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렸을 때 TV에서 <디즈니랜드>라는 방송을 했다.
요술공주가 살 것만 같은 그림 같은 성의 모습이 만화로 나오고
마술봉을 든 요정이 성의 꼭대기를 마술봉으로 건드리면
화려한 불꽃들이 잔뜩 내려오는 시그널이 인상적이었다.
만화도 하고 가끔 영화도 하며
동시대를 살아온 어린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던
바로 그 프로그램이다.
그것이 다분히 미국적이고 문화적 침략이라는 것은
정말 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알게된 일이고,
당시에 그런 생각을 했다면
나는 무척이나 사악한 놈으로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했을 것이다.
남들은 초등학교 졸업과 함께 사라져버리는 디즈니랜드에 대한 환상과 꿈을
나는 멍청하게도 아주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었다.
앞길이 창창한 젊은이에게는 참으로 딱한 일이었다.
그 정도는 제법 심해서
군대에서 쓴 일기장에도 가끔 디즈니랜드에 가고 말 것이라는
비장한 결의가 나오기도 한다.
그거야 어쩌면 군대에서 비정상적인 생활을 하다보니
순간적으로 머리가 돌아버려서 그렇다고 우기면 되지만
그 이후에도 가끔씩 그런 생각이 떠오르곤 하니 이를 어쩐담.
그래서 결국 그냥 생각나는 대로 생각하기로 했다.
결론이 안날 때 쓰는 아주 전형적인 생각의 수법이기도 했다.
TV에서 디즈니랜드를 본지 20년 정도가 지난 어느날.
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애너하임에 있는 디즈니랜드 앞에 서있었다.
생각의 집요함이 현실로 다가옴을 직접 확인한 순간이기도 했다.
꽃으로 단장하여 디즈니랜드라는 글자를 새긴 입구의 동산이며
만화같은 성, 그리고 정말 옆으로 지나다니는 미키마우스와 구피가
아직도 만화의 한 장면처럼 떠오른다.
그러나 이미 그것도 꽤 오래전 일이 되었나?
* * * *
살다보면 궂은 날도 있다지만 어째 요즘은 영 컨디션이 좋지 않다.
하는 일마다 문제가 생기고 문제가 생기면 사고로 번지니 참 괴로운 일이다.
하루하루 좋은 일만 있을 수야 없겠다만
그래도 나쁜 일이 반복되니 정말 짜증스럽다.
그래서 하루종일 지도를 펼쳐놓고 아무데나 쳐다봤다.
그리고 한나라에 모든 정신을 집중시키며 내가 알고 있는 그 나라의 상식을
최대한 더듬고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 그 자리에 내가 서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스스로 주입시키고 있었다.
그러니 기분이 조금 좋아지는 것 같다.
바램과 목표, 희망과 의욕은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훨씬 나은가 보다.
지금으로부터 한 5년 정도 지난 어느 여름날.
나는 몽골의 한 초원에서 말을 타고 있을 것이다.
아하누가
이 글을 쓰고 10년이 지나서 나는 카리브해를 떠다니는 호화크루즈에 타고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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