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뉴스의 중심이고, 국민들의 이목을 받는 자리여서
말 한마디가 바로 뉴스가 되곤 한다.
국정의 변화를 일으킬만한 발언은 물론이고,
정책의 방향을 시사하는 미묘한 발언은
언론에 의해 과대 포장 또는 왜곡되어 파장이 커지는 경우도 있다.
그런가 하면 한가로운 대담이나 해프닝 또한 좋은 뉴스거리가 된다.
여기에 세련된 유머감각까지 곁들여지면 인구에 회자되고
뉴스에 오르내리게 되는 자리가 또한 대통령이다.
우리나라보다 덜 보수적인 외국의 경우를 살펴보면
탁월한 유머감각으로
이러한 대통령의 지위를 단단히 굳히는 일도 있었다.
물론 유머 감각만으로 국정책임자의 능력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적잖은 덕을 본 사람들도 꽤 있다.
영국의 처칠이 그랬고 미국의 레이건도 그랬다.
미국에서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인정받고 있는
링컨의 유머감각도 만만치 않았던 모양이다.
그런 면에서 대통령의 유머감각은 은근히 중요한 셈이다.
비록 썰렁하나 나름대로 유머감각을 펼쳐 위기를 극복한 클린턴도
무사히 임기를 마치지 않았나.
그럼 우리나라의 현 대통령인 노무현 대통령의 유머감각은 어떨까?
우리나라는 국민정서상
한 단체의 대표자에게 유머감각이란 차라리 없는 편이 좋다.
분위기를 바꾸려고, 또는 단지 즐거운 마음으로 던진 유머도
사람들의 입에 거치며 흠집으로 바뀌고,
남의 흠잡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무기로 변하게 되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 각 단체의 대표자들은 유머 감각이 있어도
그것이 흠이 되지 도움이 되진 않는다.
한편으로는 참 안타까운 일이다.
웬만한 단체의 대표자도 이런 실정이니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유머감각을 발휘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와중에 얼마전 청와대가
노무현 대통령의 에피소드를 통한 유머 감각을 소개했다.
청와대 기관지 <청와대 브리핑>은
'국정의 윤활유, 대통령의 유머'란 제목의 글을 통해 "
국정현안과 과제를 챙기고
나라의 미래를 설계하는 중책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게 대통령직이지만
빡빡한 일정과 치열한 고민 속에서도
대통령은 곳곳에 웃음을 심어놓는다"며
대통령의 농담과 유머를 모아 공개한다고 소개했다.
외국에서는 자주 있는 일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다.
일단 한번 볼까.
* * *
국정의 윤활유, 대통령의 유머
11월 9일 오후 과천 중앙공무원 교육원에서는
수습 사무관들을 대상으로 한 노무현 대통령의 특강이 진행 중이었다.
한 사무관이 대통령의 건강관리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노 대통령은 "매일 아침 5시 5분전에 일어나서
그때부터 6시까지 요가체조를 한다"면서 이렇게 '고충'을 토로했다.
"요가 같기도 하고 국선도 같기도 한데, 요가라고 하려니까
요가 하는 사람들이 '당신 무슨 그것이 요가냐' 할 것 같고,
국선도라고 말하려고 하니까 '그런 국선도가 어디 있어'
이럴 것 같아 대답하기 곤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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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썰렁하다.
아마 최근에 유행하는 TV의 코미디프로를 응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 같기도 하고, 저것 같기도 하고....’ 하는 유행어를 흉내낸 듯싶다.
가만히 생각하면 재미있을 수도 있는데
그냥 읽기에는 웃긴 것 같기도 하고 썰렁한 것도 같다.
한마디로 ‘이건 유머도 아니고 에피소드도 아녀~’라고 평해야 옳을 듯싶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가끔 외국(특히 미국) 대통령의
유머감각을 알 수 있는 에피소드를 읽어보면
유머 한마디에 놀라운 촌철살인의 의미가 함축적으로 담겨있다.
그런 것과 비교하자면 지금의 이 일화는
상당히 썰렁하고 시사하는 의미도 없는 단순 농담일 뿐이다.
그런데....
외국 대통령의 유머들은 실제상황과는
조금 다르게 변형되고 정제되고 세련되게 수정되어 회자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외국 대통령의 일화는 실제상황이라기 보다
시간이 흐르며 잘 정제된 것이고, 시간이 흘러도 회자될 만큼
완성도가 높은 유머들이니 아직도 생명력이 살아있는 것이다.
그런 명작(?)들과 비교하면 당연히 썰렁해 보일 수밖에 없다.
