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후배 직원이 컴퓨터 앞에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하더니
이내 내게 말을 건넨다.
"음악 좋아하시죠? 이거 들어보실래요?"
"뭔데?"
"코나...라는 그룹 아세요?"
"코나?"
알긴 안다.
가수 이소라가 같은 소속사 가수라는 이유로
어느 노래인지 초반부에 이소라가 노래를 불렀던 곡도 알고,
내가 좋아하는 어느 팝송과 느낌이 비슷한 노래를 불러
특별히 기억에 남는 그룹이다. 하지만 그것 말고는 잘 모른다.
후배가 틀어준 노래를 들어보니 제법 상큼한 느낌을 가진 노래였다.
"제목이 뭐래?"
"이거요? '아름다운 날들이여 사랑스런 눈동자요'요"
제목을 들으니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다.
나이가 서른살 정도 되는 사람이면 저 말 다음에 무슨 말이 나오는지도
알 것이고 시원한 청량음료도 생각날 것이며
또 귀엽고 깜찍한 모델도 생각나 엉큼한 생각 많이 하는 남자들 입가에
이유 모를 미소를 짓게 하는 상황들이 연출되는 제목이다.
이렇듯 줄줄이 설명한 상황처럼 싱그럽고 귀여운 일들이
오늘 일기의 주제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만 불행히도 그것은 아니다.
잠시 옛생각에 잠겨있는데 후배직원이 또 말을 건넨다.
"그러면요. 이번엔 이 노래 들어보세요"
".......?"
무언가 다른 곡을 들려주는 후배 사원의 입가엔 음흉한 미소가
잔뜩 배어 있었고 노래를 듣던 나는 무언가 혼란스러운 표정이 만들어졌다,
"야, 코나가 일본말로도 불렀냐?"
일본 노래라며 들려준 <Tales of Destiny> 라는 곡과
한치의 틀림도 없는 완벽한 표절이다.
아니 표절이라고 하기에도 왠지 미안한 완벽한 카피 그 자체다.
어떻게 이런 노래를 앨범에 버젓이 실었을까?
예전에 복싱선수 홍수환의 동생인 홍수철이 <보고싶다 친구야>라는
곡을 불렀을 때도 낄낄 웃고 말았고,
국보 자매라는 이상한 여자들이 나와 빨주노초파남.... 어쩌구 하는
노래를 불렀을 때도 어이가 없어 웃고 말았다.
그런가 하면 <녹색지대>라는 가수가 염치없게도 일본 그룹
XJapan 노래를 뻔뻔하게도 두 곡을
한 곡처럼 교묘히 섞어 불렀을 때도 제법 담담했는데
이번 경우에는 조금 흥분했다.
그 노래는 아주 유명한 온라인 게임의 테마 음악이기도 하다나?
안 그래도 교과서 왜곡으로 감정도 안 좋은데 앞에서는 흉보면서
뒤로는 베낄 거 다 베껴먹으면서 일본의 행동이 가증스럽다느니
일본인이 음흉하다느니 하는 소리들을 하다니
뭔가 모를 께름직한 느낌이 들었다.
앨범에 수록하면서 번안곡이라는 표기를 했는지 안 했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다만 그동안의 관례로 볼 때 했을 리가 없다.
그렇게 표기했다면 그것도 별로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표기했다는 데에 대해선 앞의 말을 나도 정중히 사과할 용의가 있다.
만약에 아니라면 다들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게다.
그냥 가수 아무개라고 표현해도 좋았을 수 있겠지만
굳이 <코나>인지 뭔지 이름을 확실히 밝힌 것은 그런 경우는
만방에 알려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남들이 모를 거라 생각해서 대충 베껴먹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이 얼마나 질 나쁜 도둑질인가?
하지만 힘없는 소시민의 외침이 뭔 힘이 있으랴.
갑자기 코나를 좋아한다는 나의 영원한 팬 여울이가 생각난다.
이 얘기 들으면 많이 실망하겠지. 여러 사람 기분 나쁘게 하는군.
어디 노래뿐이겠나. TV 프로그램이며 CF 광고며, 출판이며 ...
에이 고만하자!
아름답지 못한 얘기들을 써야 하는 나도 안타깝다.
아하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