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하철은 멋진 이성을 수시로 발견하고 쳐다볼 수 있다.
이것이야 말로 지하철이 가지는 가장 커다란 장점이다.
오고 가는 수많은 인파속에서 첫눈에 맘이 끌리는 이성 한두명을
본 적이 없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가용을 운전하며
길가에 지나가는 멋진 이성을 보고 눈길을 주었다가는
집에 있는 강아지도 다시는 못 보게 될 위험에 빠지게 된다.
2. 지하철은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는 배움의 장이다.
지하철은 흔들림도 없고 밖의 경치도 볼 수 없어
책이나 신문을 통하여 많은 지식과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
하지만 자가용을 타고 다니면 노래방에서 부를 수 있는
레파토리가 하나 더 늘어날 뿐이다.
3. 지하철엔 쇼핑이 가능하다.
가끔 지하철에서는 갖가지 상품들을 들고 다니는
잡상인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그 재미도 제법 쏠쏠하다.
한번은 초보 잡상인이 올라와서 ‘가죽 허리띠’를 팔면서
자꾸 ‘가짜 허리띠’이라고 말하는 바람에 웃느라고 두정거장을
더 간 일이 있다.
하지만 자가용을 타고 가면
겨우 살 수 있는 것이라곤 꽉 막혀버린 길의 차안에서
답답함과 함께 씹어대는 뻥튀기 뿐이다.
4. 지하철은 생존 능력을 키워준다.
출퇴근이나 등하교 시간에 지하철을 탄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지하철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그 틈바구니에서도 잘 견디고 있다.
물론 어떤 사람은 일부러 그 시간에만 지하철을 타는 사람도 있다.
그것은 생존에 대한 본능적인 의식을 일깨워주고 그 능력을
향상시켜 주는 고급 훈련과정으로,
출퇴근이나 등하교 지하철을 5년 이상 이용한 국민이라면
세계 어느 곳에서든지 굶어 죽지 않고 살아 남는 능력이
이미 생긴 셈이다.
하지만 자가용이란 것은 사는 순간부터
이미 생존 능력에 대한 훈련을 포기한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5.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은 데이트할 때 필수적이다.
데이트를 하다보면 귀가시간이 늦어질 수도 있다.
이럴 때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이런, 이걸 어쩌지?
어머니께서 지하철 끊어지기전에 들어 오라셨는데.....
그렇다면 지하철이 끊어졌으니 난 집에 가면 안되네?
자기, 나 오늘 집에 못가~”
하지만 상대방이 자가용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경우,
얼핏 생각하면 기분 좋을 것 같지만 사실은 그리 좋은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동해바다의 일출을 보고 싶다는 그녀의 부탁에
밤새도록 운전해서 동해안까지 가야하기 때문이다.
동해안에 도착했을 때는 차 버리고 비행기타고 돌아오고 싶어진다.
6. 지하철은 경로사상을 높여준다.
아무리 젊은 사람들이 노인을 공경하지 않는다고
신문이나 언론에선 난리지만 내가 직접 경험해본 것으로는
할머니가 지하철을 타셨을 때 자리를 양보하지 않은 젊은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처럼 노인을 공경하는 마음 자세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곳이 또한 지하철이다.
하지만 자가용을 몰고 다니면 길을 건너려는 힘든 발걸음의
할머니를 향해 크락숀을 힘껏 누르게 된다.
7. 지하철은 법치 국가의 의미를 확인할 수 있다.
지하철에서 불법이나 또는 불미스러운 일을 당하게 되면
가까운 곳에 있는 경찰을 찾아다니지만
자가용을 운전하다 그런 일이 생기면 경찰이 오기전에 도망가야 한다.
8. 지하철은 서민을 위한 휴식처다.
경제가 어려운 요즘 명퇴자들이나 홈리스들에게
그나마 비바람을 막아주는 곳이 바로 지하철 역사다.
하지만 잘 곳 없는 명퇴자가 자신의 자가용에서 밤을 지새운다는
얘기는 아직까지 들은 일이 없다.
9. 지하철은 외국인에게 한국을 알리는 좋은 장소다.
내가 늘 지하철을 타는 곳은 3호선과 4호선이 교차되는 곳이다.
한번은 길다란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한 외국인이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두 학생에게 길을 묻고 있는 것이 보여서 가까이 가보니
그 두학생은 서로 얼굴만 마주본 채 당황하고 있었다.
얼핏 들으니 그 외국인은 ‘예술의 전당’을 가려고 하고 있었다.
나는 유창한 영어로 그 외국인에게 길을 가르켜 주었고
외국인이 ‘땡큐”라는 말과 함께 사라진 뒤 두 고교생중 한명은
나를 존경하는 눈초리로, 또 한 학생은 몹시도 분통이 터진다는
눈초리로 나를 쳐다봤다. 내가 한 유창한(?) 영어는
‘유 캔 트랜스퍼 오렌지 넘버 쓰리 라인’ 이었다.
하지만 도로의 수많은 자가용 때문에 많은 외국인들은
아직도 서울을 생각하며 진저리를 떨고 있다.
10. 지하철엔 정이 있다.
어느 덧 모임에 나가면 헤어질 때 저마다 모였던 그 장소 앞에서
각자의 차를 타고 헤어지는 나이가 되었다.
그전에는 같은 지하철에 동승하여 방향이 같은 사람끼리 내려서
또 한잔씩 하는 낭만을 가지고 있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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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삐가 핸드폰보다 좋은 10가지 이유를 필두로
하위의 것이 상위의 것보다 좋다고 우기는 궤변은 계속 된다.
나이를 한두살씩 먹어가며 어느덧 마이카족에 합류하는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난 아직도 지하철을 타고 다닌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이동중에 책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가장 커다란 매력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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