
바퀴한테는 어마어마한 전류가 흐른다나 어쩐다나.
참치캔 내부를 몰래카메라로 찍으면 한번 라이터를 누를 때마다
안에 있는 바퀴벌레는 오도방정을 떨며 이리저리 튕기다가
장렬하게 전사한다고 한다.
이거야말로 바퀴벌레에게 할 수 있는 가장 통렬한 복수일지도 모르겠지만
비위가 약한 관계로 아직 실천에 옮기진 못했다.
* * *
아무래도 이 땅의 바퀴벌레가 없어지려면 사람들로 하여금
바퀴벌레를 잡아먹게 하는 방법밖에 없을 것 같다.
불교의 나라 그리고 퇴폐관광의 나라 태국에는
바퀴벌레 튀김이라는 요리가 있다.
야간에 형광 불빛을 이용하여 잡은, 어른들 손가락만큼이나 큰 바퀴벌레들을
튀겨 음식으로 판다고 한다.
씹을 때 흘러나오는 육즙이.... 으.... 그만하자.
상점에서 흔히 파는 “남플라(Nam Pla)”라는 생선용 소스의 맛이
이 바퀴벌레 튀김 맛와 비슷하다 하여 병에는 바퀴벌레 그림이 징그럽게도
그려져 있다고 하니 (그것도 한마리도 아니고 너댓마리씩 그려져 있다. 웩!)
정말 바퀴벌레를 먹는 나라도 있긴 있는 것 같다.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그렇게 하려면 일단 ‘정력’이란 단어와 연관지어 널리 홍보해야 한다.
정력이라면 물불 안가리고 달려드는 사람을 주 타겟으로 마케팅을 구성하자.
그럴 줄 알고 이 임무를 담당할 홍보맨도 오래전부터 눈여겨두었다.
우리나라 박사님의 빅쓰리, 바로 황수관 박사와 조경철 박사
그리고 김동길 박사가 그들이다.
이분들이 나서서 바퀴벌레가 정력에 캡빵이라 하면
많은 사람들이 혹시 잡아 먹지 않을까?
그러면 어느 정도 바퀴벌레가 줄지 않을까?
아니다. 잘못 생각했다.
잘못 생각해도 엄청나게 잘못 생각했다.
그러다가 괜히 누군가 판매용으로 사육(?)하는 사람 나올라.
참고로 전문가들의 말을 빌리면 이 놈 바퀴벌레를 집안에서 한마리 보았다면
이미 집안에는 천마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다고 한다.
이런 끔찍한 일이....
* * *
최근 한 일간신문사와 환경운동연합이 공동으로
냉, 온수기가 설치된 서울 시내 금융기관, 식당, 학원 등
100여곳의 식수 위생상태를 점검한 적이 있었다.
이 결과 대장균의 검출이야 말할 것도 없고 이중 39곳에서는 바퀴벌레가
30마리 이상 집단 서식하는 것으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앞서 설명한, 한마리가 보이면 천마리가 살고 있다는 말을
수학적으로 대입, 환산해보면 실로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흔히들 수도물이 걱정되어서 물을 사 먹거나
냉 온수기를 이용한다지만 때로는 그냥 수도물을 먹는게 훨씬
안전할 것 같기도 하다.
어느 정도야 괜찮을지 몰라도 위생불감증은 몹시 위험한 증세다.
뭐 원래 그런거지 뭐....., 먹고 죽지만 않으면 되지 뭘.... 등과 같은 생각은
더욱 위험하다.
특히 그곳이 많은 사람이 오가는 공공장소라면 말이다.
해당 장소는 물론 관계 당국에 철저한 점검을 당부한다.
아하누가
멸망하지 않는 바퀴벌레 얘기는 아마도 끝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