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칼럼

담배

아하누가 2024. 1. 11. 16:31

예전에 일본 동경에 갈 때의 일이다. 아마도 1997년이었을 것이다.
동경으로 가기전 일본과 관련된 여행 안내서를 뒤적이다

담배에 대한 얘기를 보게 되었다.
이 무식한 쪽바리 나라는 어디서든 흡연이 보장되는 흡연자의 천국이며,
심지어 부모 자식간에도 마주앉아 담배를 꼬나무는

세계 유일국이라는 설명이었다.


정말 그 내용이 사실이었는지 2시간 20분 가량 소요되는

동경발 일본 항공사의 비행기안에서도 흡연이 허용되었다.
공교롭게도 앞좌석 3석, 뒤좌석 3석,

그리고 양옆에 모두 일본 사람이 앉아 있었다.
나 역시 어지간한 골초라 생각하지만 거리도 짧고 장소도 비행기 안이어서
착륙할 때까지 그냥 참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비행기가 이륙하고

안전벨트를 풀러도 된다는 사인등에 불이 켜지기 무섭게
주변 8명의 일본인들이 담배에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무슨 한일간의 우위를 점하려는 국가간의 경쟁이라도 되는양

마치 날보고 보라는듯이 피워대기 시작했다.

참으로 싸가지 없는 놈들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5분쯤 지나서 그들이 담배를 다 껐을 때

내가 담배에 불을 붙이고 피우기 시작했다.
사람을 잘못 건드려도 한참 잘못 건드렸지,
다른 사람 생각해서 모처럼 참으려는 골초에게 흡연 의욕을 부추겼을 뿐 아니라
국가간의 오래된 감정마저 다시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전의를 일으켜 주었으니 말이다.

 

 


결국 무지막지하게 담배를 피우니

주변 일본인들은 조금씩 불쾌한 표정을 지었고
그 별 것도 아닌 승리감에 젖은 나는 내내 행복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니 참으로 부질없는 짓이다.
다른 것도 아니고 몸에도 좋지 않다는 담배 가지고

담배나 불태우지 아무 의미도 없는 승부욕을 불태웠으니 말이다.

 

 

 

            *          *          *

 

 

 

담배가 이 세상에 나타난 시기나 지역은 확실치 않다.
다만 1942년, 세계적인 땅 도둑인 크리스토퍼 콜럼부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통째로 도둑질하러 갔을 때

그곳에 사는 인디언들이 피우고 있는 담배를 피워 보고는
그 아리까리한 맛과 불이 붙은 채로 연기를 마시는 신기함에 뿅가게 되어
그 이후 전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다는 사실만 전해지고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에 담배가 전해진 것은 기록에 따라 다르나

대략 1608∼1616년에 일본에서 들어왔다고 전해진다.
어떤 저자 미상의 일본 문헌에 따르면 담배는 게이초연간(慶長年間)에
처음 조선에서 이입되었다고 하며,

임진왜란 때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부하들이
이순신 장군의 위력적인 전술과 거북선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쩔쩔매다
싸가지 없이 흡연법이나 배워 일본에 전파하였다고 지적한 것도 있긴 하나
그 경로 또한 확실하지 않다.
다만 원산지인 아메리카에서 유럽으로 전파된 담배가

서세동점(西勢東漸)과 더불어
서양인들의 내왕에 따라 전해진 것만은 확실하다.

 

 

 

            *          *          *

 

 

 

담배가 한국에 전래된 17세기 초에는 당시 의약품이 발달하지 못하였던 관계로
회충으로 의한 복통에 담배를 피워 진통시키거나, 충치 예방이나 치통에
담배 연기를 입 안에 품어 진통시키기도 하고,
곤충에 물렸을 때 그 부위에 담배를 피운 후의 침을 바르며 상처의 지혈 또는
화농방지제 등으로 이용했었다.

조선 선조 때부터 인조 때까지 명관이며 석학이었던 이수광이 1614년에 발간한
<지봉유설> 중에도

 

‘담배는 잎을 따서 폭건하여 불을 붙이어 피운다.
병든 사람이 대통을 가지고 그 연기를 마신다.
한번 빨면 그 연기가 콧구멍으로부터 나온다. 가장 능히 담과 하습(下濕)을 제거하며
또한 능히 술을 깨게 한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이를 심어 그 방법을 씀으로써
매우 효과가 있다. 그러나 독이 있으므로 경솔하게 사용하면 아니된다.’

