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센 마누라는 여자보다 아름답다

시골 출신

아하누가 2024. 7. 6. 02:03



“그러게 말이에요. 요즘 애들은 얼마나 곱게 자라는지....” 

 

 

 

친구 집들이에서 만난 사람들이 주로 나누던 얘기다. 

자녀들이 점점 커가는 나이가 되니 대화의 주제도 당연히 아이들에 맞추어지곤 한다. 

그러다가 ‘요즘 아이들’이라는 단어가 화두가 되면 너도나도 이에 질세라 

자신이 살아온 환경에 대해 열을 올리며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럴 때는 산속 깊이 위치한 깡촌에서 자랄수록 더 목소리가 커져 

필요 이상의 흥분을 하게 된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별로 자랑거리가 아닐 듯한 시골 출신이 

이런 경우만 되면 대단한 자랑거리로 둔갑하게 되는 셈이다. 

 

마침 그런 화제가 나왔는데 어느 아이 엄마가 유난히 큰 목소리로 

자신의 어린 시절 주변환경을 얘기하고 있었고 

주변 사람들 또한 너도나도 한마디씩 거들고 있었다. 

아내는 정말 시골 출신이다. 

시골에 있어 가짜 시골이 어디 있고 진짜 시골이 어디 있겠냐만 

남들에게 어떻게 설명을 해도 고개가 끄덕여질만한 시골에서 자랐다. 

그렇지만 아내가 사람들 많은데서 목소리를 높여가며 자신이 자란 시골의 

낮은 문명율을 내세우며 주제에 걸맞는 상대적 우위에 서려는 사람은 아니다. 

그리고 말을 할 때도 조리있고 이해가 쉽도록 하는 편도 아니다. 

다만 옆에서 지켜보는 내가 아내의 이런 저런 말들을 규합하여 나름대로 분석하고 

정리하는 일이 가끔씩 있을 뿐이다. 

 

“말도 마세요. 내가 어떤 곳에서 자랐는지 알아요?”

 

잠시 생각에 잠겨 있는중에 어떤 아이 엄마가 또 말을 꺼냈다. 

하지만 얘기를 들어보니 그 아주머니가 자랐다는 곳은 내가 살면서 아내에게 들었던 

얘기보다 훨씬 더 도회적이었고 현대적이었으며 그 정도의 시골은 

30대 중반의 나이를 가진 사람이라면 어디서 살았어도 있을 만한 환경이었다. 

문득 아내 얼굴을 힐끗 쳐다보니 아내도 입이 간지럽기 시작했는지 

무언가 할 말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동안 아내가 내게 해준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근거로 아내가 할 말을 

미리 예상해보고 분석해보니 대충 이러했다.

 

<예상발언 1> 옆 집 가려면 산 길로 200미터 정도 가야 하지요

 

이 정도면 누가 더 시골 출신인지 우위를 가리려는 목적으로는 대단한 환경이다. 

아마 이 정도의 대사가 나온다면 시골출신이라는 명제 앞에서 

아내보다 더 깊은 산골에서 자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예상발언 2> 초등학교 5학년 때 전기 들어왔어요

 

이 말은 아직도 아내와 어린 시절 얘기를 나눌 때면 웃게 되는 말이다. 

당시 환경이 웃을만한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얼마나 진귀한 상황인가. 

서울에서 태어나서 서울에서 자라온 나는 감히 상상도 못할 일이다. 

참고로 아내가 자란 마을에 전기가 들어오는 날 마을 사람들이 전등 앞에 밤을 지새우며 

잔치를 벌였다니 참으로 산속 깊은 시골이었던 모양이다.

 

 

앞의 두 가지 예상발언만 보면 다른 건 제쳐 두더라도 자라온 환경이 

시골스러운 정도에 대한 여부에 있어서는 

어느 누구보다 가장 확연한 우위를 점할 것만 같았다.

 

 

“나는 말이에요.....”

 

 

앞 사람의 얘기가 끝나자 아내는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아내의 얘기는 처음 듣는 말이었으며 

얘기를 들은 주변 사람들은 그저 물끄러미 아내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아내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자라면서 자동차보다 비행기를 먼저 알았지요”

 

 

 

 

아하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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