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네스북이라는 게 있다. 영국 어디선가 만들어졌다는데
한마디로 세계에서 최고의 기록들만 모은 책이다.
처음엔 조그맣게 시작하다가 사람들의 인기를 업고 관심을 얻게 되더니
이제는 세계 각국에 지부도 있고 또 기록을 인정하는 심의절차도 나름대로
신뢰감있게 하려고 상당히 조직화되어 있다고 한다.
아무튼 이 책을 펼쳐보면 별별 기록이 다 나와 있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기록은 물론이고
박수 오래치기, 한쪽 발로 오래 서있기, 손톱 길게 기르기, 머리 안 자르기,
방 안에서 뱀 몇백마리와 함께 며칠간 지내기,
번지점프 높은 데서 하기.....
일일이 거명하기도 귀찮을만큼 다양한 기록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정확하게 알아본 적은 없지만 아마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런 내용이 있을지도 모른다.
전화로 56시간 동안 쉬지 않고 수다떨기, 물구나무 선 채로 하루 세끼 밥 먹고
3일간 버티기, 오줌 안 싸고 13일간 버티기,
100시간 동안 인터넷으로 채팅만 하기 등등 ....
기록이 만들어지는 장면을 상상하니 기록을 세우려는 사람이나
이것을 지켜보는 사람이나 모두 다 보기 드문 사람들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그런 기네스북에는 내가 알고 있는 재미있는 기록이 하나 있다.
가장 빨리 100미터를 달린 인간은 누구인가? 라는 항목인데,
주인공은 누구나 생각하는 100미터 세계신기록 보유자가 아니라
캐나다의 벤 존슨이라는
육상 선수가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세운 9.79초가 그것이다.
당시 그 기록은 벤 존슨이 약물 쳐먹고 약 기운에 뿅~ 가서
정신없이 뛰었다는 이유로
육상협회 및 올림픽 위원회로부터 금메달을 실격 당한 것은 물론
그 기록도 인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기네스북에서는 이를 인간이 가장 빨리 뛴 기록으로 인정했다.
인정의 변이 간단하면서도 명료했다.
“어쨌든 인간이 낸 기록이니까....”
기네스북의 특성을 말해주는 단면이다.
그런 기네스북에 올라간 우리나라의 기록들도 이미 여러 개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기록되진 않았지만 정말로 기록될 가치가 넘치고도 남는
무시무시한 기록이 하나 있다.
* * *
1990년 12월 개최된 국회에서 30초 동안 무려,
자그마치 47건의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한다.
한 법안당 1초도 안되는 시간에 통과시켰다는 얘기로,
의사봉을 두드리는 시간보다
더 짧은 시간에 법안을 통과시켰다니 이는 정말 인간의 능력으로는
이해하지 못할 대목이다.
또한 아무리 연구를 하고 또 연구를 해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그러다가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회의를 진행한 당시 국회부의장이 피나는 연습을 통해
의사봉을 계속 두드리면서 말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웠다는 것이다.
마치 드럼칠 때 또는 운전할 때 손과 발이 따로 움직이도록
손과 입을 각기 달리 행동하는,
이른바 멀티태스킹 기법을 도입했다는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말을 빨리하는 엄용수 같은 개그맨을 찬조 출연시켜
법안의 이름 47개를 딱따구리처럼 45초 동안 번개같이 읽고 의사봉 3방으로
마무리 지었을 것이다. 그 방법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잖은가?
비록 그것이 이미 10년전의 일이라고는 하지만 불행히도,
정말 불행히도 아직 우리 국회는 매년 빠짐없이 날치기 통과를 한다.
그 방법도 기기묘묘하다 못해 가히 환상적인 방법으로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나가고 있다.
기자실로 출입하기, 비상구로 들어오기, 무선마이크를 가지고 들어오기,
손바닥으로 의사봉 대신 두드리기.....
이러다간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은 법안을 통과시킨 국회로
기네스북에 오르는 것은 물론
가장 오랫동안 한해도 빠지지 않고 법안을 날치기 통과시킨
나라로 기록될까 걱정이다.
국회의원들도 이 글을 볼까?
아하누가
30년도 넘은 이야기지만 2024년, 지금이라고 별반 달라진 것 없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