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속에서 또 다른 여행을 떠나다

필리핀의 축구

아하누가 2024. 6. 30. 00:44

이 글은 허접한 상식과 미약한 기억력에 근거하여 작성된 글이므로

시기나 상황이 정확하진 않습니다. 누군가 바로 잡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주제의 전달에 의미를 두시고 읽으시면 좋겠습니다.

 

 

 

 

 

 

필리핀과 축구

 

 

 

 

 

 

필리핀의 대중스포츠는 농구입니다.

일단 미국의 영향이 가장 크고, 삶의 주변 환경에서 보듯

좁은 공간에서도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농구가 인기 스포츠입니다.

어느 골목에서나 농구하는 아이들을 볼 수가 있죠.

그리고 복싱도 제법 인기가 있고 스포츠라고 하기엔 스케일이 조금 작지만

볼링이나 당구도 필리핀 사람들이 즐기는 스포츠입니다.

미국의 영향으로 한 때 야구도 제법 많은 경기가 열렸지만

지금은 거의 하지 않습니다.

그럼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인 축구는

필리핀에서 어떤 대접을 받고 있을까요?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전 세계 207개국(내 기억으로

당시 FIFA 가입국이 207개국이었습니다.) 중

단 두 개의 나라만이 예선에 불참했습니다.

한 나라는 최빈국이었고(대충 부탄으로 기억됨) 또 한나라가

바로 필리핀이었습니다.

이것만 봐도 필리핀에서의 축구란 정말 다른 세상 이야기입니다.

대부분 축구의 c자도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필리핀이 축구에 문외한인 나라는 아니었습니다.

 

 

필리핀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창립 멤버입니다.

FIFA가입은 1928년이었습니다.

우리나라보다 무려 20년이나 먼저 가입한 나라입니다.

하지만 이후 축구는 필리핀에서 문화적으로 완전 소외되어

국제경기도 출전하지 않는 축구의 변방국이 되었습니다.

무려 40~50여년을 변방국 대접을 받았습니다.

정확히 얘기하면 필리핀 축구는 동남아에서 별명이 ‘동네북’이었으니

어느 정도였는지는 안봐도 뻔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던 필리핀이 2006년경에(확실히 모릅니다) SEA게임을 주최합니다.

SEA게임이란 South East Asian Game으로,

동남아 10개국만의 올림픽이라고 생각하면 간단합니다.

동남아국가에서는 아시안게임보다 이 대회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주최국으로서 축구경기에 동네북이 될 수는 없었던 필리핀 축구협회는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좋은 선수를 찾아 전국을 헤매고 다닙니다.

7천여개의 섬을 다 뒤져봐도 좋은 선수를 못찾습니다.

없던 선수가 어디선가 뿅~하고 나타날 리는 없지 않겠습니까?

 

거의 포기 상태에 이르렀을 때 컴퓨터 게임을 좋아하는 필리핀 어린이가

축구협회에 메일을 보냅니다. 좋은 선수가 있다는 거죠.

이 어린이는 FIFA 게임에 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의 명문 구단 첼시 2군에

어느 선수의 어머니가 필리핀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필리핀 축구협회는 당장 영국으로 찾아갑니다.

주인공은 고맙게도 한명이 아니라 두 명이었습니다. 형제였으니까요.

형인 제임스 허스번드(James Husband. 1986년생. 성이 허스번드가 뭡니까? 참나.....)와

동생 필립 허스번드(1987년생. Philip Husband)입니다.

영국인 아버지와 필리핀 엄마를 둔 두 선수는 필리핀 축구협회의 제안을 받고

필리핀 국가대표 선수가 됩니다.

 

 

 

 

여기서 잠깐....

부모의 국적이 달라 이중국적을 소지하고 있는 축구선수는 한 나라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영원히 번복할 수 없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가 아르헨티나 선수로,

나중에 스페인 선수로 월드컵에 나온 이후에 생긴 규정입니다.

 

 

 

 

 

이후 벌어진 SEA 게임 축구경기 에선에서 필리핀은 강호 태국에게 아깝게 졌습니다.

후반 막판에 결승골을 허용했습니다.

경기는 바콜로드 시티(Bacolod City)의

파나드 파크 스타디움(Panaad Park and Stadium)에서 열렸습니다.

그러나 이후 캄보디아와의 경기에서 4:2의 승리를 거둡니다.

영국에서 날아온 제임스 허스번드가 맹활약했습니다.

이 승리는 1995년 태국 치앙마이에서 열린 브루나이와의 경기에서 1:0으로 이긴 후

필리핀으로는 10년만에 얻은 승리였습니다.

 

 

그 이후의 기록은 찾아봐도 나오지 않아 잘 모르겠습니다만,

우승은 당연히(?) 못했을 겁니다. 안봐도 비디오입니다.

현재 동남아 축구는 태국의 선봉 아래 베트남이 치고 올라와 있고,

전통의 말레이시아와 신흥강호로 부상한 싱가폴의 접전입니다.

전통의 명가(?) 인도네시아가 비실비실하고 있습니다.

아마 태국이나 베트남이 우승했을 겁니다.

 

 

이후 필리핀은 축구협회를 주축으로 축구 발전을 위한 도전을 시작합니다.

그것이 바로 2008년 창설된

필리피노 프리미어 리그(FPL, Fillipno Premier League)입니다.

초대팀에 8개팀이 참가했습니다.

자료 사진 가운데에 나오는 앰블럼이 대회 앰블럼이고 나머지 8개 구단의 앰블럼입니다.

 

 

 

 

 

8개 구단 중 Dilliman Football Club은 Up(필리핀대학교) 동창으로 구성된 팀이고,

육군팀, 공군팀 등 군부대 팀이 이색적입니다.

여기에 아테네오팀, 또 스페인 기업인 Soluziona가 구단주로 있는

UNION Football Club 등이 눈길을 끕니다.

 

FPL을 기점으로 필리핀축구협회는 축구발전을 위한 사업으로

일로일로에 트레이닝센터를 건립했고, 축구협회 회관이 만들어졌으며,

현재 마닐라 국립 트레이닝센터를 계획 중입니다.

 

 

얼마전인 2010년 12월 베트남인지 말레이시아인지 잘 모르겠는데,

스즈키컵이 열렸습니다.

SEA 게임이 동남아 국가들의 종합체육대회라면,

스즈키컵은 동남아 국가들의 축구대회입니다. 열기가 대단합니다.

한국대 일본 경기는 상대도 안됩니다.

필리핀이 열심히는 하지만 아직 동남아 강국에게는 적수가 못되는 군요.

 

 

우연히 인터넷에서 인도네시아와의 경기를 발견했습니다.

한물 갔다지만 아직 인도네시아는 동남아권에서는 제법 축구 강국이죠.

0:1로 패했는데 필리핀도 제법 많은 찬스가 있었습니다.

후반전에 아까운 찬스도 있었군요.

개인적으로는 처음 보는 필리핀 국가대표 유니폼이 낯설었고,

감독이 유럽인으로 보이는 서양사람이었다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유난히 혼혈선수가 눈에 많이 띄는군요.

   

 

 

 

* * *

 

 

 

필리핀은 아직 축구에 있어서는 변방국입니다.

하지만 얼마나 노력해서 발전시킬 지 자못 궁금해집니다.

  이런 분야에서 필리핀이 얼마나 발전하는 지 지켜보는 것도

상당히 흥미로운 일이라 생각됩니다.

 

 

필리핀은 알수록 재미있는 나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