 

라고 설명되어 있다.

 

이런 문헌을 보아도 한 때는 일종의 의약품 역할도 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게 그럴까? 담배로 인해 사망자가 증가되는 주요 원인을 찾아보자

 

 

- 심장에 대한 영향 : 담배를 피우면 심장의 근육에 혈액을 보내는 동맥이 좁아지거나
심장근육이 영양, 산소부족이 되는 심근경색이나 협심증에 걸리기 쉽다.

- 지주막하 출혈 : 뇌 속의 혈관이 터져서 출혈하여 뇌를 압박하는 병 의 일종

- 폐에 대한 영향 : 폐의 탄력성이 점차 없어진다. 즉, 정상인 폐가 새 스폰지라면
이런 폐는 낡은 스펀지와 같이 탄력이 없어지고 취약해진다. 이것이 폐기종(肺氣腫)이다.

- 위궤양, 십이지장궤양의 위험성 : 니코틴의 영향으로 위액의 분비가 균형을 잃게 되어
보통 사람보다 위궤양, 십이지장궤양이 2배나 발생.

- 불임증의 원인 : 어머니의 혈액 중의 일산화탄소, 헤모글로빈 등이 태반을 통하여
태아에 영향을 준다.
비흡연여성은 보통 불임률이 4.6 %인데, 담배 애용 여성은 54 %가 되어 훨씬 높다.

 


이 정도면 높은 정도가 아니라 심각한 정도다.

유산도 비흡연 여성은 보통 15.3 %인데,
흡연 여성은 37.3 %로서 2배 이상의 비율을 나타낸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담배가 가장 해로운 영향을 주는 부분은 역시 폐암이다.
흡연자가 비흡연자에 비교하면 폐암발생률이 6~12.6배나 높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이 부분에서 아주 중요한 연구 결과가 하나 있다.
그것은 15세 이전부터 피우기 시작한 사람은

20세 전후부터 피우기 시작한 사람에 비하여
5배 정도나 많다는 사실이다. 젊었을 때는 폐가 아직 완성되지 않아서
폐암이 걸리기 쉽기 때문이라니

청소년의 흡연이 얼마나 심각한 지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또한 이 이야기는 절대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          *          *

 

 

 

1999년 5월에 발표된 보건 복지부의 <5월의 건강 길라잡이>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 흡연율은 가히 충격적이다.
고3 남학생의 경우 흡연율이 41.6%로,

미국 흑인 청소년 28.2%, 일본 26.2%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아일랜드계 영국 청소년(20.5%) 러시아 청소년(19.4%)
이스라엘 청소년(9.3%)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였다.
고3 여학생 흡연율도 7.3%에 달해

영국 (26.5%), 미국(17.4%)보다는 낮았으나
일본(5.2%) 러시아(4.8%)보다는 높아 이 또한 안심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러니 이제 외국 영화에 어린 것들이 담배나 피운다고

손가락질 할 상황도 아니다.
따라서 어른들도 어린 사람들이 담배를 피운다고

싸가지 없다며 쥐어 박지만 말고
앞에 설명한 의학적인 상식을 근거로 차분히 타일러야 할 것이다.

 

 

성인 흡연보다 건강에 더 나쁘다는 청소년 흡연-
건강은 물론 다른 비행과 연결된다는 점에서도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에 온 것 같다.

또한 계몽이나 지도만으로는 더 이상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 같다.
행정당국의 솔로몬적인 지혜를 기대해본다.
또한 청소년은 아니지만 이 글을 읽고 금연에 대한 의지가 생긴다면
아마 글을 쓰며 얻는 것중 가장 커다란 보람을 느낄 것이다.
나도 이제부터 노력해 보자.

 

 

 

 

 

 

 

 

아하누가

진짜 오래된 글이다. 요즘 세태는 또 다를 것이다.

그리고 이런 글은 지금 읽으라면 도저히 못읽겠다. 

'유머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라스베가스  (1) 2024.01.11
브래지어  (0) 2024.01.11
기네스북  (1) 2024.01.11
군바리  (1) 2024.01.11
윤봉길 의사와 도시락 폭탄  (1) 2024.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