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을버스에는 강도가 없다
모든 택시가 다 그러한 것은 아니겠지만
밤늦은 시간에 택시를 타려면 은근히 다가오는 두려움이 있다.
승객을 가장한 강도 얘기도 갑자기 떠오르고
만원짜리 한장밖에 없는 지갑을 자꾸만 만지작 거리게 된다.
하지만 마을버스에서 강도를 만났다는 사람은 아직까지 본적이 없다.
2. 언제나 목적지 근처에서 탄다
마을버스의 특성상 마을버스를 타게 되는 경우는
대부분 목적지 근처이기 때문에
심리적인 안정과 어딘가에 도착했다는 목적달성의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택시를 타는 경우에는
목적지의 거리와 요금과의 환산, 합승에 시도되는 횟수,
낯선 옆자리의 사람이
언제 오바이트할지 모르는 공포감에 항상 불안하다.
3. 요금 시비에 휘말리지 않는다
마을버스는 정해진 요금을 기타 아무런 부연설명이나
난해한 잔머리의 굴림없이 그냥 내면 된다.
그러면 가고 싶은 곳까지 간다. 가기 싫어도 저절로 간다.
얼마전 늦은 밤에 지나가는 택시를 향해
종로 2가를 외치다 외치다 지친 나머지 손가락 두개를 펴며
종로 2가를 표시했다가 나중에 요금을 따블로 내야 했다.
그렇다고 두손을 주머니에 넣고 택시를 잡으려 하면
곧 날이 밝아옴을 느끼게 된다.
4. 고도의 균형감각을 키워준다
마을버스의 운행구간은 비교적 난코스이기 때문에
좌우의 흔들림뿐 아니라 고저의 경사도까지 고려하여 서있어야
하기 때문에 고난도의 균형감각과 회전감각이
요구되므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러한 감각이 탁월해진다.
길거리에서 오토바이로 묘기를 보이는 일부 폭주족들도
이 과정을 필수과정으로 선택하고 있다.
하지만 택시를 주로 이용하면 귀의 평형감각과 회전감각을
유지하는 세반고리관과 달팽이관의 기능이 퇴화되며
이는 청소골과 난원창은 물론 뉴런이라는 청신경의 기능이
더불어 퇴화되는 효과를 유발함으로써
택시만 1년 타고 다닐 경우 저절로 사오정이 된다.
5. 반대편에서 타도 목적지에 갈 수 있다
이것은 마을버스가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이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마을버스는 운행노선이
순환코스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반대편에서 타는 실수를 범해도
그리 많이 지나지 않은 시간에 목적지에 데려다 준다.
하지만 택시를 반대편에서 타게 되면 난데 없이 뉴욕에 가게 된다.
(이 부분을 이해하시는 분이 계시면 난 행복할텐데....)
6. 옆집 사는 아가씨의 귀가 시간을 알 수 있다
이 부분은 장점을 지나쳐 거의 환상적인 부분이며
옆집 사는 멋진 남성의 경우도 마찬가지의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택시를 타고 집에 오면
동네 포장마차가 몇시까지 하는지 알게 될 뿐이다.
7. 가방 놓고 내려도 찾을 수 있다.
한번은 마을버스에 사과를 담은 봉투를 놓고 내린적이 있었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마을버스 종점에서
사과가 들어있는 봉투를 받으며 감사의 표시로 운전기사분들께
사과를 하나둘씩 주다보니 어느덧 빈 봉투만 남았지만
그래도 마음은 뿌듯함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택시안에서 강아지 놓고 내린 내친구 한 녀석은
복날만 되면 숟가락 들고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아 다닌다.
8. 인사하는 습관을 길러준다
대부분 마을버스를 탈 경우에는 아는 사람을 많이 만나게 되어
인사성이 밝아지게 된다.
어느 늦은 밤, 골목길에서 실례를 하다가
순찰중인 경찰에 적발되었는데 마을버스를 타며 가끔 인사하던
분이라 그냥 봐주셨다.
그뿐만 아니라 좋은 장소도 한군데 알려 주셨다. 이 기회를 빌어
감사의 뜻을 전한다.
하지만 택시에 합승할 때 먼저 탄 손님이 인사하면
불길한 예감과 더불어 갑자기 오줌이 나온다.
9. 이웃의 살아가는 모습을 정겹게 느낄 수 있다
언제 어느 곳에서 마을버스를 타더라도
이러한 모습은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늦은 시간의 마을버스는 더욱 그러하다.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힘든 표정의 상인,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학생들,
이미 아빠 등에서 세상 모르게 골아 떨어진 어린아이....
하지만 택시안에서는
누가 더 추하게 술을 먹었는가를 가늠할 수 있는 장면이 보인다.
10. 이래서 나는 마을버스가 택시보다 좋다
마을버스 타는 날은 택시타고 가는 날보다 일찍 집에 들어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도 100원짜리 동전 세개를 꼭 쥔채
반겨줄 사람이 있는 집을 향해 마을 버스에 오른다.
그곳에는 또 하나의 정겨움이 항상 나를 반겨주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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