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칼럼

한,중,일 정상의 유머

아하누가 2024. 5. 6. 21:47

 

유머가 즐거운 이유 중 하나는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선입견을 가진 인물이
의외의 농담을 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 경우는 보통의 경우보다 더 재미있어

오랫동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한다.
한때 최불암 시리즈가 화제가 된 것도 그러한 맥락으로 해석하면 된다.

따라서 유머는 유머쟁이나 개그맨 등

쉽게 웃길 수 있는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것보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더욱 재미있다.


 

그런 개념에서 볼 때 각 나라 통치권자들의 유머는 어떨까?
아마도 그들의 유머는 단지 유머로서 뿐만 아니라

많은 의미를 담고 있어야 할 것이다.
단순한 말장난이어서도 안되고 그저 웃자고 하는 얘기여도 곤란하다.
그러니 한마디 농담도 생각해서 말해야 하는 것이 리더의 고뇌인 셈이다.

 

 

            *           *           *

 

 

 

지난 2001년 11월 5일자 신문을 보자.
당시 ASEAN + 3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는 브루나이에 한, 중, 일 정상이
한자리에 모였다. 중요한 회담 안건이 있겠지만
모이자마자 딱딱한 회담을 바로 시작할 수는 없는 일.
그래서 작은 환담이 오갔던 모양인데….
신문 기사 원문을 통해 어떤 농담들을 주고 받았는지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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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룽지 총리가 ‘한류 열풍을 몰랐는데 이제는 한국의 배우 이름도 알게 됐다.
한국문화가 몰려오는 듯한 느낌’이라고 ‘문화수입’을 강조하자
김 대통령은 ‘우리는 중국으로부터 1500년동안 문화를 받아들였다.
이제 중국은 한국문화를 100년만 받아들여달라’고 화답해 좌중이 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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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중국의 주룽지 총리는 한국 기업의 대 중국 공산품 수출에 대해
한국의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라는 압력을 넣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따라서 ‘한류’ 얘기를 농담으로 꺼내며
은근히 중국이 한국으로부터 현재 받고 있는 것이 많다는 사실을 피력했다.
그리고나서 농수산물 개방을 얘기하면 잘 통하리라는 의도로 보였다.
이에 대한 김 대통령의 대답은 매우 적절해 보인다.
지난 1500년간 중국문화를 받아왔다는 사실도 적절하고 그러니 앞으로
100년간 계속 (한국을) 받아달라는 말도 적절하다.
과거의 1500년과 현재의 100년의 현실적 시차를

절묘하게 대칭시킨 표현인 듯 싶다.
우리나라 김 대통령의 유머 감각은 뛰어난 편이다.
역대 다른 대통령 중에 누가 그런 상황에서 그런 표현을 했을까.

다음 기사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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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3국 정상회동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중국 전통연극인 경극(京劇) 배우가 가면을 빨리 바꿔 쓰는 것을 보고
정말 바꿔 쓰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고 말하자
주룽지 총리는 ‘일종의 지적재산권이자 국가기밀에 속하는 것이어서
함부로 말할 수 없다’고 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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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기사에서 알 수 있듯 중

국의 주룽지 총리의 유머 감각 또한 김 대통령 못지 않다.
자리가 자리니 만큼 일본 총리가 관심을 가진 (관심 있는 척하는) 분야에 대해
일일이 설명할 수는 없었을 것이고 또한 설명할 시간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 상황을 염두한다면 단순한 대답으로 대화를 끊고 화제를 돌려야 하는데
그 의미로는 매우 적절한 유머 감각을 보여준 셈이다.
‘지적재산권’이란 표현만 했다면 약간은 서먹한 분위기가 되었을텐데
함께 곁들인 ‘국가기밀’이란 단어의 선택이 매우 신선하다.
‘국가기밀’이라는 말이 가지는 묘한 뉘앙스를 겉과 속이 다른 일본 사람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기사에는 나오지 않아 일본 총리는 주로 어떤 농담을 했는지 알 수 없지만
일본 사람들은 공식석상에서 그렇게 활달한 비유나 풍자를 하지 않는다.
국민속성이기도 하고 문화 자체도 그리 유머를 즐기지 않는 듯하다.
이러한 경우를 두고 일본 사람들은 겉으로는 남을 배려하기 때문이라지만
남을 배려함으로 생기는 반사적 이익을 챙기니

그게 진정 남을 배려하는 건지 의심스럽다.
아마 그게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 사람을 싫어하는 이유 중에
가장 커다란 이유이기도 하다.

 

 

   *         *          *

 

 

유머란 항상 여유에서 나온다.
이번 한, 중, 일 정상 회담에서도 알 수 있듯 국력이 가지는 여유가
유머로 나타나는 것 같다.

아마 우리가 한, 중, 일 3국과 대등한 입장이거나 또는
우위적인 입장이었다면 우리 대통령도 한껏 여유로운 농담으로
분위기를 주도했을텐데 이점이 아쉽기만 하다.

 

 

농담을 즐기고 유머를 즐기려면 일단 여유부터 찾자.
학생은 학생대로 학업에 열중하고, 직장인은 직장인대로 일 열심히 하고,
사업가는 사업가대로 돈 많이 벌면

없을 것 같던 유머 감각이 저절로 생길 것이다.
유머로서 여유를 찾자는 건 틀린 말이다.
여유가 생기면 유머는 저절로 따라오고 웃음 또한 저절로

따라다니게 마련이다.
그러니 우리 모두 각자 서로서로 잘 살자.
그게 세상을 즐겁게 살 수 있는 가장 간단하고 정확한 방법이다.

 

 

 

 

 

 

아하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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