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SNS, 밴드에 쓴 글 170

<페북-2016> 나비넥타이

인터넷에서 나비넥타이 몇개 샀다. 나비넥타이란게 우스꽝스럽게 보이지만 너무 큰 잇점이 있다. 싸고, 아무 옷에다 대충 해도 되고, 종류도 다양하다.특히 가장 큰 장점은 ㅡ일반 넥타이나 악세서리는 브랜드가 중요하고 가격도 엄청나게 비싸다. 그런데도 그런거 정도는 해야 한다는 관념이 있어, 넥타이 하나 사는데도 부담스럽다. 하지만 보우타이는 그런거 없다. 어느 회사에서 만들었는지 브랜드 이름이 뭔지, 그런걸 아는 사람도 없고 묻는 사람도 없다. 그냥 보우타이일 뿐이다.나비넥타이를 할 때마다 브랜드로 포장된 본질의 왜곡된 평가에서 생기는 우울함을 벗어나는 기분이라 무척 유쾌해진다. 이게 나비넥타이가 주는 가장 큰 즐거움이다.

<페북-2016> 여주인공 이름

낮에 빈둥거리다가 문득 한명의 남자와 세 여자가 동시에 사귀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주제로 소설을 쓸까 생각했다. 물론 잠깐 생각만 했다. 나는 소설을 쓸만큼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다. 여자 주인공 세명의 이름을 정하는 걸로 집필 작업은 끝났다.엄선 끝에 정해진 여주인공 3명의 이름 -하연정연정하정하연히히... 하루종일 이거 하고 놀았다. 심심해서 미쳐가고 있다. ㅠㅠ

<페북-2016> 둘째의 기타

둘째의 기타 소리를 참 좋아했는데, 고등학생이 되더니 녀석은 운동에만 집중했다. 지금은 학교내 몸짱이라고 했다. 그래도 난 녀석의 기타소리가 더 좋았다.저녁에 집에 오니 오랜만에 둘째의 기타소리가 들린다. 학교 일찍 끝나고 하루종일 기타 쳤다고 했다. 잘했다고 칭찬했다."근데 오늘 일찍 왔네?"학원도 안가고 집에 있기에 궁금해서 물으니 녀석은 늘 그렇듯 쉬크하게 대답했다."오늘부터 중간고사라 일찍 끝나요.""......!"아, 이 녀석을 혼내야 하나? ㅠㅠ

<페북-2016> 짝

예전에 방영했던, 젊은 청춘들이 소개팅하는 이란 프로그램이 있었다. 전편을 다운 받아 일주일 동안 연속 28회를 봤다. (아!~ 이 대목에서 '전혀' 바쁘지 않다는 사실을 밝혀야 함이 왠지 민망해진다.)근데 이걸 왜 흥미롭게 봤냐면 -나는 예전부터 '관상'에 관심이 많았다.역술이나 명리학 같은 학술적인 정통파(?) 관상이 아니라, 단지 사람들의 인상과 그 인생을 옆에서 지켜보고 나의 예상이 맞는지 틀리는지에 대한 흥미였다. 평소 생활에서 보는 사람들은 그 현상을 파악하는데 선입견이 작용하니 냉정한 판단을 하기 쉽잖았는데, 이 방송을 보니 생판 처음 보는 사람들의 성격과 인성을 상을 통해 알아보기 쉽고고 또 그것을 확인하는데 매우 적격인 방송이었다.거짓말 같이 첫인상에서 파악한 부분이 시간이 흘러가면서 내..

<페북-2016> 특별한 재주

"너 글 잘쓰잖아. 내 얘기 좀 써줘"아주 오래전, 친구가 찾아와 뜬금없는 부탁을 했다. 자신이 자주 가는 사이트가 있는데, 주로 자기 성경험에 대한 얘기를 주고받는 곳이란다. 거기서 글읽는게 재밌어 자주 가는데, 문득 자기 얘기를 써보고 싶더란다. 그리고 나를 찾아왔다.그거야 못할 것도 없지. 그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친구 얘기 듣고 그중 드라마틱한 요소가 있는 얘기를 대충 끄적여 포스팅했다.우연인지 아닌지 그 글은 폭발적인 화제를 불렀고 친구는 사이트내 인기인으로 급부상했다.거기까진 좋았는데, 이 친구 맨날 찾아와 이런저런 19금 얘기를 계속 떠들며 글로 써달란다. 그래서 계속 썼고, 쓸 때마다 빵빵터져 녀석은 관련 커뮤니티의 최고 스타가 됐다. 그중 수위가 낮은 한편의 이야기를 누군가 베껴 컬투..

<페북-2016> 극복

아직 결혼을 못한 친구가 드디어 이상형을 찾았다고 했다.쌍수들어 기뻐해야 할 상황이었지만, 친구는 여자에게 큰 문제가 하나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애정으로 극복하라고 말해주니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며 계속 심각한 표정이었다."나이가 무지 많거나 무지 어리냐?""그게 무슨 문제가 되냐""혹시.... 어디 아프거나 몸이 불편한 건 아니고?""그렇지도 않지만 그건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지""이미 결혼한 여자 아니냐?""죽을래?"도대체 그 문제라는 게 뭔지 궁금해서 반복해 물으니 친구는 천천히 대답했다."그 여자가 날 싫어해......""......."세상에는 사랑으로 극복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페북-2016> 파리

파리 한마리가 집안에 날아다니니 마누라가 날보고 잡으래. 날아다니는 파리를 내가 어떻게 잡아. 마침 컵에 앉았길래 살짝 접근해서 양손을 합장하듯 모아 잡는 시늉을 했는데, 이 바보같은 파리가 정말 잡혀서 두 손바닥 안에서 꿈틀거리는거야. 거기까진 좋았는데, 그 다음에 어떻게 해야해? 손에 힘빼면 도망갈테니 방법이 없잖아?  그랬더니 이 마누라가 내 양손등에 손을 대고 힘으로 눌러버리는데..... 손안에서 파리가 사정없이 터지는데, 그 느낌이 손바닥으로 전달되는데.....   아, 정말 더러운 하루였어.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