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라는 사회에서는 비상식이 상식처럼 통하는 경우가 잦다.
그저 그러면서 힘들고 외로운 시간들을 조금이라도 잊어보자는 발상일게다.
따라서 어쩌면 가장 유머러스한 사건들과 말들이 오가는 곳도
바로 이 군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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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과를 마치고 조용히 일기를 쓰고 있던 김병장은 옆자리에서
후배 사병 두 녀석이 하고 있는 대화를 듣게 되었다.
“이봐! 아무래도 나는 총이 안좋은가봐. 그래서 사격이 잘 안되는 것 같아.”
가만히 듣고 있던 김병장은 이 두 녀석이 오후에 있었던 사격훈련에서
좋지 않은 성적 때문에 많은 기합을 받았던 녀석들이라는 기억이 떠올랐다.
군인이 사격을 못한 사실만으로도 챙피해야 할텐데
이 녀석은 그것을 ‘총’때문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으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기도 했다.
어떻게 할까 생각하는 동안에도 두 녀석의 대화는 계속된다.
“이봐! 사격에서는 총이 중요한 게 아니야. 총알이 더 중요하다구”
그리고 나서는 두 녀석이 토론에 가까운 말싸움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아니 어째서 총알이 더 중요하다는 거지? 총이 있어야 총알도 있는 거잖아?”
“허허 답답하긴,
선동렬 투수가 심판에게 공이 맘에 안든다고 바꿔달라는 장면 못봤어?”
“그래도 사격에서 제일 중요한 건 총이라구”
“총알이래두 그러네!”
김병장은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사격을 잘한다는 것은
사격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훈련을 했는가에 달려있다는 사실은
아무리 생각해도 명백한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언가 잔소리를 한바탕 하던가, 아니면 기합이라도 주려고 마음먹고
이를 행동에 옮기려는 순간,
대화하던 두 후배 사병이 불쑥 김병장에게 말을 건넨다.
“김병장님! 사격을 잘하려면 총이 중요합니까? 아니면 총알이 중요합니까?”
김병장은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어떻게 사격에서 중요한 게 총이나 총알이 될 수 있나?”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한 김병장은 본래 의지와는 전혀 관계없는
한마디를 해버리고 말았다.
“사격에서 제일 중요한 건 표적이지. 표적이 잘 보여야 사격이 잘된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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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후배 사병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아하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