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두 시간의 여행

아하누가 2024. 5. 6. 21:24


     
     
     우리나라 여성 듀엣 가수에 대해 요즘 생각이 많다.
     워낙 먹고사는 일 하고 관련 없는 일에 신경을 유독 쓰는 성격이어서, 
     지금 관심을 가지고 있는 <여성듀엣가수>라는 특이한 소재가
     정작 나 자신에게는 별로 놀랄 일도 아니다. 
     


     이상하게도 나는 남들이 별로 가지지 않은 부분에 관심이 많다.
     범상치 않은 주제에 관심이 많다면 사람도 비범한 사람이 되어야
     당연하겠지만 불행하게도 나 자신은 너무도 평범한 사람에 머물고 있어
     얼핏 비범한 척 하는 자신이 가끔 불쌍하게 생각 들기도 하니
     이 또한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나라 여성듀엣 가수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되는데
     우선 '듀엣의 대가' 은방울 자매로부터 이어져 온 '시스터스' 스타일과
     포크적인 성향이 짙은 듀엣으로 나눌 수 있다.
     굳이 거명을 하며 예를 들자면 시스터스 스타일에는
     펄시스터즈를 비롯, 국보자매, 토끼소녀(아주 오래전엔
     바니걸스라고도 했다), 나비소녀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할까?    
     그리고 포크적 여성 듀엣은 현경과 영애를 비롯하여
     두송이, 대학가요제 출신인 고은희 이정란, 황은미 문채지,
     작품하나 등이 있을 게다.          
     


     이렇게 변변찮은 음악적 상식을 줄줄이 나열하는 이유는
     바로 요즘 듣는 노래에 대한 얘기를 하려 함인데
     서두치고는 몹시 장황하며 간단한 글 치고는

     학술논문에 가까워지고 있으며,
     학술논문으로 보자니 너무도 낙서적인 글이 되어가는,
     한마디로 글이 개판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소리두울> 여성 듀엣이 있다.
     1980년대 초반에 나타나 뛰어난 고음 및 미성으로
     같은 시대 다른 가수들의 코러스를 대부분 도맡아 했던
     노래 잘 하는 여성듀엣이다.
     이중의 한 멤버는 지금도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장필순'이다.     
     요즘은 그들의 노래 <두 시간의 여행>이라는 곡을 즐겨 듣는다.
     내가 사는 곳에서 두시간이라면 제법 먼 곳까지 갈 수도 있는 시간인데
     그 애매하면서도 적절한 시간에 왠지 정감이 느껴진다.
     그 당시 노래만 해도 듣는 사람의 감성에 호소했음이 분명한데
     어째 요즘 노래는 감성에 호소하긴커녕 자극과 충동을 겨냥해서
     부르는 것 같다.     
     그런 노래를 좋아하고 그런 취향을 가진 사람의 눈에 비춰진 내 모습은
     몹시 고리타분하고 때 지난(?) 청춘으로 비춰지겠지만
     느낌에서 오는 사실은 언제나 솔직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갈수록 마음 맞는 사람이 필요한 가보다. 
    

 

 

            *          *          *


 

 

     오늘도 <두 시간의 여행>을 듣는다.
     그리고 내일부터는 3일간의 휴가 - 두 시간이 조금 넘는 곳으로
     식구들과 함께 떠난다.
     며칠 동안 집에도 못 가고 밤을 새야 할 정도로 바쁘게 움직였지만
     제대로 마무리 된 것이 아니어서 개운한 기분만은 아니다. 
         

     내일이 휴가가 시작되는 날이라는 사실에도 별 감흥이 없었는데
     아침에 <두 시간의 여행>이란 곡을 들으니 느끼지 못하고 있던 휴가가
     한 걸음 앞으로 바짝 다가온 느낌이다.
     노래가 주는 적지 않은 감성의 전환이 새삼 가슴 어딘가에 와 닿는다.
     그래서 나는 늘 음악을 듣는가 보다.

 

 

 

 

 

 

 

 

아하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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