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남이 둘 있는데 막내 처남이 아주 대단한 친구다.
이제 20대 후반으로 접어 들어가는 나이인데
어렸을 때부터 성격이 활달하고 숫기가 없어 아주 개성적이었던 모양이다.
장모님과 아내의 말을 들으니 아주 재미있는 얘기들이 따라다니곤 한다.
우선 이 친구 초등학교 2학년 무렵에
장모님이 매번 담임선생님의 호출로 학교에 가셨다나?
학교에 가야하는 이유는 2학년 학생중에
혼자만 글을 읽지 못한다는 우습지도 않은 이유였다.
부모 입장에선 얼마나 심각하랴.
하지만 딱히 머리가 나쁘거나 노력을 안해서라기 보다는
처남은 그런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저 학교 끝나면 어딘가에 가방 던져두고 친구들하고 뛰어다니며
노는 데에 정신이 팔려있었던 모양이다.
가방도 여러번 잃어버리기도 했으며 숙제 안해 가는 건 다반사고
다음날 준비물 한번 챙긴 적도 없는 모양이다.
그 정도면 학교나 집 양측으로부터 갖은 핍박과 고통을
견뎌내야 하겠지만 선천적으로 활발한 처남은 그것이 고통인지
핍박인지도 느낄 틈 없이 그저 평소 하던대로 놀았다.
남을 때린다거나 남의 집 물건을 훔친다던가 또는
기타 사고를 친 적은 없는 걸로 보아
처남의 목적은 오로지 뛰어다니는 것에 있었던 모양이다.
그뒤 5학년이 되면서 장모님과 또는 장모님이 바쁘면
아내가 대신 학교선생님의 호출을 받고 학교에 가곤 했다.
이번엔 혼자 구구단을 못외운다는 이유로.....
그런 처남이 중학교 졸업후 어느 상업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컴퓨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더니 졸업후 모 전문대에 입학했고
전문대를 졸업하고 또 다른 대학에 컴퓨터 전공으로 편입했다.
뒤늦게 공부에 취미가 붙었는지 학교생활도 열심히 하여
다니는 내내 전액 장학금을 받아 부모님 허리를 좀 펴게 했고,
그 틈에 방위산업체에 근무하며 군복무도 마쳤다.
옆에서 지켜보기에
기특하기 짝이없고 아주 모범적인 아들이고 처남인 셈이다.
처남이야기를 줄줄이 늘어두는 이유는 바로 그 처남이
내가 자식을 키우고자 하는 살아있는 모델이기 때문이다.
자라는 아이에게 뛰어다니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재미 말고
또 뭐가 있으랴. 공부야 나중에 하고 싶을 때 해도 된다.
그렇게 살아있는 모델을 친동생으로 두고 있는 아내는
이제 겨우 6살인 후연이에게 영어를 가르친다고 법석이다.
매번 그 문제로 싸우다가 '살아 있는 모델'을 제시하자
요즘은 좀 잠잠해졌다.
아내도 이제는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기 시작한 걸까.
* * *
아침에 집에서 나오다 처남을 봤다.
올해 대학을 졸업하는데 공부를 더해 보려고 대학원에 진학한다고 한다.
소위 명문이라고 불리우는 P공대 대학원에 진학이 확정되었다고 한다.
나중에 박사코스도 패스하겠다고 하는데
아마 내가 아는 처남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공부를 잘한다고, 명문 대학에 진학한다고 해서
처남을 자식 교육의 모델로 삼자는 것은 아니다.
그런 것들은 스스로의 노력에 대한 부산물일 뿐이다.
스스로 알아서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와 일에 대해 꾸준히
노력할 수 있도록 터득하는 부분이 바로 모델의 포인트인 셈이다.
항상 밝은 모습의 처남이 본인이 원하는대로
컴퓨터의 전문가가 되길 바란다.
또한 우리 아들 후연이랑 의연이도 자기가 원하는 일들을
스스로의 의지로 조금씩 완성해나가길 기대해본다.
좋은 모델이 가까이 사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나까지 기분이 상쾌해지는 일요일 오후다.
아하누가
'남자 셋 여자 한 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놀이방에서 생긴 일 (0) | 2024.06.24 |
---|---|
포도 (0) | 2024.06.24 |
얇은 면바지 (0) | 2024.06.24 |
물총 (0) | 2024.06.24 |
수영장 (0) | 2024.05.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