특히 청와대 관계자가 유머전문가가 아니어서
이런 에피소드를 유머화할 줄 모르고 있다.
유머도 이제 전문 분야가 되어야 할 시대다.
이어지는 유머들을 보자.
* * *
손녀에게 희망이 있다면…
2004년 5월 연세대학교 리더십센터 초청 특강에서였다.
한 학생이 대통령의 어린시절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아마 제가 제일 관심을 가졌던 것은 먹고 사는 문제였습니다.
멋지고 보람 있게 가치 있게 살기 이전에 삶에 대한 불안 없이 살고 싶었습니다.
시대가 여러분과 조금 달라서 가치 있는 삶을 추구하는 것보다
현실적으로 먹고 사는 것이 중요하던 그런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그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 다음에 뭐 했냐? 사랑하고, 아이 갖고…. 지금은요,
손녀가 참 귀엽고 예쁩니다."
손녀 얘기가 나오자 할아버지로서 희망을 피력했다.
"뻔하지요. 아무리 예뻐 봤자…, 한계가 있지요. 저를 보고 상상을 하십시오.
제 희망은, 저보다 예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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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이미지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노대통령을 싫어하는 언론들이 주로 표현하는 말은 ‘고집’이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주로 쓰는 말은 ‘뚝심’이다.
단지 시각 차이에 의해 나누어진 두 단어의 의미에서 알 수 있는 것이
현 노대통령의 이미지다.
한마디로 유머에 있어서는 매우 ‘투박’하다는 뜻이다.
이런 이미지를 선입하여 본다면 나름대로 재미있다.
자신의 투박한 이미지를 유머로 바로 응용할 수 있으니
순발력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
하지만 이런 재미있는 일화를 이렇게 밖에 구성할 수 없는 점이 안타깝다.
이렇게 본인의 이미지를 살려 유머에 응용하는 것이
유머감각을 활용하는 데 있어서 가장 쉽고도 기본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기본을 지키지 못해 실패하곤 한다.
기본을 지키는 것처럼 중요한 일은 없다.
유머 감각을 살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투박한 이미지를 살린 유머가 또 등장한다.
* * *
"모델은 제가 해드리겠습니다"
2004년 7월 국정과제회의 참석자 오찬.
나소열 서천군수가 대통령이 여름철 주요행사 때 서천군에서 만든
모시옷을 입어달라는 '건의사항'을 밝혔다.
"국제회의에 참석해서 모시의 우수성을 알리고, 새로운 천연소재인 모시가
앞으로 세계적인 상품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몸소 실천해 달라"는 것.
대통령이 흔쾌히 제안에 응했다.
"모델은 제가 해드리겠습니다. 국제회의 같은 때도 있겠지만
또 한산이나 서천군에서 따로 서울에서 무슨 행사를 한다든지 하면
모시옷을 입고 30분 동안 걸어 다니는 정도는 제가 하겠습니다.
제가 한복의 태가 잘 나는 사람이니까 괜찮을 겁니다."
한복의 태가 잘 난다는 등의 말에 여기저기서 새어 나오던 웃음이
대통령의 다음 말에 이르러 다 터져버렸다.
"그리고 뭐, 돈이야 안 주겠지만, 입었던 옷은 제가 안 갈아입고
그냥 그대로 올라가도 괜찮도록 그렇게 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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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적 이미지가 강한 대통령,
조금 더 시쳇말로 하면 ‘촌놈’이미지가 강한
대통령의 이미지를 그대로 유머에 응용했다.
한복의 태가 잘 난다는 말로 완곡하게 표현한 대목에서
사람들이 웃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유머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마지막 문장에서
노대통령의 유머감각을 알 수 있다.
‘행사 때 입은 옷은 그냥 내가 가지겠다.‘라는 조크인데,
이 유머의 핵심은 지역특산품을 알리는 이벤트에
’흔쾌히‘ 응하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청와대에서 발표한 저 문장만으로는
그런 뉘앙스를 찾을 수 없다.
그냥 단순한 말장난을 만들어버렸다.
유머감각이 왜 필요한가?
단지 사람들을 웃기고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려고?
그게 아니다.
유머감각이 필요한 이유는 또 하나의 완곡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난처함을 극복하는 것도,
누군가를 드러나지 않게 칭찬하는 것도 유머가 가지는 장점이다.
이 유머에서 나름대로 뛰어난 노대통령의 유머 감각을 청와대도,
읽는 사람도 놓치고 있다.
상황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면 애써 발휘한 유머도 빛을 잃게 된다.
그런 예가 다음 글에 소개 되었다.
* * *
명검사, 임시대위, 부대장 그리고…
"우리나라에도 성씨가 특별한 사람들이 많이 있지요.
