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이 나라에서 국회의원 만큼은
국민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법치국가의 입법 주역들이며
또한 나라 살림을 책임지는 사람들이 국민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한다니 이 얼마나 서글픈 일인가?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사회적 추세에 휘말려 국회의원을 칭찬하는 분위기가
갖추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니 만큼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국회의원들도 한 일이 매우 많다.
아니, 국회의원이 잘못한 일이 뭐가 있는가?
그러면 한가지씩 국회의원들의 업적을 밝혀보겠다.
업적 1. 자본주의 국가에서의 세금에 대한 중요성 인식
자본주의 경쟁체제를 국가 경제체제의 근간으로 하는 우리나라에서
그 동안 세금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잡혀 있었던가?
절대로 그렇지 않다.
세금이란 것은 국가에서 국민들의 피를 뽑아 가는 것쯤으로 인식되었고
따라서 자신의 월급에서 떼어져 나가는 세금을
우리는 마치 도둑질 당하는 기분으로 참아왔다.
하지만 얼마전 끝난 제16대 국회의원의 세금납부 실적을 통해
그동안 낸 세금이 도둑질 당한 것이라기 보다
정당한 세금을 국가에 냈다는 자부심이 더 앞서게 되었다.
이게 다 누구의 공인가?
국회의원이 아니었으면 우리는 평생 세금이 국가에서 뺏어가는 돈이라는
정신적 압박에 시달리며 살 뻔 했다. 정말 대단한 업적이 아닐 수 없다.
뭐?
대부분의 재산이 마누라 앞으로 신고되어 있어서
자신은 세금이 한푼도 없다고?
설마 그럴 리 없다. 그러면 왜 국회의원은 마누라가 출마 안했남....
업적 2. 남북한 화해무드 조성
머잖아 역사적인 남북한 정상회담이 열린다.
이 사실이 대통령의 뛰어난 외교력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물론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정상회담이 성사되기까지는 국회의원들의 공로는 너무도 컸다.
따라서 이는 매우 중요한 국회의원의 업적이 아닐 수 없다.
왜 이것이 국회의원들의 업적이냐 하면 이유는 이렇다.
재산 많고 사회적 명성도 자자할 만큼 왕성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여러 신체적 문제 때문에 군대를 가지 못했다니
그럼 대한민국의 군인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만 가는 곳인가?
머리로는 대한민국 최고의 두뇌들이요,
체력으로는 모두가 람보급에 해당하는
사람들만이 가는 곳이 바로 대한민국의 군대다.
따라서 이 사실을 확인한 북한이 무력도발은 물론이고
휴전선에서 알짱거리며 미국에게 식량 원조 받던 전술을 즉시 중단하고
알아서 설설기는 전략으로 급선회하게 된 것이다.
이래도 이게 국회의원의 공이 아닌가?
업적 3. 전과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 재고.
그동안 우리는 한 때의 발못으로 범죄를 저질러
전과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대하지 못했다.
마음의 색안경을 짙게 쓰고 있었고 또한 말로는
사회에 적응하기를 바란다고 하지만 그 어떤 노력도 하지 못했다.
따라서 전과가 있는 사람은 그러한 색안경 속의 눈길을 감당하지 못해
또 다른 잘못을 저지르고 이는 계속된 악순환으로 이어져
사회의 커다란 문제로 남게 되었다.
세상의 인식이 이러한 바로 이때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전과를 모두 드러내어
사회에 적응하겠노라며 몸소 나섰다.
전과자의 몸으로 일반 직종도 아닌 국가 살림을 맡아 하는
국회의원에 출마하겠다고 나섰으니 이 얼마나 숭고한 인간승리의 현장인가?
따라서 이들로 인해 우리는 한 때 잘못을 했던 전과자들이 사회에 적응하여
새로운 마음으로 출발할 수 있도록 돌봐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업적 4. 박찬호 선수 메이저리그에서 돌풍
이것이야 말로 국회의원들의 최대의 업적이 아닐 수 없다.
박선수가 세계에서 제일 야구를 잘한다는 사람들이 모인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당당한 선발 투수로 제몫을 하는 것을 보고
많은 한국 사람들이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고 있다.
이렇게 박선수가 국민적 관심사가 된 것이 바로 국회의원 때문이다.
잠시 어리둥절하겠지만 가만히 생각하면 쉽게 답이 나온다.
박선수가 미국 메이저리그로 진출하는데
국회의원들이 나섰으면 제대로 되었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국회의원들이 나서서 잘된 일이 하나도 없다.
바로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깊은 자제력을 보이며 박선수의 메이저리그 진출에 관여하지 않았다.
정말 이 자리를 빌어 그 노력에 감사한다.
국회의원들이 나섰으면 우리는 박찬호를 볼 수 없었다.
모두들 감사하자.
비단 앞에서 제시한 것 말고도 국회의원들 남긴 업적은 매우 많다.
우리가 그저 주변의 분위기에 휩쓸려 그들의 업적을 간과했을 뿐이다.
틈틈이 시간나는 대로 우리 국회의원들의 업적을 칭찬해주자.
칭찬을 들어야 일도 신이 나서 하게 되는 법이다.
* * *
얼마전 보도를 보니 새 국회의원들의 임기가 시작되는 시점과
전 국회의원들의 임기가
실질적으로 끝난 시점과의 공백이 4개월이나 된다고 한다.
할일 많고 중요한 일 많은 나라살림인데 무려 1년의 1/3 동안 국회가
열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말 이 땅에는 국회의원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많은데
국회의원을 '하고자' 하는 사람은 드문 모양이다.
아하누가
지금은 조금 나아졌을까? 그럴 리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