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칼럼

부부싸움

아하누가 2024. 1. 11. 16:46

예로부터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 하여,

싸움은 분명 싸움인데도 싸움축에도 못끼는 대접을 받아왔다.
하긴 그렇다.

칼로 물을 벤다니 이게 어디 과학적으로 설명이나 될 수 있는 말인가?

 

무언가를 벤다는 것은 그것이 고체의 성격을 띤 것이나 가능하다는 사실은
초등학생들도 이미 알고 있는 명백한 사실이니 말이다.
물론 가끔 칼로 물을 베는 사람이 있긴 있다.
예전에, 아주 오래전에 본 만화의 장면에 그런 부분이 나온다.
무술을 연마하는 한 청년이 산속 깊이 들어가 스승의 혹독한 가르침을 받는다.
우선 강렬하게 떨어지는 폭포 아래서 강한 물줄기에
선생님의 손바닥에 얻어맞는 강도보다 더 강하게 뒤통수를 맞아가며

정신을 맑게 한 다음
시퍼렇게 날이 선 검을 들고 떨어지는 폭포의 물줄기를 향해 검을 날린다.
처음에는 강한 물줄기에 검이 튕겨나가 부상을 입기도 하지만
다시 패관수련하여 도전하여

물줄기가 약간 멈추었다 떨어지는 듯한(물론 만화속의 그림이지만)

모습으로 성공한다.

 

한때는 그 만화가 너무도 리얼해서 수도에 물 틀어놓고

손바닥으로 물을 끊어 보겠다고
하루종일 동생하고 그짓 하다가 어머니께 엄청나게 얻어 터진적이 있다.
맞는 와중에도 어머니의 매서운 손길을 느끼며

‘어머니도 한번 해보세요’라고 말했다가 동생보다 더 맞았었다.

 

 

이렇듯 칼로 물을 벤다는 말은 만화에서나 가능한 말이지

현실적으로는 전혀 타당성이 없는 말이다.
그러니 우리 어르신들은 부부싸움을 ‘말도 안되는’

칼로 물베기란 말로 비유하며 평생을 함께 살아야 하는 부부들에게는

으레히 있는, 때로는 삶의 신선한 자극이 되는

감초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다.
말의 맛으로 보나 바탕에 깔린 생각으로 보나 좋은 표현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니 부부싸움 정도는 신경쓰지 말고 열심히 하자......라며

글을 마무리 하고 싶은 맘은 굴뚝 같은데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꼭 그렇지만은 않은가 보다.

 

 

 

           *           *           *

 

 

 

얼마전 보도에 따르면 지난 1998년 한해 동안

서울시 소방본부 119 구조-구급대가 부부싸움과 관련하여

총 2475회 출동했으며, 다툰 부부들중 2265명이 중경상을 입고

31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되었다고 한다.

 

 


이 조사의 셩격이 단지 서울이라는 지역의 한계와
119 구급대의 조사만으로 이루어져서 이 정도지

전국적으로 통계를 내보면 아마도 부부싸움이 칼로 물베기인지

칼로 사람베기인지 분간이 안가게 될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 부부싸움중에 아무리 감정이 격앙되었더라도

‘너 죽을래?’ 같은 소리를 해서는 안될 것이다.

 

더욱이 1997년에는 출동 1978회, 중경상 1909명, 사망 11명이었는데
1년 사이에 부부싸움이 과격해졌고 피해도 크게 늘어났을 뿐 아니라

남편이나 부인이 서로 상대방에게 겁을 주기 위해

칼로 자신의 배를 찌르는 것과 같은 자해사건도
239건이 발생하여 6명이 사망했다니

이야말로 문자 그대로 칼로 사람베기 아닌가?

앞으로 4~5년후에는 부부싸움과 관련한 부상자와 사망자수가

급증하는 것은 물론 ‘부부싸움용 칼’이나 ‘테러장비’ 같은 상품도

일반화될 것 같은 걱정이 앞선다.
또한 부부싸움에 대비한 호신술 학원도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날 것이며
각종 민원상담실도 급증할 것이다.
그런 부모를 보고 자란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할 건지는

너무도 자명한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정을 이루고 부부생활을 하면서 평생을 살아간다.
따라서 사회구성의 최소 단위를 이루는 부부의 싸움은 남의 일 같지만
절대로 남의 일이 아니다.

이렇게 사회적인 문제로 번져가고 결국 유머의 소재로까지
등장하니 말이다.

 

예전의 우리 선조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칼로 물을 베는’ 훈훈한 인정이 있는
부부싸움을 되찾을 수 있는 날을 기다린다.

 

 

 

 

 

 

 

 

 

아하누가

정말 오래전 글이지만 통계가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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