시원찮은 검사라도 성이 명씨면 '명검사'가 되고,
아무리 대위가 되도 성이 임씨면 맨날 '임대위', 임시 대위가 되고
또 대장이 되도 성이 부씨면 '부대장' 밖에 못하는 그런 성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통역에게 슬쩍 물어봤다.
"(지금까지 얘기한) 이걸 번역할 수 있나?"
통역된다는 답이 왔다. 대통령이 말을 이었다.
"굿맨은 (부모님이 주신) 아주 좋은 선물입니다."
난데없이 성(姓) 이야기는 왜 나왔을까.
이날 자리는 지난 6월 주한미군 고위 장성 초청 오찬석상이었고
연합사 기획참모부장의 이름은 존 굿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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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목에선 안타까움에 눈물까지 난다.
원인과 결과의 순서를 바꾸는,
이른바 인과전도의 유머방식을 이용해 문장을 작성했지만
그냥 읽다보면 썰렁할 뿐이다.
이런 유머를 전달할 때는 이 대화의 앞뒤 상황이 더 중요하다.
어쩌다 이런 대화가 나오게 되었는지,
그래서 이 대화(유머)로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가 더 중요한데
그게 없으니... 이거야 원.
다음 글을 보자.
* * *
별걸 다 궁금해 하는 대통령
지난 6월 대통령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운영위원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환담을 나누고 있었다.
이재정 수석부의장이 "7월 1일 자문위원 위촉장을 주셨고,
오늘 오신 분들은 자문위원이시면서
동시에 부의장, 상임위원장을 맡으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 그러니까 위촉이 아니고 임명입니다. 그지요?"
고개를 끄덕이던 대통령이 질문을 던졌다.
"전국 각지에서, 해외에서 오시고 그랬는데, 제일 궁금한 게, 차비는 주는가?"
참고로 김희택 사무처장은 "오늘은 여비가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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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읽다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이 홍보자료를 작성한 담당자는 대통령보다 유머감각이 모자란다.
그리고 문장 작성시 기사작성의 경우만 경험했었는지
문장의 구성이 보도형식으로 되어 있다.
그러니 이건 뉴스도 아니고 일화도 아니여~가 되어 버렸다.
대통령의 저 유머는 분명 어색한 자리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인다.
국정의 핵심행사는 아니었을 것이고,
자주 보던 인물들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행사는 치르고 있는 중이고 어떻게든 어색함을 벗어나
대화를 이어가야 할 상황이었을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게 유머다.
유머 감각중 제일 중요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언어적 순발력이 아니라 언제 유머를 써야 하는지
쓰지 말아야 하는지 판단하는 능력이다.
그런 면에서 왠지 투박해보여도 나름대로 뛰어난 유머감각을 보여준다.
* * *
이 산이 아닌가벼?
지난 8월 중앙지 정치부장단 오찬. 언론에 대한 대통령의 제언이 계속됐다.
"정책 대안에 관한 기사는 전체를 발췌해 해당 부처 의견뿐 아니라
우리 청와대 참모의 의견, 내 의견, 모든 사람의 의견을
전부 각주로 달아서 토론 붙이고, 정책의 채택 가능성 등을 다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런이런 정책을 하면 고유가에 대한 국가 대책으로서
아주 좋은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왜 안 하냐?' 라고 지적하면 '늦었습니다' 하고 얼른 제가 받겠습니다.
그런데 아무 대안도 없이 '정부 대책이 없어서 한심하다'….
이런이런 대책이 있는데 채택하지 않아서 한심해야지,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 다 아는데 그렇게 보도하는 게 적절한가…."
대통령이 잠시 말을 멈췄다.
"그래서……, 오늘 경제부장들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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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을 보니 아마 정책의 보도방식과 정책의 제안에 대한
얘기를 하는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대화의 핵심은 중요한 점은
정책의 개선을 위한 언론의 보도 방식이었을 테고,
제안 방식에 대한 것이었을 것이다.
얘기에 집중하다 보니 대통령 자신도 본인이 오버하는 느낌이 들었을 테고
주제와 어긋나는 사례들이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판단한 듯싶다.
이럴 땐 유머 감각이 중요하다.
일단락 짓고 본주제로 화제를 돌려야 하는 전환점을
유머에서 찾고자 했다.
그래서 나온 말이 ‘오늘은 경제부장들 아니네?’였다.
경제 문제에 집중한 나머지 이런 유머가 나왔을 수도 있고,
또는 이 자리를 만들기 바로 전에 경제부장들과
같은 자리를 있었을 수도 있다.
