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건달을 자칭하는 사람들 몇명이 모였다.
백수 1 : 그러니까 우리도 이렇게 놀기만 할게 아니라 기업을 만들어보는거야!
백수 2 : 기업은 무슨 기업, 읽던 신문지 빵꾸나는 소리하고 있네.
백수 1 : 허허 참... 요즘 벤처기업이 인기잖아,
그러니까 이름만 근사하게 짓고 코스닥에 상장하면 엄청난 이익이 올껄?
백수 3 : 근데 그게 가능해?
백수 1 : 그럼! 이름만 벤처기업 답게 그럴듯하게 지으면 된다구!
* * *
그리고는 모든 백수들이 모여 새로운 기업의 이름을 짓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여러 사람의 의견이 모이다보니 이름이 결정나지는 않고
좋은 이름만 같다 붙이게 되어 기업의 이름은 시간이 갈수록 길어져만 갔다.
백수 1 : 어라? 이것 봐라. 기업 이름이 뭐 이리 길어?
백수 4 : 뭔데? 한번 불러봐!
백수 1 : 음.... 벤처전자정보통신디지털콤인터넷캐피탈바이오텔
백수 5 : 와~ 그 이름 외지도 못하겠다. 뭐 그리 긴 이름이 다 있노?
백수 1 : 그러게 말이지. 하지만 이런 단어들이 들어가지 않으면 안된다구!
백수 6 : 좋은 수가 있다! 요즘 합성어가 유행이잖아!
그러니까 몇자만 따내서 줄인 말을 쓰는거야, 한 다섯자 정도로. 어때?
* * *
나름대로 일리 있는 설명이라 생각되어 듣고 있는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모두들 또 다시 머리를 맞대고 미리 뽑아둔 좋은 말중 엄선하고 엄선하여
이름을 정보, 통신, 전자, 디지털로 압축했다.
그리고 이를 다섯자로 줄이는데 성공했다.
결국 그들이 결정한 벤처기업의 이름은 이렇게 결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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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통 자 지 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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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이 쓰여질 때 사회는 커다란 벤처의 물결이 휩쓸고 있었다.
연일 코스닥 기업들의 주가는 상승하고 조금 촌스러운 이름이 붙은 기업들은
저마다 이름을 바꾸기 시작했으며 기업의 이름을 영어로 바꾼 회사의 주가가 급등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소위 '묻지마 투자'라는 신조어가 나타나기도 했던 전 국민 주식투자 시대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지금은 모든 거품이 빠져 대부분의 벤처기업주가가
1/5에서 심하게는 1/20까지 떨어져 있는 상태다.
그러한 시대적 문제를 담은 저 유머는 당시 커다란 인기를 얻었으며,
신문 연재만화의 소재로 쓰이는 등 사회적으로도 많이 알려진 유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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