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

잘 먹고 잘 사는 법

아하누가 2024. 6. 23. 00:03


저녁 9시가 조금 넘은 시간.

집에 들어서니 아내가 신문을 달라고 급한 목소리로 말한다.
똥싸면서 보려는 모양이라 생각하고 들고 있던 신문을 휙 던져주니
얼른 TV 프로그램이 게재된 면을 찾아 펼친다.
TV 프로그램이 있는 면을 찾는 아내의 솜씨는

거의 올림픽 금메달 수준이다.
그러면서 오늘 밤에 좋은 방송을 한다고 꼭 보라나?
뭐냐고 물으니 기억력 나쁘기로는 아시안 게임 금메달 수준의 아내가
제목은 이미 잊었고 그냥 먹는 얘기란다.
먹는 거 밝히기로는 월드컵 16강 수준의 아내가

관심이 가질만도 한 프로그램이긴 하다.

 

 

그런데 오늘 본 SBS-TV 프로그램의 다큐멘터리

<잘 먹고 잘 사는 법>이란 프로그램은 가히 메가톤급 충격이었다.

 그 프로그램을 지켜보면서 나는 핵폭탄급에 해당하는
충격 3가지를 한번에 받았다.


첫 번째는 내가 알고 있던 음식의 상식이란 것이

모두 의미가 없어졌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내일부터 각 축산업, 유가공업체, 고깃집, 패스트푸드점과
일반 소비자들이 엄청난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큰 충격을 내게 안겨준 사실은
방송 시작하고 5분만에 아내가 잠들었다는 사실이다.

방송이 시작하기 전에 아내가 그 방송에 대해 약간의 코멘트를 했는데
그 말이 너무도 실감난다.


그 방송을 제작한 PD는 <생명의 신비>라는 다큐멘터리로

사회적인 센세이션을 일으킨 그 감독인데,

이번 방송의 경우 일년 동안 제작을 했고 방송전에 알려지면
닥쳐올 관련 업계의 협박과 압력 때문에

방송 내용을 미리 공개하지 않았다고 한다.
내용을 보니 정말 그럴만도 하고 또한 그랬어야 하는 프로그램이다.

 


방송이 끝난 지금도 너무나 충격적이라 아직 말이 안나온다.

그래서 글로 쓰고 있다.
물론 일기를 말로 하는 놈은 어디에도 없다.

잊기 전에 기억나는 몇 가지라도 적어 두자.

 

 

- 사람의 장은 신장의 12배, 육식동물 3배이니 사람은 초식동물이다.
- 장이 길면 육류를 소화시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려 장내에 노폐물이 쌓여
   발병의 근원이 된다.
- 사람의 치아는 사자보다는 말에 가깝고 미이라로 확인된 고대 인류의 치아는
   말에 더 가깝다. 채식을 하게 되어 있는 구조다.
- 육질을 좋게 하려고 한평 남짓한 좁은 데서 소를 키우던 일본의 경우
   광우병의 확산으로 고깃집이 다 망했다. 동물도 자연스럽게 키워야 인간에게 보답한다는
   말은 충격이다.
   광우병은 고기맛을 내려고 동물을 학대한 대가다. (마지막 문장은 내 생각이다.)
- 우유의 소화를 촉진시키는 효소는 인종마다 다르다. 아시아인의 80%는 그 효소가 없고,
   서양인이 없는 경우는 15%에 불과하다. 그래서 우유를 마시면
   복통이나 설사가 잦을 수 있다. 없던 효소는 생기는 것이 아니다.
- 우유가 최고의 식품이란 건 미국 낙농업체의 압력도 있었기 때문이다.
- 우유는 골다공증의 예방과 아무 관련이 없다.
- 뼈가 강해지는 것은 칼슘과 마스네슘의 조화인데 마그네슘을 강조하는 사람은 없고
   칼슘만 강조한다고 한다. 마그네슘은 쌀의 껍질, 콩 등의 곡류에 있다.

  

그리고 매우 중요한 사실 한가지.
- 동양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풍요를 누리기 시작하면서
   서양의 식사 방식을 따라하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반면 서양은 동양의 식단을 따라하고 있으니 세상 참 아이러니하다.

 

 

이 프로그램은 내일(토)과 모레(일) 까지 3부작으로 하는 모양이다.
내일은 더 재미있을 것 같다.
하긴 그 감독이면 지난번 <생명의 신비>때

엄청난 충격과 감동을 준 사람이니 기대할 만 하다.

내일부터 관련 식품업체의 반발과 논평이 궁금해진다.
그리고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황제 샌드위치>를 머리에 떠올리니
나의 탁월한 선택에 어깨가 으쓱해진다.

 

 

 

 

 

 

아하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