노대통령 유머의 핵심은 ‘정책의 올바른 보도 방식’이었을 텐데
과연 자리에 함께 했던 사람들이
이러한 유머를 알아들었는지 모르겠다.
* * *
너무 젊게 보이셔서 그만
대통령이 올해 제60회 식목일 행사에서 참석자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문국현 선생님은 기업을 하시면서 나무를 많이 쓰니까 나무를 또 많이 심습니다.
나무를 아주 많이 심어서 아주 성공하신 분이고, 우리 장일환 선생님,
김규석 선생님, 또 이건훈……." 잠시 끊어졌던 말이 계속됐다.
"'선생님' 하기엔 연세가 그렇게 안 많아 보이는데 어쩌죠?"
이건훈 부여 밤영농조합 대표의 얼굴이 다른 참석자들에 비해 한결 젊었기 때문.
곁에 있던 김규석 임업후계자협회장이 이건훈 대표의 나이를 밝혔다.
"여든넷입니다."
"예?"
대통령의 확인에 김규석 회장이 거듭 설명했다. "여든넷입니다."
"아, 그러십니까? 아, 예, 선생님." 머쓱해진 대통령이 다시 인사했다.
그리고 이어진 다음 말.
"제가 까딱하면 말 놓을 뻔했는데요?"
* * *
"더 대우할 게 없었는데 다행입니다"
지난 10월 자크 로게 IOC 위원장과 만찬에 앞서
촬영을 위해 사진기자들 앞에 선 대통령. 플래시 행렬이 좀체 끊어질 줄 몰랐다.
결국 대통령이 한 마디.
"이제 많이 찍었죠? 우리 사진기자들은 끝나는 시간을 정해 주지 않으면
끝없이 찍고 싶어 해요. 아마 내가 아무 말도 안 하면 오늘 저녁 내내 찍을 것 같아."
이어진 환담 도중 자크 로게 위원장이
부친의 '한국전쟁 참전설'에 대한 '바로잡기'에 나섰다.
"저희 아버지께서는 1907년 태생이시기 때문에 당시에 싸우시기에는
나이가 많이 드셨을 것입니다. 아버지가 아니라 삼촌 한 분이 참전하셨습니다."
'수습'에 나선 대통령이 "아주 다행"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로게 위원장의 직계 아버지가 한국전 참전용사라면
제가 로게 위원장을 두 배로 이렇게 깍듯이 존중하고 대우를 해야 되는데,
지금보다 더 대우하는 방법이 없는데,
이걸…. 방법이 없어서 아주 곤란할 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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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소개한 두 가지 일화를 보니 이제 노대통령의 유머감각이 보인다.
유머로서 상대를 칭찬하는, 전형적인 포지티브적 유머다.
가끔 외국의 유머 사례에서 보면,
상대를 비아냥거리며 일침을 가하는 유머를 많이 접하게 된다.
관련자들은 통쾌함을 느낄지 몰라도 그런 네가티브적 유머는
그만큼 적을 많이 만들게 된다.
정말 하기 힘든 유머는 상대를 칭찬하는 유머다.
이런 유머를 잘 구사한 사람은 흔치 않다. 말로 천냥 빚을 갚는 경우다.
그런데 이런 유머를 흔히 볼 수 없는 이유는 뭘까.
유머가 단순히 말장난이라면 상관없지만
실제로 유머는 사람의 본질적 심성이
다른 방식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그러니 유머는 매력이 있고 사람들의 입에도 곧잘 회자되는 것이다.
마지막 일화에서 보는 유머는 이러한 점들이 잘 내재되어 있다.
비록 청와대 발표에 따른 노대통령의 유머 감각이었지만
몇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유머를 구사함에 있어서 나름대로 적절한 타이밍을 찾고 있고,
그 유머로 인한 반전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중요한 대목은 유머를 구사하는 데
상대방의 특징을 자신의 입장에서 표현하고 있다.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어른에게 ‘젊어 보여 좋겠다’는 유머가 아니라
‘내가’ 실수할 뻔했다고 표현했다던가,
참전용사인 삼촌 대목에서도 ‘내가 더 잘해줄 수 없어
큰일 날 뻔했다’로 일관하고 있다.
유머는 단순히 웃기는 표현이 아니다.
그 속에는 사람의 인품과 성향이 그대로 담겨져 있게 마련이다.
노대통령의 유머는 투박하나 인간적이 맛이 있다.
날카로움은 없지만 훈훈함이 있다.
팍 터지는 순발력은 없지만 은근히 이어가는 꿋꿋함이 있다.
그의 정치역정과 똑같다.
아하누가
이제는 다시 볼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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