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단편유머

처녀귀신이 드라큘라보다 무서운 10가지 이유

아하누가 2024. 6. 19. 00:27


 

   1

 

      드라큐라는 자신이 살고 있는 성에 음산한 분위기를 만들어 놓고
      이를 최대한 이용하여 사람을 무섭게 한다.
      삐걱거리는 오랜된 나무 계단, 거미줄, 나무로 만든 관....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드랴큐라가 사는 성에만 가지 않으면
      무서울 일이 하나도 없다.

      하지만 처녀귀신은 학교, 집, 화장실, 공동묘지, 택시안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나타난다.
      만나기 싫을 때는 잠시 꺼두면 될 것 같지만

      꺼져도 나타나는 게 처녀귀신이다.

 

 

 

   2

 

      드라큐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몇가지 가지고 있다.
      십자가, 마늘 그리고 햇빛만 받으면 사족을 못쓰고
      본드마신 사람처럼 삼룡이가 된다.
      따라서 공포의 위기에 몰리면 이런 약점들을 최대한 이용하여
      물리칠 수 있다.

      하지만 처녀귀신을 물리치려면 고명하신 스님을 모셔오던가
      아니면 새벽 닭이 울 때까지 인내력으로 버텨야 한다.

 

 

 

   3

 

      처녀귀신은 항상 원한에 사무쳐있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무시무시한
      경고성 속담이 존재하는 것도 바로 처녀귀신 때문이다.
      따라서 처녀귀신의 등장 타이밍과 극적 상황은

      항상 공포의 극치를 이루게 된다.

      하지만 드라큐라는 신체적 욕구인 식욕과
      남들과 다른 특성인 식성 때문에 사람을 쫓아다니므로
      냉철히 생각해보면 가끔은 불쌍할 때가 있다.

 

 

 

   4

 

      드라큐라는 죽는다. 그것도 반드시 마지막에 가서 자신의 약점인
      십자가와 마늘의 협공을 받은 뒤 햇빛이라는 치명타를 맞고
      비참하게 죽는다. 거기에 말뚝까지 박힌다. 죽는 놈은 안 무섭다.

      하지만 처녀귀신은 죽는 것이 아니라 속편을 예고하면서 잠시 사라진다.

 

 

 

   5

 

      드라큐라는 그 활동 범위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드라큐라를 볼 수 있는 방법이란 극장을 가던가 아니면
      여름철 납량특집 프로그램인 TV영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며
      항상 같은 스토리와 같은 제목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처녀귀신은 옛날 어르신들이 즐겨 듣던 라디오 드리마
      <전설따라 삼천리>를 비롯하여 <전설의 고향> <이야기 속으로>
      <토요 미스테리 극장> 심지어 <여고괴담>을 통해서도
      그 무서움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6

 

      드라큐라는 많은 조연을 필요로 한다.
      음산한 분위기, 날아 다니는 박쥐 몇마리 등과 함께 나타나야
      비로소 무섭기 시작한다.
      하지만 처녀귀신은 친구들의 얘기속에서만 잠깐 나와도

      등골이 오싹해진다.

 

 

 

        7

 

      드라큐라는 늘 무섭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처음에는 신사인척 온갖 폼을 다 잡고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만
      무서운 척한다. 따라서 그 순간이 오기전에
      집에 가버린 사람이라던가 또는 화장실에 잠시 갔다온 사람은
      드라큐라가 무서운 놈인지 우스운 놈인지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처녀귀신은

      처음부터 사람 잡아먹을 듯한 기세로 무장한 채 등장한다.

 

 

 

   8

 

      드라큐라는 백작이라는 신분으로 살고 있기 때문에
      가끔씩 심심풀이와 별식을 위해 남들을 무섭게 하지만
      대부분의 처녀귀신은 헝그리 정신으로 똘똘 무장되어 있어
      그 파괴력은 항상 비장함이 넘쳐,
      이미 죽은 귀신임에도 불구하고 죽기살기로 덤빈다.

 

 

 

   9

 

      드라큐라는 항상 혼자서 돌아다닌다.
      그것이 드라큐라의 최대 약점이어서 마지막에 꼭 죽는 이유도
      그것에 있다. 프랑켄슈타인하고 듀엣을 결성했다는 얘기도
      아직까지 들은 적이 없다.

      하지만 처녀귀신은 듀엣은 물론 트리오,
      심할 경우에는 코러스로 몰려 다니면서 숫적 우세를
      십분 활용할 뿐 아니라 달걀귀신이나 몽달귀신, 도깨비 등과도  
      상호 공조체제를 이루어 사람을 공포에 몰아 넣는다.

 

 

 

   10

 

      처녀귀신이 드라큐라보다 더 무서운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드라큐라와 처녀 귀신이 한 장소에서 마주쳤다고 생각해보자.
      서로를 쳐다보며 둘중 누가 더 무서워 벌벌 떨겠는가?

 

 

 

 

 


-------------------------------------------------------------------------------------
가끔 드라큘라에 관한 영화를 보게 되거나 또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의문에 빠진다.
스타일로보나 다른 어떤 것으로 보나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될만한 개성도 없는데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무섭기로 따지면 우리나라의 처녀귀신에 반의 반도 안되고
운치 있기로 따져도 우리나라 고유의 도깨비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멍청한 드라큐라가 왜 우리에게 잘 알려져야 하는가.
이것도 어쩌면 문화 사대주의인지 모른다.

 

 

 

 

아하누가