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칼럼

연변총각

아하누가 2024. 5. 6. 21:45

 

한동안 사회적으로 크게 유행했던 유머 중에 연변 총각의 유머가 있다.
TV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유행된 이 유머는 연변에서 온 총각이
자신이 살아 온 고향의 얘기를 과장되게 설명하여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웃음을 참지 못하게 한다.
많은 사람들의 기억속에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게 된 이 유머가

왜 재미있었을까.

 

 

 

 

유머의 다양한 표현 방법 중에는 과장과 비약, 그리고 허풍이라는 기법이 있다.
실제로 있었던 사실을 보다 확대하여 사실을 강조하고자 하는 기법인데
위의 세가지 표현 방법은 비슷한 듯하나 조금씩 다른 점을 가지고 있다.
과장이라는 것은 우리가 가장 많이 배워오고

실생활에서도 많이 사용하고 있는
표현 방법으로 실제의 상황보다 훨씬 더 확대된 다른 대상과 비교하여
실제의 사실을 강조하려는 표현법이다.
반면 비약이라는 것은 얼핏 들으면 과장과 비슷한 듯하나

처음에 말하고자 한 논리에서 다른 논리로 변형되고 확대되어 가는,
즉 줄기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과장이나 허풍과 차이가 난다.

 

 

그렇다면 허풍이란 무엇일까.
허풍이란 것은 무슨 일을 확대하여 설명한다는 점에서는

과장의 경우와 비슷하나
과장이 실제의 사실을 더욱 강조하기 위함이라면
허풍은 사실 자체가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묘한 뉘앙스를 담은 채
대화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그 사실이 진실이 아니었을 경우에도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두고 과장하는 것이 바로 허풍이다.

그러니 듣는 사람이 알아서 잘 해석해야 하고 그 해석에 대한 결과는
해석한 사람들이 책임지어야 하는 특성을 가진 표현이 바로 허풍이다.
바로 이 허풍이란 기법을 잘 이용한 유머가 ‘연변총각’식의 유머다.

 

TV를 보고 있노라면 말도 되지 않는 엄청난 허풍에

사람들은 그저 허허 웃고 만다.
설마 그러려니 하는 생각은 기본이고 ‘그 사람 참.....’ 하며 웃게 된다.
하지만 단순히 허풍만으로 사람을 즐겁게 할 수는 없다.
허풍도 나름대로 잘 해야지 어수룩한 허풍은

분위기만 썰렁하게 만들뿐이다.
따라서 거기에 한가지가 추가되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표현의 익살이다.
예를 들어 보자.

곰발바닥으로 만든 무언가를 자랑하는 연변 총각은 연변에 곰이 많다는 얘기를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저의 옌볜에는 사람보다 곰이 더 많슴다.”

 

그리고 계속되는 허풍은 익살스러운 표현과 궤를 같이 한다.

 

“여자들이 선을 보러 나갈라치면 남자들 입 냄새부터 맡아 봄다.
 그래서 마늘 냄새가 나면

 이거이 사람된지 얼마 안되는 곰이갔구나 생각함다”

 

바로 이런 식의 표현이다.

 

 


그저 허풍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기발한 표현이 익살스럽게 곁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거미에 대한 얘기를 할 때는 이렇게 표현한다.

 

 

“10년 묵은 거미는 거미축에도 못낌다.

  얘들은 아직 거미줄도 못만들어 냄다”

 

 

10년 묵은 거미는 거미축에도 못낀다는 표현 자체도 허풍이지만
아직 거미줄도 만들지 못한다는 낸다는 익살과 절묘하게 어우러지고 있다.
이후의 점층적인 표현으로는,

50년 묵은 거미의 거미줄은 나무 사이에 매달아 침대로 쓰고
(이때 줄이 끈끈해서 자다가 굴러 떨어지지 않는다는 익살도 빠뜨리지 않는다)

100년 묵은 거미의 거미줄은 빌딩 유리창 닦을 때

동아줄로 쓴다는 식의 표현이 이어진다.

 

 

가끔 살면서 누군가 재미있는 얘기를 하다 신이 나면 자기의 흥에 겨워
점점 더 과장이 심해지는데

그것이 허풍이라는 전제와 익살스런 표현이 가미된다면
생활이 매우 유쾌해진다. 바로 이런 상황이 그 원리에 충실한 경우다.
물론 아무나 한다고 어울리는 것은 아니다.


 

연변 총각 역을 맡은 개그맨의 약간의 촌스러운 외모와 능글맞은 연기력이
뒷받침이 되었으니 그 유머는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는지 모른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그것이 코미디라는 사실을 알고 많은 시청자들이 웃었다는 점이다.
이것이 코미디고 이것이 사실이 아닌 허풍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을 때
사람들은 웃는다. 왜?

자신의 손익과 아무 관련이 없고 마음 속에 쌓아두어야 하는
아무런 경계의 벽도 존재하지 않으니까.

 

 

             *          *          *

 

 

가끔 농담을 할 때 주변 사람들이 못 알아 듣거나

 이해를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경우처럼 무안한 일도 없다. 물론 유머 감각이 남보다 뒤떨어지거나
한박자 늦은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머에 대해
매우 익숙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유머를 하는 사람도 중요하지만 유머를 들어주는 사람의 역할도 중요하다.
무엇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인지,

무엇을 위해 허풍을 떠는 것인지 잘 알아 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남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
남의 말을 가장 잘 듣는 방법은 뭐니 뭐니 해도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유머는 남의 말을 잘 듣게 하는,
대화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를 충실히 가르쳐주는 좋은 선생님인 셈이다.

 


 

 

 

 

 

아하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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