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글 잘쓰잖아. 내 얘기 좀 써줘"
아주 오래전, 친구가 찾아와 뜬금없는 부탁을 했다. 자신이 자주 가는 사이트가 있는데, 주로 자기 성경험에 대한 얘기를 주고받는 곳이란다. 거기서 글읽는게 재밌어 자주 가는데, 문득 자기 얘기를 써보고 싶더란다. 그리고 나를 찾아왔다.
그거야 못할 것도 없지. 그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친구 얘기 듣고 그중 드라마틱한 요소가 있는 얘기를 대충 끄적여 포스팅했다.
우연인지 아닌지 그 글은 폭발적인 화제를 불렀고 친구는 사이트내 인기인으로 급부상했다.
거기까진 좋았는데, 이 친구 맨날 찾아와 이런저런 19금 얘기를 계속 떠들며 글로 써달란다. 그래서 계속 썼고, 쓸 때마다 빵빵터져 녀석은 관련 커뮤니티의 최고 스타가 됐다. 그중 수위가 낮은 한편의 이야기를 누군가 베껴 컬투쇼에 응모해 냉장고도 받기도 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한테 야한 이야기를 쓰는 특별한 재주가 있었던 것 같다. 진작 쓸데없는 글 중지하고 이길을 택했어야 했다.
금요일이 되니 금요일마다 찾아오던 그 친구가 생각난다. 아직 장가도 안갔는데...
그리고 그 망측한 사이트와 닉네임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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