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로, 신촌, 명동 거리에서 고개를 뻣뻣이 쳐들고
몇번씩 지나다녀도 아는 사람을 한 사람도 만나질 못할 때.
- 크리스마스 이브날의 귀가 시간이 매년 빨라지고 있을 때.
- 나도 모르는 사이에 택시운전수 아저씨와 대화가 무척이나
자연스럽게 잘 통하고 있음을 느낄 때.
- 무언가를 하려고 식사를 대충 때우던 적도 분명히 있었는데,
맛있는 밥 한끼 때문에 다른 일을 취소할 때.
- 이미 계절이 바뀌었는데
철지난 옷을 입고서도 남의 눈치를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하게 시내 한복판을 걷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을 때.
- 오랜만에 찾은 오락실에서 계속 두리번거리며 테트리스를 찾을 때
- 오이를 먹을 때 케첩이나 마요네즈에 찍어 먹는 것보다
고추장이 더 맛있게 느껴질 때
- 후배들과 만난 자리에서 어제 본 TV얘기를 하던 중
‘그전에는 잘 몰랐는데 [가요무대]도 꽤 재미있더라구’라는
소리를 자연스럽게 할 때.
- 몸에 좋다는 음식이나 약 얘기가 들리면 귀가 솔깃해질 때.
- 신세대 노래를 한곡이라도 노래방에서 해보려고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일 때.
- 남녀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술집이나 노래방의 화장실에
누가 있던 꺼리낌 없이 들어가 볼일을 보고 있을 때
- 대한민국 군인들이 더 이상 아저씨가 아니라고 느끼기 시작했을 때
(이 증세는 조금 더 지나면 대한민국 장교들이....로,
조금 더 지나면 대한민국 장군들이......로 바뀌게 된다).
-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나온 여자들이
무척이나 어리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을 때
- 유머사이트 글을 계속 봐야 하는지 말아야 할지로 고민할 때.
----------------------------------------------------------------------------
한두살 씩 기성세대로 가까이 가는 사람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이 이야기를
인터넷에 올리고 며칠 뒤 어느 팬으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2시의 데이트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이 글과 똑같은 내용의 멘트로
오프닝했다는 메일이었다.
고맙게도 그 사람은 메일을 통해 표절 등의 이유로 법정투쟁이라도 가게 되면
자신이 증인이 되어주겠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나보다 2살 많은 아주머니였는데 아마 이 글에서 느끼는 것이 많았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무척 애착이 가는 글이다.
그리고 지금도 한 항목씩 느껴가고 있는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