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에서 하는 어떤 코미디 프로그램중에 '달인'이라는 코너가 있다.
한마디로 스스로 어떤 분야의 달인이라고 자찬하며 너스레를 떠는 내용인데,
그 엉뚱함과 황당함이 제법 우습다.
나름대로 즐겨 보는 프로이기도 한데, 이 코너에는 재미있는 특징 한가지가 나온다.
달인이 되는, 즉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시점을 아주 명확하게 16년으로 규정한 것이다.
항상 시작 부분에서 달인을 소개할 때면 '16년간 무엇을 해오신....'이란 수식어로
소개하곤 하는 걸로 보아 적어도 이 코미디에서만은 16년이라는 시간은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데 필요한 절대 시간인 셈이다.
그런데 이 16년이란 시간도 절대 시간이라고는 하나
나이에 따라 받아들이는 느낌은 상대적이다.
아마 32살이 된 사람이라면 자신이 살아온 인생에 정확히 절반에 해당하는 시간이니
굉장히 긴 시간으로 느껴질 수 있겠고, 70세쯤 드신 어른이 생각하기에 16년이란 시간은
아무 것도 아닌 짧은 시간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고 나니 그동안 살면서
내가 16년 이상 꾸준히 해온 것이 뭐가 있을지 생각이 들었다.
우선 축구를 좋아하기 시작하고 관심있게 축구를 즐겨본 것은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니 대략 32년쯤 된 것 같다.
달인으로 갖춰야 할 자격을 두번이나 갖춘 셈이다.
하지만 즐기기만 했지 달인이 되기 위해 필요한 탐구 및 개척 능력이 부족한 관계로
젊은 축구팬보다 모르는 게 많으니 달인이라고 하기엔 부족함이 많다.
젊은 시절을 함께 했던 기타도 그렇다.
기타를 치기시작한 것은 약 30년이 넘었고 한때는 밥먹는 것보다 더 열심히 한 적도 있었지만
이어지지 않은 노력과 관심으로 인해
지금 현재의 상황은 갓시작한 초급자나 별반 다를게 없는 실력으로 되돌아갔다.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실력이 허무하긴 하지만
그동안 가져다준 아름다운 추억으로 상쇄하며 애써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중이다.
그러면 16년간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그 경력과 감각을 유지하는 일은 없을까?
단지 자격만 갖춘 것으로 더 이상의 노력과 탐구정신 없이도 그 가치가 인정되는 것,
그런 것이 있다면 저절로 달인이 될 것도 같으니
가장 간단하게 16년전 이맘 때 내가 뭘 했었는지 기억을 더듬어보기로 했다.
그것이 달인으로서 자격을 갖추는 게 필요한 절대시간을 찾는
최적의 방법일 거라는 생각에서다.
그러다 보니 16년전 이맘 때 확실하게 자격을 갖춘 사건이 있었다.
그것도 많은 사람들 앞에서 증인도 불러세우고 얻는 달인의 자격이었다.
정확히 16년전 오늘. 결혼식했다.
그러니까 오늘부터 나는 16년간 결혼생활을 해온 '결혼'의 달인이 된 셈이다.
아하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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