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센 마누라는 여자보다 아름답다

바퀴벌레

아하누가 2024. 7. 6. 02:05



"글쎄 집에 바퀴벌레가 있지 뭐예요" 

"그래?" 

 

 

저녁식사를 마치고 아내가 문득 혼잣말 같은 말을 꺼낸다. 

 

 

바퀴벌레. 

이름만 들어도 왠지 께름직하고 기분이 나쁘다. 

생긴 것도 징그러운데 안 나타나는 곳 없이 나타날 뿐 아니라 생명력 또한 강해 

쉽게 죽지도 않는다. 핵폭탄이 터져도 지구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생명체라는 농담 같은 말에도 쉽게 고개가 끄덕여진다. 

어디 그것 뿐인가? 번식력은 얼마나 강한지 알을 몸에 지닌 암컷 한 마리가 

수십 수백 마리의 알을 낳는다. 수정기간이 한달이 채 못되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나도 가끔 집에서 바퀴벌레 한 마리가 지나가는 것을 본적이 있다. 

어떤 날은 남자 엄지손가락만한 바퀴가 윙윙 소리를 내며 날아 다니는 것도 보았다. 

그런 바퀴는 집안에서 서식하지 않는 바퀴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나서 

비교적 다행이다 싶었지만 요즘 들어 집에서 보는 바퀴는 순수한 가정용 바퀴벌레다. 

보통의 바퀴들은 다리를 몸통 아래로 오무려 잔뜩 밀어 넣어 다녀 

그나마 억지로라도 귀엽게 봐줄만 했는데 최근에 집에서 본 바퀴벌레는 

다리를 몸밖으로 잔뜩 펼치고 다녀 작은 크기에도 오히려 더 혐오스러웠다. 

 

"집이 지저분해서 그런가?" 

 

별로 아름답지 못한 대화가 오갈 것 같아 일부러 모른 척 하느라 

딴청하는 듯한 말투로 슬쩍 넘어가고자 하는 의도가 잔뜩 담긴 말을 꺼냈다. 

집은 지저분할 일이 없다. 내가 지저분하면 지저분했지. 

 

"그게 아니라 아랫집이 지저분해서 그런 것 같아요" 

 

아내는 바퀴벌레 정도야 손바닥으로 때려잡지만 

이상하게도 남의 핑계를 잘 대는 아주 나쁜 버릇이 있다. 

예전에 시장에 같이 가자고 했을 때도 그냥 아이들 보고 있겠다고 해서 

혼자 간 적이 있었는데 그만 소매치기를 당해 지갑을 잃어버린 적이 있다. 

그때도 자신이 지갑을 잃어버린 이유가 내가 같이 안 갔기 때문이라며 내 핑계를 댔다. 

내가 따라갔으면 강도를 만났을 지도 모르는 일이니 지난 일 가지고 

말도 안되는 원인 따지지 말라했더니 갑자기 강도로 변해서 

너죽고 나죽자며 달려들은 적도 있다. 

바퀴벌레 있는게 어디 남의 집 탓일까. 

워낙 여기저기 잘 다니고 잘 안죽는 놈들이니 그런 것일테지. 

그러다 어느 책에선가 읽은 바퀴벌레의 얘기중 아주 재미있는 부분이 생각나 

아내에게 말했다. 

 

"큰일이네. 바퀴벌레 한 마리가 보이면 이미 집안에는 1000마리가 더 있다던데" 

"......?" 

 

그 말을 들은 아내는 즉시 흥분했다. 

그런 거짓말하지 말라며 아내는 지나치게 흥분하고 있었다. 

내가 하는 말이 어디서 듣거나 읽은 거라는, 생각보다 말도 안되는 말로 

청결 및 위생을 강조하며 바퀴벌레 근절에 경각심을 부각시키자고 

의도적으로 말하는 근거없는 소리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물론 그 얘기는 어디서 주워들은 것이 사실이고 그 말을 가만히 생각해보아도 

충분히 그럴 수 있으며, 또한 그말의 근거가 빈약하더라도 

번식력 강한 바퀴벌레의 특성을 말한 거니 딱히 내 잘 못은 없다. 

그런데도 아내는 마치 내가 못할 말이라도 한 것처럼 몹시 흥분하며 

내가 말한 상식이 전혀 현실에 맞지 않는다며 신경질을 냈다. 

아무래도 내 말이 믿지 못하겠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얼마의 시간도 지나지 않아 나는 아내가 내 말을 못 믿는게 아니라 

특유의 단순한 성격 때문에 내 말의 틀린 부분을 찾아 

집요하게 추궁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집안에 바퀴벌레 한 마리가 보이면 이미 1000마리가 더 살고 있다는 것이라는 내 말에 

아내는 이렇게 대답했다. 

 

 

"한 마리 보였으니까 999마리겠지" 

 

 

 

 

 

아하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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